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일본 30년 간 걸어온 길 ② 일본의 기업은 어떻게 변했는가?

2019-01-26 21:08:48

[프라임경제] 헤세(平成) 30년을 기념한 NHK방송 특집 두 번째 스토리, 기업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1989년 당시엔 열심히 일하는 샐러리맨의 모습이 대명사였다. 그러나 버블경제가 붕괴되자 금융기관이 연쇄 파산했다. 엔고와 해외 기업에 뒤쳐지면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간 헤세는 일본기업에게 힘든 시기였다.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 랭킹에서, 헤세 초기엔 톱 50사 중 일본기업이 무려 32사나 포함됐었다. 

1위는 일본흥업은행. 그랬던 것이 지금은 어떤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만 눈에 띈다. 일본기업은 저 아래쪽에 한참 내려가 44위에 도요타자동차가 하나 있을 뿐이다. 충격적이다.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 요인으로 크게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가 종적관계의 조직구조, 둘째가 일본형 고용시스템(연공서열, 종신고용), 셋째가 의사결정 지연이다. 과연 일본기업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시대에 맞춰 조직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전기회사 히타치(日立)제작소. 1992년 입사한 노아케 도시미치(野明俊道)씨(51세). 기업용 IT를 활용해 과제해결 서비스를 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입사 당시 히타치는 공장별로 독립 경영을 하고 있었다. 조직의 단결력은 강했지만 타 부서나 공장과 연결이 거의 안 되는 사일로(Silo, 곡식 저장고, 폐쇄 조직을 비유) 조직으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클라우드(cloud)서비스 사업부 노아케 부사업부장] "수직관계가 강해서 유연성이 없었고 수평적 연계에 망설인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의사결정 지연도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전기메이커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TV, 플리스마(Plasma)TV는 기술력이 결집된 제품인 만큼 개발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해왔다."

그러나 해외 동종기업과의 가격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액정TV가 우위를 점하다 보니 채산성이 나빠졌다. 플리스마TV 생산을 중단한 게 2010년. 그 해 3월 결산에선 리먼 쇼크로 당시 일본 제조업 70억~80억엔이 넘는 가장 많은 적자를 냈다. 그 후 사장으로 취임, 경영 재건에 나선 이가 지금의 케이단렌(経団連) 회장인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씨다. 

[나카니시 케이단렌 회장(2010~2014년 히타치제작소 사장)] "성공 경험이 너무 많았던 게 오히려 경영진에게 덫으로 작용했다. 과거 회사를 번성시켰던 몇 가지 사업에 너무 오래 집착했다. 단호한 결단을 하지 못했던 시기가 그대로 부진해지면서 결국엔 연이어 모든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히타치는 지금 조직을 크게 개편하고 있다. 조직의 수직관계를 탈피하여 수평적 부문을 신설해, 유연하고 창의적 발상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려고 하고 있다. 1992년 히타치에 입사한 노아케씨도 그 당시라면 대면할 일이 없을 타부문 담당자와 지금은 자주 소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인재, 독자적 인사제도

플리마 애플리케이션(Flyma application) 대기업 메르카리(Mercari). 창업 5년 만에 매출액 3700억원을 돌파했다. 급성장을 받치고 있는 것은 31개국에서 채용한 다양한 인재와 독자적인 인사제도다. 급여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로 결정되는 절대평가, 근속년수나 연령은 전혀 관계가 없다. 

플리마 애플리케이션을 필두로, 자전거 세어, 여행사업, 기업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신규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다. 스피드가 생명인 만큼 조직을 얼마나 유연하게 해서 정보를 주고받고 모두가 자기 일로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가가 중요해졌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몸부림(부업도 허용)

오사카에 본사를 둔 로드제약은 부업을 허용, 사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부업 경험이 신규사업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 회사는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재 매상의 80%가 안약 이외의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식품 위생관리 담당하는 직원 이치하시 켄(市橋健)씨는 주말에 그래프트(craft) 맥주를 제조하여 판매한다. 제조뿐 아니라 재무, 법률 등 경영 지식도 배우고 있다. 부업에서 얻은 경험을 장래 신규사업 창업에 연계하려고 한다.

기업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원, 개인이 모여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인사 담당자는 말한다. 케이단렌도 2018년 11월 'Society 5.0'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러 인재들이 모여들고 절차탁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몫이 되었다. 향후에는 직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기는 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임이 분명해졌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오무철 칼럼니스트 om51724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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