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역구인'에 '연줄 전직'...인재 확보 쟁탈전 벌어지고 있는 일본

2019-02-24 02:02:18

[프라임경제] 4반세기 만의 경기회복에 들떠 있는 일본. 그러면서 최근 5년간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300만명씩 줄고 있어 2050년엔 2500만명이 감소할 추세다. 일손 부족에 위기감이 고조된 기업들은 인재 확보 전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끝을 알 수 없는 취업빙하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80도 달라진 일본 기업의 인재 확보 시스템, 학생이 주도권을 쥔 시스템, 학생의 자소서를 검토하고 먼저 면접을 요청하는 '역구인 사이트'가 인기다. 현재 약 9만5000명이 등록하고 있고, 이용 기업도 최근 5년간 40배나 증가해 3700개사가 넘는다.

이에 더해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직원 채용담당자화도 등장했다. 연줄을 활용해 타사 직원을 끌어오는 '연줄 전직'. 지금 인재 확보 전쟁이 격화되면서 인재서비스 회사의 전직사이트에 등록한 전직 희망자가 4년 전부터 크게 증가했다.

기업의 구인난에 전직자 구인 비율은 2.36배다. 이는 1명당 2개 이상의 회사가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격변하는 인재 확보 전쟁의 현장을 가본다.

◆학생들에게 취업 선택권이 주어지다

지금까진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에 여러 장의 자기소개서를 썼다. 면접 결정권도 기업이 쥐고 있었다. 역구인 시스템에선 자소서 1장이면 오케이(OK)다. 기업들이 이 자소서를 살펴보고 학생에게 면접을 요청한다. 수용할 지 여부의 결정권은 학생이 쥐고 있다.

배낭여행 경험을 살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무라이씨. 자소서에 해외에서 창업 도전에 실패한 경험담을 생생하게 써 냈다. 뱅쿠버에서 친구와 창업을 하려다 비자 문제로 중도 포기한 얘기다. 역구인 사이트니까 마이너스로 비칠 수 있는 정보까지 드러낼 수 있었다고 한다. 무라이씨는 8개 회사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고 한 기업을 방문 중이다. 구직자 주도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블라인드 토크'로 퇴사하지 않는 인재를 확보한다

요즘 신입사원은 3명에 1명(32%) 꼴로 3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 둔다. 미스매치 때문이다. 학생은 '내가 생각한 회사'가 아니라고 하고, 기업은 '기대한 인재'가 아니라고 한다. 이런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NPO가 연 채용 사이트. 미스매치를 막기 위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기업은 회사명을, 학생은 학교명(경력)을 감춘 상태에서 블라인드 토크로 솔직하게 대화한다.

예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학생들의 속내를 경영자들은 경청하게 된다. 3시간에 걸친 대화를 끝내고 서로 프로필을 밝히고 연락처를 교환한다. 학생들은 나중에 마음에 드는 기업에 면접을 신청한다.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채용 방식, 참가자의 20%가 이렇게 만난 기업에 취직을 결정했다.

일본은 채용빙하기

채용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구매자 우위이며 앞으로 감소할 청년 인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채용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의 인재 확보가 경영의 위기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투자자들도 경영계획 실현을 위한 인재 확보 가능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직장에서 무엇을 원하는가'를 조사한 설문결과가 있다. 1위는 즐겁게 일하고 싶다, 2위는 개인생활과 일을 양립시키고 싶다. 반대로 입사 기피 직장 1위는 어두운 분위기의 회사, 2위는 노르마(할당량)를 해내기 어려운 회사, 그리고 휴일, 휴가가 적거나 갈 수 없는 회사였다.

기업은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서 청년들의 직업관이나 일에 대한 생각을 파악해야 한다.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과거의 가치관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청년들이 새로운 노동환경을 원하는 건 노동자로서 지극히 정당하다고 본다.

기업의 경영자, 인사 제도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듭나기를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연줄 전직'으로 바로 실전에 투입 가능한 인재(경력사원)를 확보하자는 새로운 흐름

신입사원 채용만으론 필요한 인재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에서 새로운 전략을 취하는 기업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직원 연줄'을 활용한 채용이다.

도쿄의 한 IT기업(300명 규모), 이 회사는 경력사원 확보를 위해 'R​eferral 채용채용'을 도입했다. 전직원이 채용 담당자가 되어 타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를 끌어온다. 연줄을 최대한 활용한 '연줄 전직', 전직시킨 직원에겐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 회사가 연줄 전직으로 확보한 사원은 5년간 50명. 앞으로도 이 연줄 전직을 인재 확보의 중심 틀로 삼고자 한다. 연줄 전직의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 직원에게 보상금 100만~200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단점은 유유상종, 즉 같은 수준의 사람만 모인다는 것이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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