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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함께하는 혁신만이 한국연극 미래" 연극인 김병호

"정보 투명 공개, 재화‧인적네트워크 등 공유…지역사회와 연계해 경제문제 해결"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02.24 02:29:33
[프라임경제] 지난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이슈가 등장하면서 연극계는 파문에 휩싸였다. 연이어 터진 성폭력 '미투운동'으로 또 한 번 큰 몸살을 앓아야 했다. 가장 순수하고 진지한 문화 영역인 연극계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전에 없던 홍역을 앓았던 것이다.   

극단 '즐거운사람들'의 김병호 단장은 한국 연극 본연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오는 25일 치러지는 한국연극협회 26대 이사장 선거에 나선 것이다.  

막바지 선거유세로 바쁜 그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전국 110여개 지부를 고루 다니느라 지쳤을 법도 하지만, 연극계 이야기를 시작할 땐 뜨거운 열정이 기자에 그대로 전달됐다. 

김병호 단장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력과 수식어가 있지만, 본인은 '연극 공연연출자'로 불리길 원한다. = 김동운 기자


그는 지난 33년간 연극계에 몸담아온 그야말로 살아있는 연극인이다. 한국연국협회·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이사, 극단 즐거운 사람들 단장·예술감독 등 그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력이 있지만 그는 '연극 공연연출자'로 불리길 원한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연극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연극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며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그가 '함께하는 혁신'을 슬로건으로 세운 이유다.  

그는 "연극인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든든한 동지가 되는 한국연극협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이전에 못다 한 연극적 소임을 다하며 회원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김병호 단장과의 일문일답.

-협회 이사장 출마의 결정적 계기가 궁금하다.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미투 등 문제로 인해 연극계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태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연극협회 이사로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고, 책임을 통감한다. 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바꾸고자 출마하게 됐다. 

연극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에 있었던 심각한 문제들로 인해 연극인들이 점점 더 무기력하고, 비관에 빠진 연극인이 많다. 연극을 하고자 스스로 뛰어든 열정 많은 인재들이 스러져가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사장에 취임된다면 반드시 3년 임기 내에 비전으로 제시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현재 연극인들에게는 사회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극인들이 사회와의 교감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협회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회의 재화와 인적 네트워크 등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함께 하는 혁신'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핵심공약은 어떤 것인가. 

▲첫 번째로 창작환경을 위한 혁신을 약속하겠다. 가장 큰 공약은 서울에 있는 국립극단에 이어 권역별 제2 국립극단을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문화예술회관과 같은 연극을 위한 하드웨어는 충분히 많은 상황이지만 이를 받쳐줄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또 현재 사립극단에 들어가는 지원금은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지 않다고 보고, 비효율적인 지원방식도 고쳐나가겠다.

다만 사립극단들이 공공영역에 의존하는 상황이 고착화되면 안 된다. 이를 해소하고자 사기업과 연계한 '한국연극제작금고' 등 재원 마련을 통한 자구책도 함께 꾀할 것이다. 

김병호 단장은 연극인으로서 지역사회와 다양한 연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즐거운사람들


두번째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연극인들을 위한 복지 혁신이다. 현재 연극인들의 출연료는 천차만별이다. 단가가 형성돼있지 않다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표준 단가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고, 연극인들 법정 최저임금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정당한 인건비 책정을 하고자 한다.

또 직업 사정상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들지 못한 연극인들이 매우 많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나 한국고용노동부의 지원제도가 있지만 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를 연극인들이 활용하고, 누릴 수 있게 정책연구소를 통해 꾸준히 연구하고, 정치권과 접촉해서 지속적인 연극인들 복지 향상을 도모하겠다.

마지막으로 사무국 운영 시스템을 혁신하겠다. 사실 협회의 상황은 열약한 것이 현실이다. 직원들도 이사장이 바뀔 때 마다 교체되며 장기적인 행정업무 수행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폐단을 고치고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강화시킨다면, 사무국 신뢰도가 높아지고 회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연극인들의 경제적 여건 개선에 대해서는 어떤 해결방안이 있나. 

▲단기적으로 봤을 때, 관리편의적 시스템으로 인해 획일화되고 단발적인 지원금 제도를 먼저 손봐야 한다. 이는 효용성이 매우 떨어지는데다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아 문제가 많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인 지원금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사회적 관계망을 활용하고자 한다.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하여금 연극계에 관심을 갖고, 후원을 끌어내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절대적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가야 한다. 초기에는 단순히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겠지만, 상황이 진전되고 관계성이 성숙되면 후원자가 되기도 하고, 지지자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와 같은 관계의 발전은 배우 개개인이 혼자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이를 협회가 돕고자 한다.

-영화나 뮤지컬 등에 비하면 연극은 순수 예술 성격이 강하다. 연극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개선해야 할 점은.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시민사회에서 생활연극, 생활문학 같은 취미활동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인 흐름이다. 이에 부응하고, 생활연극 분야에 협회의 전력을 다해야 한다. 생활연극인들을 끌어들이고, 전문연극인들과 교류가 이어진다면 과거에 잃어버렸던 대중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성을 위해선 무대 안의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넘어 관객이 될 수 있는 대다수의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비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노출의 기회를 의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연극 홍보는 극단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가 적다. 협회차원에서 나서서 미디어매체와 협력해 연극계를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덧붙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재 연극협회 회원 8000명중 5000명만 회비를 낸다. 이제까지의 협회의 모습에 실망해 이탈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연극인들이 연극협회에 가입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돕겠다.

아울러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연극계를 살리겠다. 점차 시장규모가 줄어들다보니 공적지원금을 받지 못한 순수예술 시장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다만 다행히도 대한민국 문화예술 관객들은 조금씩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순수예술시장을 다시 만들겠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문화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사회로 전환되길 바란다. 연극이 일상예술로 인식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연극계가 함께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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