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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건강창작소.8] 총명을 돕는 '마음달'의 세 가지 건강창작법

'러너스하이' '싱어스하이' '리더스하이'

이혁재 칼럼니스트 | sijung1030@gmail.com | 2019.01.25 09:55:16

[프라임경제] 마라톤은 몸을 움직여 끈기 있게 오래도록 정해진 먼 거리를 달리는 운동입니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 마라톤 코스들을 끝까지 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몸을 움직여 달리는 마라톤 못지않은 '마라톤 코스'들이 있습니다. 바로 사서삼경. 불경, 성경, 코란과 같은 경전들은 '마라톤 코스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들 경전뿐 아니라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위고의 '레 미제라블', 멜빌의 '모비 딕', 카프카의 '성'과 같은 근대소설들도 마라톤 코스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마라톤' 경전 읽기와 소설 읽기

그리고 마라톤을 하다가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는 경험을 느낄 수 있듯이, 경전을 읊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러너스하이'와 비슷한 느낌을 눈과 귀의 '마라톤'을 통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은 '총명'해질 수 있다고 나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총명'은 한자로 '聰明'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총명을 돕는 무언가가 있는데, 나는 이를 비유적으로 '마음달'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마음달'은 '심월'을 온한글로 옮긴 낱말입니다. '심월'은 한자로는 '心月'이라고 씁니다.

먼저 경전이라는 텍스트는 마치 악보를 보고 노래하듯이 소리 내서 읽어 귀로 듣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읽는 것은 양심의 성장과 성숙을 돕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듯 백 번, 천 번, 만 번 반복해서 읊다 보면, 어느 샌가 나의 양심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나의 귀는 환해집니다. 이렇게 귀가 환해지는 것을 한자로는 '총(聰)'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리고 소설이라는 텍스트는 마치 밭이랑을 다듬듯 손과 눈으로 더듬으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읽는 것은 자유의 성장과 성숙을 돕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밭을 가꾸듯 하나하나 꼼꼼히 글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샌가 나의 손은 한 줄 한 줄 이어진 엄청난 길을 이끌고, 이를 따라가는 나의 눈은 밝아집니다. 이렇게 눈이 밝아지는 것을 한자로는 '명(明)'이라고 일컫습니다.

◆'총(聰)'의 두드림과 환함…'명(明)'의 밝음과 비춤

'총(聰)'은 '귀'를 뜻하는 '이(耳)'와 '슬기로움'을 뜻하는 '총(悤)'이 합쳐진 한자입니다. 그리고 '총(悤)'이라는 한자는 '창문이나 굴뚝, 사람에게서는 숨골'을 뜻하는 '창(?)'과 '염통이나 마음'을 뜻하는 '심(心)'으로 나눠집니다. 또한 '총(悤)'은 중국고대 청동기 제사용기들에 적힌 글자꼴들에서는, '생각하다'는 뜻의 '사(思)'와 같은 글자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총(聰)'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총(聰)'은 '귀가 환해져서 슬기로운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총(聰)'은 '염통의 두근거림이 숫구멍에 닿아 두드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뜻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총(聰)'은 '이러저러한 생각에 귀 기울인다'는 뜻도 있게 됩니다. 여기서 생각은 '사(思)'를 옮긴 낱말입니다. 조금씩 다르지만 '총(聰)'의 의미에는 '가슴과 머리가 따로 놀지 않는다'는 뜻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명(明)'이라는 글자는 '밝음'과 '비춤'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먼저 '밝음'은 해와 달이 합쳐지니 밝다는 뜻이 됩니다. 이때는 해의 뚜렷한 밝음과 달의 은은한 밝음으로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면 사람은 뚜렷한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뚜렷한 세상에서는 감추지 않고 떳떳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가 물러나고 달이 떠오르면 사람은 은은한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은은한 세상에서는 서로를 감싸면서 따뜻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밝음은 이렇듯 뚜렷함과 은은함을 우리의 삶에 심어 줍니다.

또한 '명(明)'은 비춤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때는 '명(朙)'과 같이 쓰입니다. '명()'은 창이라는 뜻의 '경(囧)'과 달이라는 뜻의 '월(月)'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달빛이 흐릿한 창에 너울대면서 춤을 추듯이 움직여 비춘다는 뜻이 됩니다. 이 흐릿한 창문을 열어젖힌 누군가는 달의 밝은 모습을 곧바로 바라보게 되겠지요. 마치 플라톤의 동굴에서 동굴벽에 비친 그림자에 홀리지 않고 뒤로 돌면 빛을 만날 수 있다는 비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총명함'과 '총명함들'…'마음달'과 '마음달들'

'총(聰)'이라는 글자에 담긴 '마음(心)'과 '명(明)'이라는 글자에 담긴 '달(月)'이 함께 모이면 '마음달 = 심월 = 心月'이 됩니다. '마음달'은 위로 난 숫구멍으로 두근두근한 울림을 보내 사람의 생각이 '총(聰)'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마음달'은 눈이 뚜렷한 밝음과 은은한 밝음을 간직해서 꾸준히 '명(明)'하도록 돕습니다. 이런 '마음달'이 여러 길로 함께 기지개를 펴게 되면 총과 명이 서로 사귀어 '총명함'으로 바뀝니다.

총명해진 나는 마침내 나의 눈과 귀를 함께 활짝 열고 있습니다. 이제 나의 '마음달'은 위로 난 숫구멍 창문과 앞으로 난 눈망울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으로 달려갑니다. 나의 몸과 두뇌를 자연본성과 도시문명의 환경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여러 총명한 사람들의 '마음달들'이 서로 함께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전근대의 지혜로운 이들은 나 혼자의 '마음달'이라 외로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근대에서는 외로운 '마음달'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나와 너와 그의 나름다운 '여러 마음달'이라면 외롭지 않게 함께 사는 세상이 나아지도록 합의하고 약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떳떳하고 참된 마음들을 모아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들이 모인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을 나는 사랑과 양심과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의 자유로운 개인들이 합리적인 의사소통으로 합의와 약속을 할 수 있다면, 이때의 총명함은 홀로 외로운 전근대의 총명함과는 다를 것 같습니다. 이때의 총명함은 자유와 양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과학의 가설과 정치의 질서를 잘 합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근대의 총명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건강을 새로 창작하는 길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러너스하이'의 사랑, '싱어스하이'의 양심, '리더스하이'의 자유

그렇다면 비유로서의 '마라톤'이 아니라 진짜 마라톤은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그러니까 뛰다가 깔딱고개를 넘어 느끼게 되는 '러너스하이'는 나의 무엇을 돕게 될까요? 여기에 대한 답으로는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지만, 나라면 '마라톤을 하면서 러너스하이를 느낄 때 사람은 사랑의 성장과 성숙을 느낀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마라톤을 해본 사람들은 숨이 차올라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가도 갑자기 환하게 숨길이 열리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그때는 염통이 터지고 허파가 찢어들 듯하다가, 죽다 살아난 듯한 황홀함이 밀려든다고도 합니다. 그보다 약한 세기로 경험을 한 사람들도 그 경험을 곱씹고 곱씹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고도 합니다.

느낌의 세기는 달라도 깔딱고개를 넘긴 후 거듭 태어나는 듯한 새로운 느낌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그 경험을 곱씹을수록 내 몸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자라납니다.

더불어 몸으로 뛰는 마라톤처럼 경전을 소리 내서 읽는 것은 '양심의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차분하게 읽는 것은 '자유의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실제로 마라톤을 하면서 몸과 두뇌가 '러너스하이'를 느끼듯이, 경전 읽기와 소설읽기를 통해서도 '러너스하이'와 비슷한 느낌을 귀와 눈을 통해 두뇌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상태를 '싱어스하이(singer's high)'와 '리더스하이(reader's high)'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싱어스하이'와 '리더스하이'는 사람의 귀와 눈을 개발해서 보편적인 양심과 개인의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한마디로 이것이 바로 '총명'입니다. '총명함'은 안으로는 양심의 소리를 듣고 밖으로 자유의 풍경을 만듭니다. 몸과 두뇌와 마음은 자연본성과 도시문명과 여럿됨(plurality)의 환경에서 총명함을 울리게 됩니다.

◆부드럽고 환해지고 밝아지는 나름다운 '마음달'의 건강창작법

몸짓은 꼭 마라톤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등산, 싸이클, 수영, 축구, 농구 등 어떤 운동이라도 괜찮습니다. 꾸준히 운동을 하다가 나의 몸통과 두뇌로 '러너스하이'가 느껴질 때, '아~! 이것이 사랑의 숨 고르기일지도 몰라'라고 내가 알아차릴 수 있으면 됩니다. 그때 나의 '마음달'은 나의 몸을 어루만지고 나서 몸 바깥으로 울리고 비칩니다.

노래는 꼭 특별한 경전읊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사서삼경, 불경, 성경 등 어떤 경전이라도 됩니다. 경전을 노래하면서 나의 목과 귀와 두뇌로 '싱어스하이'가 느껴질 때, '아~! 이것이 양심의 노랫소리일지도 몰라'라고 내가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그때 나의 '마음달'은 나의 숫구멍을 두드리고 나서 숫구멍 위로 울리고 비칩니다.

독서는 꼭 특별한 문학작품이 아니어도 됩니다. △'돈키호테' △'레미제라블' △'모비 딕' △'성' 등 어떤 소설이라도 됩니다. 독서를 하면서 나의 손과 눈과 두뇌로 '리더스하이'가 느껴질 때, '아~! 이것이 자유의 풍경일지도 몰라'라고 내가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그때 나의 '마음달'은 나의 눈망울을 밝히고 나서 눈망울 앞으로 울리고 비칩니다.

그렇게 사랑과 양심과 자유가 만날 때, 사람들은 몸과 마음과 두뇌의 건강함 및 총명함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늘게 되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문명의 역사도 건강하게 창조되고 진화하고 성숙하고 개발될 수 있을 겁니다. △'러너스하이' △'싱어스하이' △'리더스하이'를 겪은 건강하고 총명한 개인들이 점점 더 늘어날수록 그 역사는 더 아리따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의와 진리가 합의되고 약속되는 건강한 삶이 여러 사람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사랑의 마라톤' △'양심의 마라톤' △'자유의 마라톤'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기를 나의 '마음달'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몸이 부드러워지고, 귀가 환해지고, 눈이 밝아지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나름다운 건강창작이 꺼지지 않도록 모두의 '마음달'이 서로를 울리고 비치는 것이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천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MBC 본사 의무실 한방주치의 / EBS 역사드라마 <점프> 한의학 자문 /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 경희대 한의학과 석사졸업·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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