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명문장을 남겼다. 이는 앞으로 고참이자 주장으로써 국가대표를 이끌 손흥민(토트넘)에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59년 만에 우승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진 것은 물론 축구팬들에게는 치욕적인 기억을 남긴 날이기도 하다.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시작된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단연 에이스 손흥민에게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를 소화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온지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중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 나섰다. 체력적인 부담이 우려됐지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 투입을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해당 경기에서 2골을 합작하며 실력을 과시한 손흥민은 건재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토너먼트에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바레인과 16강전부터 현저히 떨어지는 경기력과 체력적 한계가 두드러졌고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는 과감한 돌파와 강력한 슈팅 등 손흥민의 장점은 사라져있었다.
특히 손흥민이 소속된 프리미어리그는 12월 말 이른바 '박싱데이'에 돌입한다. 성탄절 전후로 1주일에 팀당 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이때 손흥민의 출전시간을 보면 그가 체력적인 한계를 절감했음을 알 수 있다. 본인 역시 "개인적인 준비도 부족했고,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다. 대회내내 컨디션 조절을 못해 체력관리에 실패를 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인정하기도 했다.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이변 자체로 에이스 손흥민에게 쏟아진 비판은 결국 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진정한 글로벌 축구 스타로 뜨려면, 앞서 홍명보 선수나 박지성 선수 혹은 기성용 선수 등 성공적으로 대표팀 경력을 마무리한 '선임'들의 장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희생과 리더십이다. 더 이상 울보 손흥민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장으로서 성숙하게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전성기를 맞은 손흥민이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칠 시간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아직 대표팀에서 골 기록이 없는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요즘이다.
김기현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