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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부 처분 나몰라라? '배화여대 내분' 법적분쟁 폭풍전야

"배임 의혹"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 정하봉 임기만료 퇴임…"중징계" 김숙자 총장 임기만료 목전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9.02.22 15:18:23
[프라임경제] 교육부의 '임원취임승인취소'와 '중징계' 처분에도 배화여자대학교(총장 김숙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보이고 있다. 

배화여대 내외부 곳곳에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와 대자보가 붙어있다. = 조규희 기자



교육부는 본 처분과 함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중대한 문제임에도, 배화여대 이사회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후폭풍을 우려하는 학내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교수진과 노조는 학교 측의 불합리한 결정을 비판하며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11일 교육부로부터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받은 정하봉 전 이사장은 징계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중징계 처분을 받은 김숙자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김 총장은 오는 28일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사회는 징계 논의 없이 새로운 총장을 선임하는 이사회만 개최했을 뿐이다. 

이사회는 임기만료를 앞둔 김 총장을 징계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징계를 논의하는 대신 감사패를 증정하기로 의결을 마쳤다.
 
'사립학교법 제54조 제5항(의원면직의 제한)'에는 "비위 정도가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 따른 파면‧해임‧강등‧정직에 준하는 정도의 징계(중징계)에 해당하면 의원면직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지른 임원이 사임으로 사건을 갈음하는 편법 방지를 위한 법이다. 본 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임기만료에 의한 자동면직 역시 면책 사유로 볼 수 없다.
 
배화학원 정관 제20조(임원의 선임 및 해임) 2항에는 "임기 중 임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해임한다"고 규정돼 있고, 2호에 "관할청의 해임요구가 있을 때"라고 명시돼 있다. 즉 정관에 따라 교육부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 이후 바로 해임 절차에 들어갔어야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관은 철저히 무시됐다. 배화여대 이사회는 정하봉 전 이사장이 임기만료로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도록 비호했을 뿐이다. 임기만료일인 2월28일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며 김숙자 총장에게도 비슷한 배려를 하는 모양새다.
 
◆교육부 권한 제한적…학교에 끼치는 손해, 누구 책임?
 
정 전 이사장이 받은 임원취임승인취소는 사정기관이 아닌 교육부에서 학교재단 이사진에 내릴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장 큰 징계다. 김 총장에 내린 중징계 처분 역시 파면‧해임‧정직 수준의 징계가 가능한 최고 수준의 처분이다.
 
중징계인 파면, 해임, 정직을 받으면 3년에서 5년 간 유관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 많게는 1/2에서 적게는 1/8에 달하는 퇴직금이 감액되는 불이익까지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징계의 당위성은 더 커진다.
 
애석하게도 교육부 처분이 100% 징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원 징계는 학교 고유 권한이다. 간혹 교육부 처분 요구대로 징계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처분에 비해 징계가 미흡할 경우 징계 수위를 다시 검토하도록 요구하는데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사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징계를 내릴 수 없다. 제한적 권한 속에서 처분 미이행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벌점을 주거나 행정제재를 내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전했다.
 
교육부 권한이 제한적이라고는 하지만 처분 미이행으로 받게 될 수 있는 행정처분의 강도는 학교 입장에서 상당히 센 수준이다. 

한 교수는 "교육부 행정처분에는 모집정지, 정원감축 등이 있다. 본 처분은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재정과 직결되는 큰 제재 조치다. 만약 이 같은 제재를 받게 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라며 "재단에서는 개인을 비호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잘못에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잘못에 책임지지 않아 학교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안 확대 원치 않는 배화여대 "큰 일 아냐" 발뺌
 
배화여대 이사회는 12월28일이 돼서야 비공개로 교육부 지적사항이 담긴 '배화학원(배화여대) 실태조사 결과 및 처분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정 전 이사장이 무사히 임기를 마친 12월11일 이후의 일이다.
 
당시 배화여대 이사회 회의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의장이 2016년(실제는 2017년 10월31일) 국정감사에서 김모 국회의원(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이사장(정하봉 이사장)과 현 총장(김숙자 총장)이 대학 리모델링 공사 건설회사와 설계사무소 사장과 각각 친척 관계에 있다. 또 총장이 교직원 해외연수 담당 여행사 사장과 친척관계에 있다는 등의 제보가 있다고 하면서 그 제보의 진위를 확인함도 없이 배화여대에 비리가 많다고 하니 조사해 달라고 주장하여서인지, 2018년 5월10일부터 5월15일까지 배화여대 40년 역사상 처음 감사를 받았음을 설명하다. 이어서 의장은 교육부가 실태조사 한 결과 주요 지적사항을 보내왔고 학교 측에 이의신청을 하도록 하여 각 지적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이의신청을 하고 답변하였음을 보고하고, 이하 구체적 보고 사항 및 오늘 심의 의결할 교육부실태조사 결과 건에 관한 회의 내용은 별첨으로 기록하고 이 별첨 회의록은 비공개하기로 제안하니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이를 의결하다."
 
회의록 중 "그 제보의 진위를 확인함도 없이 배화여대에 비리가 많다고 하니 조사해 달라고 주장하여서인지"라는 표현은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게 조사를 받았다'는 뉘앙스로 비춰진다.

또한 "학교 측에 이의신청을 하도록 하여 각 지적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이의신청을 하고 답변하였음을 보고 하고"라며 실질적 논의 내용은 비공개로 한 사실에 미뤄 본 사안이 해결과정에 있으며,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부담은 배화여대 관계자의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배화여대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황하영 배화여대 총무처장 겸 배화학원 이사회 법인사무국장에게 문의했으나 "나는 교육부 감사 결과에 대해 할 말도 없고 말할 위치가 아니다. 내가 대답해야 할 의무도 없지 않느냐"며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다.
 
회의에 배석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엔 "모든 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록엔 황 처장이 배속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학교의 입장을 묻기 위해 총무처장 겸 법인사무국장에 문의한 것이라는 말엔 "이미 취재가 다 끝난 것 같은데 왜 학교에 문의하느냐. 회의 일정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종료했다.
 
◆임원취임승인취소 1건, 총장 중징계 2건, 다수 경고 처분
 
교육부가 지적한 내용은 △총장 성과 포상금 지급 부적정 △학교시설 사용료 세입처리 부적정 △교비회계 집행 부적정 △학교기업 운영 부적절 △교직원 해외연수 관련 계약업체 선정 부적정 △배화여자대학교 리모델링 설계 및 공사계약 부적절 △공사 후 법정경비 미정산 등이다. 
 
예산‧회계 분야 5건, 시설‧재산 2건 등 총 7건에 대해 지적하고 △정하봉 전 이사장에 임원취임승인취소 1건, 경고 3건 △김숙자 총장에 중징계 2건, 경고 4건의 처분을 내렸다. 
 
이 중 가장 엄중한 건은 '배화여대 리모델링 설계 및 공사계약' 건으로 △이사장에는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이 △총장에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학내 노조와 교수진이 꾸준히 제기했던 의혹을 교육부가 인정한 셈이다. 
 
세부내용은 △설계용역공사(10.78억원) 수의계약 체결 △리모델링 공사(94억원)를 입찰공고하면서 전문공사(실내건축공사)에 대해 '실내건축공사' 전문면허 없이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로 제한해 입찰공고 △전기공사 미분리발주 △학교 교비회계에서 지출되는 공사에 대해 이사장이 결재하고 계약하는 등 계약담당자 부적절이다. 
 
교육부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35조 제1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 '건설산업기본법 제8조'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교비회계 집행 부적정'에 대해서는 △총장에는 중징계 처분이 △교목실장 등 3명에게는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교육부는 배화여대가 '사립학교법 제29조제1항 및 제6항', '동법 시행령 제13조제2항'을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세부내용은 △총장 개인이 이사로 재직 중인 사회복지법인에 800만원 봉사지원비 집행 △총장이 다니는 교회 관련 경조사비로 185만원 집행 △구체적 수령자 없이 감사선물 구입에 4580만4000원 집행 △이사장 초청비 및 교통비 명목으로 280만원 집행 △총장 개인이 수상한 언론사에 진행비용 명목으로 1100만원 집행이다.
 
배화여대가 교육부에서 받은 처분을 모두 합치면 △임원취임승인취소 1건 △중징계 3건 △경고 15건 △통보 8건 △시정(회수) 4건이다.
 
◆"퇴임 후라도 징계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물론 부득이한 사유로 행정처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배화여대는 △이미 수차례 이사회를 열었다는 점 △새로운 총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점 등 여러 상황으로 미뤄 총장 임기만료 시점인 2월28일까지 징계 논의를 일부러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화여대 교육부 실태조사 타임라인 정리. = 조규희 기자


 
지난 8일은 교육부가 배화여대에게 처분 이행결과를 받기로 했던 날이다. 그러나 그 날 보고는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배화여대가 지난 7일 공문을 보내 2주 간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연장을 승인해 준 기한은 22일(오늘)이다.
 
한 관계자는 "배화여대가 아무것도 처리한 게 없으니 당연히 결과 통보도 못할 것"이라며 "아마 한 차례 더 연장을 신청한 뒤 총장 퇴임 후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화여대가 여러 꼼수를 부리며 사안을 축소하는 데 혈안이 돼 있지만 재단 의중대로 본 사안이 묻히진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장된 보고 기일인 22일까지 답변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징계와 별개로 이미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수사상황에 따라 퇴임 후에라도 필요한 징계가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횡령 혹은 배임죄를 저지른 사립학교법인 임원의 재임명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사립학교법인 임원이 재임 기간에 직무와 관련해 횡령이나 배임죄를 저지른 경우 결격사유로 규정해 다시 학교법인 임원으로 임명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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