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어음 받은 죄…화승 매니저들 "문자 한통에 채무자 전락"

2019-02-11 17:39:07

- '신용불량' 위기…개인사업자로 등록, 법적 테두리 벗어나

[프라임경제] "수십억원을 계획적으로 떠넘기고 매니저를 계속하려면 어음 4개월치를 책임지라고 합니다. 화승은 진정한 악덕기업입니다."

국산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로 유명한 화승이 설 연휴 직전 돌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하청업체들은 물론, 백화점 및 대리점 매니저들 또한 곤경에 처하게 됐다.

특히 매장 매니저들은 월급을 어음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급 대신 받은 어음 변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악덕기업 화승, 네 달치 판매대금을 어음으로 주고 수백명 매니저들에게 떠넘기고 회생신청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매니저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화승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화승 백화점 및 대리점 매니저들이 신용불량 위기에 처했다. ⓒ 청와대


A씨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2019년 02월01일 결제예정이던 전자어음이 화승 예금부족으로 부도처리 됐다. 이 문자 한통으로 저희는 '채무자'가 됐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다른 브랜드 매니저들은 일한 만큼 판매대금(급여)을 현금으로 받았지만, 저희는 어음이라는 생소하면서도 약간 두려운 표현으로 된 급여를 받았다. 지금의 사태가 발생되기 전까지는 여느 매니저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냈지만 지금이 돼서야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분들은 겁도 없이 위험하게 왜 어음을 손대느냐고 묻는다. 저희도 아르바이트부터 말단 직원을 거쳐 꿈에 그리던 매니저를 하게 되는데 면접장에서 어음으로 지급하는데 그래도 일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면접장이라는 중압감 속에서 싫으면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많으니 포기하라고 한다. 너무 하고 싶었기에 화승의 정해진 답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매니저들은 화승의 채무를 변제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게 됐다. 매니저들은 지난해 8월부터 받은 판매대금을 고스란히 내뱉게 된다.

A씨는 "일반 계약직처럼 면접보고 계약서 작성하고 본사의 간섭을 받으며 일한만큼 돈을 받는 똑같은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등록증이라는 노비문서를 들고 있어 근로자로 불리지 않는다. 속 알맹이는 같지만 겉 포장지가 달라짐에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없어 보호받지 못하는 억울한 사람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화승은 우리에게 빚을 떠넘기고 회생신청을 했다. 당장 13일까지 변재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낙인돼 카드사용금지와 개인채무까지 모두 한번에 변제해야 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하루빨리 변제하라며 저축은행의 위협과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화승 측은 은행과 상의를 통해 어음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안을 매니저들에게 내놓았다고 밝혔다. 

촉박한 일정으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매니저들을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러한 화승의 태도는 매니저들이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한번 더 각인시켜준 것"이라며 "억울한 상황이지만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게 더 처참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승은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기습적으로 신청했다. 신청 하루 만인 1일 서울회생법원은 화승에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화승의 부채는 총 2300억원 규모로 이중 납품업체에 밀린 물품 대금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과 백화점, 로드숍의 경우 보증금 및 인테리어비용 등을 따지면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승 측은 "현재 협력업체와 지급해야 할 대금 등은 파악 중"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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