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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깜깜이'와 '대물변제' 놓쳐

[엘시티2019⑤] 자체감사로 면죄부, 자아비판 없어…특검 열린다면 이런 맹점 발생 이유 밝혀야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1.28 09:17:33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의회의 '시민중심 도시개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특위는 부산 대표 개발사업들을 다루게 되고, 활동 시한은 올해 10월까지다. 행정조사가 얼만큼 '깨알같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금은 사장돼 버린 '특검 도입' 이슈를 부활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걸어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그리고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시나리오와 의혹들의 역조립 가능성을 짚어본다.

앞서의 기사들에서는 '보증'이 어떻게 특히 중간중간 어려운 고비에서 엘시티가 무사히 진척되는 데 기류를 띄우는 우군 역할을 (자의든 타의든) 했는지 바라본 바 있다. 바꾸어 말하면, 엘시티가 문제가 있을 때 때마침 보증 영역에서 선을 끊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있었을지 모른다. 관점에 따라서는 엘시티가 문제를 해결하고 온전히 설 수 있도록 수정할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자기들이 보증하겠다고 나선 레지던스라는 아이템이 업무영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자체 감사로 면죄부를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상업숙박에 관한 법체계(위생관리법) 존재 자체를 모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궤변이다. 이런 보증이 설사 일단 스타트를 했더라도,바로 잡을 기회나 의무가 존재했다면 더 문제다. 여기서는 추가로, 주택보증에 대한 판례를 통해 HUG에게 있었던 공익 실현의 기회를 살펴본다.

'깜깜이 분양' 논란과 레지던스 보증 무리수

주택분양보증이란 무엇인가? 지어놓고 주인을 찾는 후분양제가 일반적인 나라들에서는 의미가 별로 없는 이 제도가 선분양제를 고수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주택건설 사업주체가 파산 등의 이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수분양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재산상 타격을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분양을 이행할 수 있도록 추가 진행을 가능케 하거나, 혹은 이미 납입된 계약금 및 중도금의 반환 등을 처리하는 것을 도울 자금원이 필요하다. 이를 책임지도록 하는 보증은 과거 '주택사업공제조합'이 맡았으며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를 거쳐 현재 공사의 형태 즉(HUG)가 맡고 있다.

즉 주택시장의 안정과 공익을 위해 주택보증형식을 업무 본질로 하는 것이지, 엘시티 건에서 보듯 레지던스(상업숙박으로 분류)까지 보증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 감사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된 것이나 HUG 측은 "숙박이 아닌 편의시설로 봤다"면서 자체감사 결과 면죄부 처리를 했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엘시티에 대한 보증을 HUG는 2015년 10월 주택 부분 보증 결정, 레지던스에 대해서는 2016년 6월 보증 결정을 했다. 이 전에 각종 문제점이 발견됐더라면 판단 보류를 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엘시티의 분양 태도에 상당한 문제가 감지됐다면 굳이 이 같은 보증을 하는 데 있어 판단 유보를 할 수 있는, 혹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속칭 '깜깜이 분양'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불법 사전분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식으로 분양 절차를 진행해야 옳지만, 사전에 정보를 차단해 고의적으로 미분양을 만들고 집을 파는 행위다. 이렇게 하면 장점이 무엇일까? 소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되니 비용 절감이 되며 청약경쟁률을 낮추는 효과도 생긴다. 이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거래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일반적인 거래보다 웃돈을 얹어 넘길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엘시티 같이 이미 입지 조건 등으로 세간의 화제가 돼 인기몰이를 한다면, 굳이 일반적인 분양 절차 루트를 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깜깜이 분양의 유혹에 빠지기가 더 쉬운 셈이다.

실제로 엘시티에 대해서는 많은 불법 분양 의혹이 있었다. 2016년 여름에는 이미 이런 설이 파다했고, 앞서 2015년 7월부터도 언론에 "엘시티가 불법적 사전분양을 일삼고 있으나 부산시 등은 단속에 손을 놓고 묵인한다"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

일부 신문사에서는 간부가 엘시티 불법분양 명단 폭로를 미끼로 관계사를 압박해 돈을 우려내려다 구속되는 등 망신을 당하기도 했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이미 HUG로서도 2015년 10월 일반 주택분의 보증을 결정하기 훨씬 전에 사전적으로 상당한 정보 파악이 돼 있거나 있었어야 했다고 할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럼에도 주택분에 대한 일반분양보증을 모두 거절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할 수 있겠으나, 향후에 2016년 6월에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레지던스 보증까지 진행하는 것은 브레이크를 자체적으로 걸었어야 맞다. 이런 장치가 전혀 가동되지 않았음에도 자체적인 감사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면, 이런 정화 기능 포기는 외부에서 메스를 드는 방법밖에는 해결이 어렵다고 하겠다.

'대물변제' 물건 보증 거절 판례 유추가능한 엘시티

이 기회를 날려버렸다 해도, HUG로서는 엘시티가 총체적 난국을 드러내면서 논란의 핵심에 섰을 때 공익적 보증기구 본연의 자세에서 목소리를 낼 여지가 한 번 더 있었다.

엘시티는 브리지론과 PF를 얻었지만 완전히 안정화에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2016년 여름부터 수사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이 회장은 그해 겨울 구속되기에 이른다. 당연히 2016년 내내 물건에 새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잠식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고, 이미 분양을 받은 이들 일각에서도 불안감을 표해 일부에서는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엘시티 현장. 뛰어난 경치를 누릴 수 있는 점이 사진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 엘시티PFV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체로 엘시티 물건 투매 등 공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왜 그랬을까?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그물망이 좁혀들어올 때에는 이미 분양도가 (2016년 9월 기준) 아파트 87%, 레지던스 48%에 달했고 양쪽 모두 HUG의 보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큰 방패가 돼 줬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는 엘시티 부도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런 한편 내내 반대쪽에서는, 엘시티에 대한 안전 판단을 하는 시각이 대두될 수 있었다. 실제로 또한 엘시티는 높은 분양가를 잡아놓은 탓에 낮은 주택담보비율(LTV)을 기록하고 있었다.

높은 분양률과 낮은 LTV는 유사시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털어내는 등 방편을 가동할 반석이 된다. 여기에 이미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 선언을 해 놓았던 것. 대주단과 포스코건설로서는 이미 공사 시작 무렵 걸어놓은 조건상 이 같은 높은 분양률과 이행도, 자금 사정 등을 종합할 때 손해볼 것은 없다는 안정적 판단을 했고, 담대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총분양 수익에서 882세대의 아파트 분양가가 1조4000억원대, 561세대의 레지던스 분양가가 1조3000억원대일 것으로 당시 추산됐던 전체 구도를 고려하면, 레지던스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됐을 것인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레지던스 부분에 대한 보증까지 HUG가 무리하게 나서주고 이런 상황이 상승 효과를 일으키면서 높은 분양률을 달성했으며 그런 다음에나 터진 이 회장 구속 정국은 파괴력이 줄어들었다는 것. HUG가 일종의 에어백(완충)을 자처했던 셈이다.    

그런데, 주택보증 분야에서 회사나 공사, 조합 등이 보증 면책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판례가 이미 형성돼 있었던 점에서 이때 엘시티 상황을 새롭게 볼 필요가 제기된다. 

실제 분양받을 목적 없이 대물변제를 받는 경우 즉, 채권 대신 부동산을 넘겨 받는 경우가 건설부동산 영역에서는 자주 관찰된다. 공사자재나 인건비 대금 등 관련 채권을 가진 이가 부도가 나거나 어려워진 건설주에게 돈 대신 이미 지어진(곧 완공될) 주택들을 대신 받는 경우가 있는 것. 문제는 주택보증은 시장 안정화와 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을 우선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대물변제로 받은 물건을 추후에 시장에 푸는 경우까지 동등한 보증을 보장하는 게 옳은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사나 조합이 부담을 안고서 주택보증을 이런 무리한 경우들까지 동등하게 제기해야 한다는 불합리함이 부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1999년부터 태도를 바꿔, 대물변제에 해당하는 경우 보증기관의 주택보증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부도난 A업체에 채권을 갖고 있던 B기업이 채권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3채 넘겨 받고 서류상 막바로 개인들에게 이를 일반적 매매계약인 것처럼 처리한 사안에서 보증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2002년에도 갑기업이 경영난에 봉착한 을건설로부터 대금 지급을 정상적으로 받는 대신, 아파트들을 싸게 매각하는 것을 주선해 그 돈을 채권 충당에 대신키로 한 사안이 있었다. 이때에도 대법원은 주택보증책임을 부정했다.

이 점이 왜 새삼 참고 사안이 돼냐면, 엘시티가 핵심 인사 수사로 분양 어려움, 더 나아가 경영난에 봉착하는 상황에서 때마침 부산시가 건측 특혜로 문제가 되는 허가를 전부 취소하거나, 일부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엘시티는 인허가 과정에서 각종 특혜성 변경으로 당초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으며, 환경영향평가는 전혀 없었고 교통영향평가도 한 번만 열려 심의를 통과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다만 부산시에서는 일단 이 정도 규모의 공사를 전부 취소하는 건 전례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다 결국 논란은 유야무야됐었다.

이때 다시 분양률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어느 수준 이상의 높은 분양률로 인해, 대주단 등에서는 느긋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음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이는 남은 물량을 어떻게든 털면(반값매각) 된다는 분석과 이야기가 내외에서 이미 무르익는 것으로도 연결됐다.

'이영복 제국' 떠받치는 이상한 효과 거둔 HUG? 

엘시티 시행사가 설사 넘어지더라도, 대주단이나 포스코건설(시공사)로서는 시행사 역할을 떠맡고 남은 물량을 처리하는 등으로 채권회수를 할 수 있다는 구조라는 점도 각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공공연히 보도된 바 있다.

이영복 회장이 검찰에 출석, 구속되던 모습. ⓒ 뉴스1

대물변제 혹은 대물변제와 흡사한 물건 처리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 이때 HUG로서는 보증책임을 계약대로 이행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대외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판례 태도에 따르면, 각종 부정 의혹으로 얼룩진 사안이고 전부 취소는 몰라도 적어도 전망이 좋은(논란의 핵심인) 바다 가까운 일부 건축분들의 부분 건설 포기 등을 우리 사회가 논의할 국면이었는데, 이때 보증책임기구로서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모든 점에 대해 일정한 내부 검토는 존재했어야 하는데, 지금의 HUG 감사 진행 태도 등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인식 태도나 사고관으로는, 이런 점은 전혀 고려가 없는 등 미비했던 게 아닌지 의문이다.

이렇게 두 번의 엘시티 문제를 적절한 때에 필터링할 수 있는 마지막 골키퍼가 바로 HUG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매번 HUG는 '만약 시공사가 부도가 나서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수분양자들의 피해는 없다. 분양된 아파트와 레지던스 모두 HUG의 분양보증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부역을 하는 데 만족하고 말았다.

수분양자들을 위한 보증이라는 의무를 다한다는 미명 하에 '이영복 제국' 떠받치기만 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HUG 레지던스 보증의 각종 절차와 이와 같은 여러 측면의 내부 고뇌의 존재 여부들은 중요하다. 확률은 낮겠지만, 혹시 엘시티 특검이 탄생하고 각종 비리와 각 주체들의 상호 판단, 연쇄 효과 등을 그려낼 때 HUG를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그래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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