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트래쉬 토크' 경연장이 된 국회

2019-02-19 11:44:02

- 역사적 망언, 지도부가 사실상 옹호 '요지경 한국당'

[프라임경제] 스포츠계에서는 종종 말과 인터뷰를 이용한 심리전이 오간다. 대개 상대방의 실력을 얕잡아 보거나 약점을 꼬집어 비꼬는 식인데, 표현과 비유가 지저분한 경우가 많아 이를 속칭 '트래쉬(trash·쓰레기) 토크'라고 한다. 

트래쉬 토크를 일삼는 이유는 대게 상대방을 흥분시키고 이성적 판단을 방해해서 경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이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때문에 졌을 뿐, 실력은 내가 앞섰다"는 식의 졸렬한 변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5·18 민주화운동과 유공자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트래쉬 토크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지난 8일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공동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극우논객 지만원씨의 근거 없는 주장이 도화선이 됐다.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는 지씨의 주장에 호응하듯, 이종명 의원은 "정치적인 세력들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둔갑했다"고 말했고, 당의 원내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순례 의원은 유공자들을 향해 "이상한 괴물집단" "세금을 축내고 있다" 등의 망언을 일삼았다. 

처음 비판이 불거지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 문제이니 다른 당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보수정당 안에 여러 가지 견해차와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데 그것이 보수정당의 생명력"이라며 옹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며 불씨를 남겼다. 

망언의 주역이 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각각 입장문을 통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사과 대신 변명과 물타기로 일관했다. 

당장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여론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고집'은 꺾지 않은 것이다. 장소가 경기장에서 국회로 바뀌었을 뿐, 모두 전형적인 트래쉬 토크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 주장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미 나온 바 있다. 지난해 4월 채 모씨 등 102명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5·18 민주유공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과 관련, 1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고 다른 국가유공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수천 명에 달하는 이들의 사망·행방불명 경위, 부상과 신체장해(障害) 정도, 질병 치료 내역과 기간, 죄명과 복역기간 등의 정보는 개인의 내밀한 내용"이라며 "이름 일부를 가리고 공개해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누군지 특정할 수 있고, 사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시대로 명단공개의 후폭풍은 순기능보다 역기능 공산이 크다.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드러났듯, 개개인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려는 세력이 등장할 것이고 유공자 개개인은 무차별적인 정치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 행동거지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정치인들이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적다. 결국 이들의 발언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트래쉬 토크인 셈이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4일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의결했지만 반쪽처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국회의원 한 명을 당에서 내쫓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윤리위가 해당 발언이 5·18민주화운동 정신 및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잇따른 옹호발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떤 재발방지책을 내놓은들, 제1야당 지도부의 생각이 비뚤어져 있다면 제2, 제3의 망언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스포츠계에는 트래쉬 토크만 있는 게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덕담도 오간다. 같은 의미에서 트래쉬 토크로 도마에 오른 이들께 부탁할 것이 있다. 

"부디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 계산하지 마시길. 트래쉬 토크는 접어두고 덕담과 공감되는 말 좀 하길. 선동과 날조 말고, 제발 사실관계와 실력으로 승부할 생각 좀 가지길."

이선우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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