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백수일기 #3. 전 뉴질랜드 공무원 토익시험 도전기

2019-02-19 09:05:50

- 토익 무용론 떠들던 자들, 모두 무릎 꿇어라

[프라임경제] 장장 1년의 휴직을 뒤로 하고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원래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쓸데없는 돈은 쌓아두지 말자는 주의라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부모님과 친척들은 애가 타는 모양이었고, 친구들이나 주위 이웃들은 한심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취업을 하려고 몇 개의 취업사이트를 뒤적여 보았다. 

취업원서를 넣으려고 할 때마다 걸리는 것이 영어였다.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영어 쓰는 나라에서 5년씩이나 일하고 온 나는 얼씨구 잘됐다 싶었지만. 어럽쇼?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인사담당자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공인된' 시험 성적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 시험 중에서 제일 싼 토익을 치게 되었다. 외국에서도 많이 치는 토플이나 아이엘츠를 쳐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너무 비쌌다. 

토플은 20만5000원이나 하는 데 비해 토익은 단돈 4만4500원만 투자하면 되니까.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영어만 써야할 직무가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어쨌든 취업원서 접수라도 하려면 시험을 쳐야 했다. 

시험은 공교롭게도 내가 졸업한 중학교에서 치러졌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50명 넘게 꽉꽉 들어차 있던 교실이 책상이 드문드문하니 두 배로 커져 보였다. 인구 절벽은 절벽인 모양이었다. 

◆토익은 '무쓸모'? 누가 그랬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토익이라는 시험은 쓸모없다는 말이 판을 쳤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치렀지만 내가 경험한 토익이라는 시험은 인터넷 정보와는 딴판이었다. 놀랍게도 아무 데도 쓸데없다는 문제들은 내가 직장에서 고스란히 쓰던 말들이었다. 그럼 실제 문제라고 공개된 문제를 가지고 살펴보자.
When does the revenue report come out?
(언제 예산 관련 보고서 나와?)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 내가 시니어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고. 

(B) At the end of the quarter.(분기 말에.)

놀랍게도 우리 팀 시니어가 했던 대답이 문제의 답이었다. 그리고 발음도 뉴질랜드 직장에서 듣던 그리운 그 발음이었다. 우리 시니어 캐서린이 녹음한 줄 알았다. 

어디 다른 문제도 보자. 
제시 지문.
'Let me take a look at the floor plan before we make a decision(결정하기 전에 사무실 배치도 한 번 보자.)'

문제.
What does the woman say she will do?(그 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할 거라고 얘기했나?)

답.
(D) Check a floor plan.(사무실 배치도 확인할 것.)

이 문제도 놀라웠다. 내가 있던 뉴질랜드 웰링턴에 지진이 발생해 사무실을 옮겨야 했던 적이 있었다. 팀원들이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고 하자 매니저가 진짜 문제와 같이 말했다. 

경험한 바, 토익이라는 영어시험은 결코 나쁜 시험이 아니었다. 나쁜 건 속성으로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 등, 그리고 단기간에 돈만 내면 점수를 올려준다는 선생님들이다. 

궁금했던 점수가 도착했다. 985점이었다. 만점은 990점이라고 했다. 내가 이 점수 받으려고 5년이나 뉴질랜드에서 공무원 생활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 건 사실이었으나 이제 한국 직장에 지원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편에는 한국 직장에 지원한 도전기를 소개하려고고 한다. 

한성규 청년기자




카카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Copyright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전 1 / 0 다음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