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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노사합의' 국민은행,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대내외 결속력 높이는 계기↔싸늘한 여론·여전한 갈등

김다빈 기자 | kdb@newsprime.co.kr | 2019.01.29 17:57:52
[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파업까지 치닫는 갈등 끝에 조정안을 수용, 최종합의로 마무리됐다. 

국내 대표 은행인 국민은행의 노사 갈등은 2·3차 파업 등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올해 초 금융권을 달구기엔 충분한 이슈였다. 

지난 1월8일, 서울학생체육관에서 모여 총파업을 벌인 국민은행 노조. ⓒ뉴스1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2000년, 당시 주택은행과의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후 19년이 지난 1월8일,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취했을 정도로 국민은행 노조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 노사 측은 25일 조합원 최종투표로 임단협 합의를 이뤄냈다. 노사 측의 공통된 의견은 모두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께 더 이상 피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더 악화되는 파국을 피하고자 내린 최종합의인 것. 

그렇다면 노사 갈등과 최종합의를 통해 국민은행은 어떤 것을 얻었고 또 놓치게 된 것은 무엇일까.

◆ '얻은 것' 리딩뱅크 국민은행, 대·내외 결속력 상승

아직 4분기 당기순이익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해 1~3분기 기록한 당기순이익이 2조793억원으로, 그 다음 많은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인 신한은행(1조9165억원)보다 약 1600억원이 많았다. 

2018년 6월말 기준, 국민은행의 국내은행권 자산점유율도 13.5%로 국내 1위를 달린 국민은행은 명실상부 국내 리딩뱅크 기업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민은행의 자본적정성은 국내은행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은행은 충분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민은행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터진 국민은행 노사 측의 임단협 갈등과 19년만에 파행을 겪은 노조 총파업은 리딩뱅크라는 국민은행 이미지에 큰 손실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 노사 갈등해결은 과정과 결과에서 1위 기업다운 내·외부적 결속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1월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에는 사측 추산 5500여명, 노조 측 추산 9100여명이 집결했다. 사측 계산으로는 약 32%의 직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파업을 펼친 것이고 노조 측 계산으로는 50%가 넘는 직원들이 모여 뜻을 같이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25일, 여의도본점에서 '2018년도 임단협 조인식'을 가졌다. (사진 왼쪽)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 KB국민은행


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안을 바탕으로 지난 25일 펼쳐진 조합원 찬반투표에도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내부적인 결속력을 보여줬다. 

찬반투표에 총 조합원 1만3829명 중 1만1192명이 참여했다. 이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노조측 주장을 국민은행 직원도 그 뜻을 같이했다는 의미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총파업에 직원의 50%가 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사안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을 증명한 것"이라며 "임단협 조정안 역시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조합원을 비롯한 노사 모두 고객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데 어려운 결단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도 은행권 전반적인 결속력을 이번 임단협 갈등에서 보여줬다. 중노위 조정안에 따라 국민은행 노사 측은 주요 쟁점이었던 △페이밴드 △저임금직군(L0) 사안에 대해 외부 TF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노사 양측은 시간외 수당 50%를 포함한 성과금 300%는 총파업 이후 합의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위 2개 사안이 첨예하게 대립, 이후 협의 불발과 2차파업 가능성 등 난항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TF팀 구성으로 합의점을 찾았고 이는 매년 이어지는 은행권 임단협에도 큰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TF팀은 이르면 다음달 구성될 예정이다. 단순 사측 내부에서 TF팀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전문가 역시 TF팀에 합류해 향후 5년간 이 사안을 면밀히 검토해 노사 측 내부규정을 합리적으로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 내부 규정에 대한 사안은 노사 측이 항상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며 "이번 국민은행 임단협 갈등 역시 직원 처우개선이 가장 큰 갈등사안이었을 정도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은행의 TF팀 구성은 금융권의 전반적인 모범사례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이다"며 "단순 일시적인 1년 단기 팀 구성이 아닌 5년 장기구축은 노사 측, 양측의 입장을 모두 균일히 담는 획기적인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잃은 것' 여전히 남은 갈등 씨앗·싸늘한 여론

지난 2000년이후 19년만에 총파업을 치른 국민은행은 달라진 세월을 몸소 느껴야만 했다. 먼저 노조 측 추산, 직원 50%이상이 참여한 총파업은 단 하루 일회성 파업임에도 은행업무에 큰 지장이 없었다.

직접 창구를 방문해 은행업무를 보는 고객들의 비중이 적은 데 기인했다. 또 국민은행 측에서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한 전국 411개 거점점포 운영 등으로 파업여파를 줄일 수 있었다. 

파업 당시 국민은행에서 업무를 봤던 고객 A씨는 "뉴스를 보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국민은행 파업인 줄도 몰랐다"며 "창구에서는 기본적인 은행업무를 볼 수 있고 상담업무도 특별히 제한되는 것이 없어 정상적인 은행업무를 볼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은행 노조 측이 강수로 내세웠던 '노조 총파업'이 여론의 싸늘한 시선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총파업 당일, 국민은행 영업점. ⓒ 뉴스1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직원들은 평균 91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해, 2017년 성과로 받았던 300% 성과급은 1인당 수령액이 최대 1200만원이었다. 

지난 2000년 국민은행이 단행했던 파업은 구조조정에 따른 생존권 보장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역대 최고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당기순이익 3조 돌파에 따른 성과급 규정이 여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국민은행 노사 측은 여전히 성과급 300%가 주요 논점이 아닌 직원처우개선 등이 가장 큰 사안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국민은행 노조와 그 파업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리딩뱅크' 국민은행에 이미지에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임단협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번에도 명확한 성과급 규정이 이뤄지지 않아 임단협 갈등은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사측은 성과급 300%를 직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성과급은 △보조금 150% △우리사주 지급 100% △시간외수당 50%로 구성된다. 시간외수당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미지급됐던 수당이 포함됐기에 사실상 성과급으로 직원들이 받는 것은 250%수준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임단협 갈등을 통해서도 명확한 성과급 규정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갈등의 씨앗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현재 국민은행과 1위 은행자리를 두고 다툼하는 신한은행은 영업이익 목표치 80% 달성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하나은행도 매년 당기순이익 목표치 80%초과시 성과급을 지분하는 등 명확한 규정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은행은 파업을 불사하는 갈등 끝에도 다시 성과급을 규정하지 못했다"며 "만일 노사 한 측의 반대로 인해 성과급 규정을 짓지 못한 것이라면 또다시 갈등국면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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