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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소변보는 자세에 관한 쓸데없는 이야기: 서거나 혹은 앉거나(1)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 press@newsprime.co.kr | 2019.01.31 17:13:48
[프라임경제] 어느 날 동네 헬스장 사우나에 '샤워하면서 소변보지 마세요'란 안내문이 붙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샤워하면서 시원하게 소변을 본 경험이 있을 텐데, 남들이 보는 대중 사우나에서 그렇게 하니까 문제가 된 것 같다. 

갑자기 여자 사우나에도 같은 안내문이 있는지 궁금해졌고, 혹시 '여자들도 샤워하면서 선 채로 소변을 볼까' 하는 발칙한(?)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태초부터 남녀가 그렇게 다른 자세로 소변을 보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인류 역사 초창기에는 남녀 모두 서서 소변을 보았던 지역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Historiae)'에는 여성들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기술돼 있다. 

화장실 문화가 발달되지 않았던 중세유럽에서는 여성들이 서서 소변을 보기 편하도록 치마폭이 넓었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어 남자나 여자 모두 정원에서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이 관례였다. 

일본도 근대까지 여성이 서서 소변을 보는 문화가 있었고 일제 강점기 때 서울 뒷골목에서도 서서 소변보는 일본여성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도쿄의 요요기(代代木)경기장에는 도쿄올림픽 때 선수촌에서 사용된 주걱턱 모양의 여자용 소변기가 전시돼 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서서 소변을 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공중화장실이 없고 야외에 해충들이 많아 그런 습성이 생겼다고 한다.

외국의 공중화장실에는 좌변기 위에 올라가서 소변을 보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들이 쓰는 좌변기의 안장이 불결하다고 생각해 엉덩이가 닿지 않게 변기 위에 올라가서 소변을 보는 여성들 때문에 화장실이 지저분해지고, 변기가 망가지거나 심지어는 미끄러지는 사고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백화점이나 여학교의 화장실에는 엉덩이가 변기에 닿지 않고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sanistand'라고 하는 여자용 소변기가 설치돼 있는 곳이 있다.

바지 지퍼만 내리면 쉽게 소변의 방향이 잡히는 남자들과는 달리, 요로생식기의 구조적 특성상 여자가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의 요도는 길이가 4cm로 짧고 비스듬한 'l'자형을 하고 있어 서있을 때 소변줄기가 바로 아래 발쪽으로 향한다. 

서서 소변을 볼 때 옷이나 다리가 젖지 않으려면 깔때기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야 하는데, 실제 쭈그려 앉지 못하는 여성들이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의료용 소변 깔때기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일반여성을 위한 도구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문 집(Moon Zijp)이라는 여성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P-Mate가 있다. P-Mate는 '설 수 있는데 왜 앉나요?' '여성에게 자유를'이란 광고 카피로 관심을 끌었고, 친환경적이고 100% 방수로 소변이 옆으로 새지 않는 안전한 제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중국 산시성 사범대학의 여자화장실에는 서서 보는 소변기와 종이 깔때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여성들의 편의와 함께 물을 절약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변을 보면 하루 160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좌변기 사용할 경우 처리에 필요한 물은 6리터로 남성용 소변기의 2배라고 한다.

여성의 요도는 길이가 짧고 요도가 질과 항문에 근접되어 질의 분비물이나 대변에 의해 오염되어 세균감염이 되기 쉽다. 

요도 입구 바깥쪽으로 주름진 음순이 위치하고 있어 끝 무렵에 소변줄기가 약해져서 음순에 소변이 묻게 되므로 앉아서든 서서든 소변보고 난 후에는 잘 닦아야 한다. 

그런데 닦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되는데,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리듯이 앞에서 뒤쪽 방향으로 닦아야 방광염의 위험을 줄이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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