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소와 법무사 사이에 이런 일이...법망 피한 노림수, 고의성은?

2019-02-07 10:05:06

- '근저당설정' 등기권자 권리 뒷전, 법무사 '나 몰라라'

[프라임경제] "A씨는 가게 주인 B씨에게 가게 임대차계약금을 포함한 1억7000만원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B씨에게 담보를 요구했으며, B씨 관계자인 C씨가 가게 주인 B씨를 대신해 C씨가 소유한 부동산에 2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줬다. 하지만 가게주인 B씨는 A씨와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이와 관련 사기죄로 입건됐으며, B씨 채무를 대신해 근저당을 설정해 준 C씨는 근저당권자인 A씨 동의 없이 도장과 서명을 위조하고, 근저당설정 시 교부되는 등기필정보를 가로채 법무사와 근저당설정을 해지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C씨를 상대로 근저당회복 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에 동조한 법무사와 C씨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근저당설정과 관련한 법정공방이 눈길을 끌고 있다. A씨와 C씨의 근저당설정을 두고 벌어진 법정공방으로 인해 해묵은 등기소와 법무사 사이의 이해관계와 허술한 법망이 드러남은 물론, 이러한 틈새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들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저당 '해지서류·도장·서명' 위조라니… 

부동산 근저당설정은 채무관계에서 비롯된 담보물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하지만 근저당설정 이후에는 등기필정보라는 집문서와 같은 필증을 등기권자에게 교부하며, 채무가 해결됐을 경우 등기권자가 등기필정보를 가지고 법무사를 통해 근저당설정을 해지해 줄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B씨를 상대로 A씨와 C씨가 공동피해자 일 수 있지만, B씨에 대한 C씨의 채무보증에서 오는 피해를 A씨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입장 차이가 있다. 특히 위 상황에서 C씨는 등기권자인 A씨 동의 없이 근저당설정을 법무사와 불법적으로 해지한 상황. 

C씨에 따르면 B씨에게 돈을 못 받아서 급한 마음에 A씨의 근저당설정을 해지했으며, 근저당권자인 A씨 동의 없이 등기필정보를 앞서 가로채고, 도장과 서명을 위조해 근저당설정을 해지했다는 주장에는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C씨의 고의성은 근저당설정을 해주고 이틀 뒤 근저당설정 등기필정보를 근저당권자인 A씨 몰래 가로챘다는 점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C씨는 가로챈 등기필정보를 한 달 가까이 보관하고 있다가 법무사를 통해 근저당권자인 A씨의 동의 없이 해지시켰다.  

C씨를 대리해준 이** 법무사의 경우에도 근저당설정 당시 등기권자인 A씨를 대리해 수수료를 받고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에게 한 달 가까이 등기필정보를 교부해주지 않았다. 아울러 C씨가 등기필정보를 중간에서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과 해지 당시 A씨의 위임이 없음에도 해지서류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본업임에도 모르고 업무를 진행했다는 항변에 힘이 실리지 않는 부분이다. 

◆등기소 "이런 일 처음" 법무사 추궁

중부등기소 관계자는 "이런 사기꾼들은 처음 본다"며 "C씨가 등기필정보를 찾아갈 당시 법무사 사무실에 전화해 확인한 결과, 등기필정보를 내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상 법무사가 대리인으로 근저당설정을 담당했으니, 근저당설절과 관련한 등기필정보는 법무사에 우편으로 송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무사의 이런 무책임한 업무 진행은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에 해당된다"며 "법무사에게 잘못된 등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등기소 관리전산에는 등기필정보 교부란에 근저당권자인 A씨나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가 아닌, 근저당을 설정해준 C씨의 서명이 덩그러니 적혀 있기도 했다. 근저당을 설정해준 채무자 입장의 C씨가 확인서명을 했으며, 중요한 등기필정보를 가져가는데도 하등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등기소 또한 책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등기필정보에는 집문서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등기필증 등이 포함된다. 법적으로 등기필정보는 근저당설정권자인 A씨가 교부받거나, 대리했던 법무사가 교부받아 A씨에게 전달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위 경우와 같이 A씨와 B씨의 채무관계를 C씨가 대신해 부동산 근저당설정을 해주는 제 3자 근저당 설정인 경우와 등기필정보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등기소의 취약한 법망을 피해 등기필정보를 설정권자에 앞서 선취하고 이를 악용해 채권을 면피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무사 '등기필정보' 채무자에게 발송 '모르쇠'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등기소가 근저당설정과 관련한 중요서류를 교부함에 있어 본인확인절차를 충분히 하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근저당설정이 해지됐다는 점이다.  

당초 서류가 본인에게 발송됐다는 별도 안내절차도 없어, 채권자인 A씨는 의뢰를 진행한 법무사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등기소와 법무사 사이에 의례 있었던 허술한 일처리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또한 법무사가 수임료를 받고 근저당 설정 등의 법적 서류제출 등의 업무를 대리해 주면서 등기필 정보 등의 관련 서류들을 소홀히 교부해 준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 다른 제보자는 "근저당을 설정하고 등기필정보를 교부받지 못해 대리했던 법무사에 문의하니 '등기필 정보를 근저당설정권자가 아닌 채무자 주소로 발송했으며, 등기필정보는 이미 찾을 수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하소연했다. 

법무사와 등기소 사이의 미묘한 공생관계에서 비롯된 시스템의 허점이 너무나도 큰 상황이고, 담보의 역할을 하는 등기필정보의 관리실패는 결국 담보관리의 실패와 같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등기소를 통해서 근저당설정을 하고 등기필정보를 받는 것은 정부기관의 신뢰성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등기소의 어설픈 일처리와 법조인으로서 법무사의 이러한 업무처리는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날씨정보가 수시로 문자로 통보되고 스마트시티 조성을 눈앞에 둔 현 시대에 본인과 관련된 문서발급 여부도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함은 구시대적이다.

문자한통으로 예방될 수 있는 일을 오래된 공생관계가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를 악용해 채무를 이용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에서 저마다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등기소와 법무사 사이 이뤄지는 '업무혁신'은 아직 멀기만 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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