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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업 강행' 르노삼성 노조, 협력업체는 무슨 죄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19.02.28 15:40:00
[프라임경제] 최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을 보고 있자면 주된 업무가 파업처럼 비춰진다. 공회전을 거듭하며 장기화로 이어진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비롯된, 그리고 르노삼성과 르노 그룹의 간곡한 호소도 외면한 채 파업만을 강행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총 16회의 본협상을 벌였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르노삼성 노조는 총 42차례, 160시간 정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생산차질은 9000여대, 1600억원의 손실, 98%에 달하던 공장가동률도 75%까지 떨어졌다.

사실 노조는 자신들의 행보가 무조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노조는 르노삼성의 상황을 악용하고, 강력하게 압박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로 인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부산공장 물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종료되는데다, 르노 그룹에서도 노조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불가피한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최근 르노 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맡고 있는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을 방문해 "부산공장처럼 전체 생산물량 중 수출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장들은 수출물량 확보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부산공장의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물량 배정경쟁에서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예로 들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임직원 1300명을 내보냈고, 우여곡절 끝에 3년간 임금동결을 골자로 한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신차물량을 배정받고 회생했다고 언급했다.

즉, 부산공장이 안 그래도 시간 당 생산비용이 르노 그룹 내 공장 중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으니까, 부산공장이 맞닥뜨린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사실상 르노 그룹이 르노삼성 노조에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때문에 노조는 회사 사정은 나 몰라라 한 채 자신들 배 채우기에만 급급한 움직임을 멈추고 적극적인 자세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 

이에 더해 르노삼성 협력업체와 부산지역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르노삼성자동차수탁기업협의회'와 '부산상공회의소'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진전없는 협상과 파업으로 협력업체들과 지역 경제가 모두 큰 위협 상황에 놓였다고 입 모아 하소연했다.

따라서 노조가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다가는 노조 스스로의 몰락은 차치하고 협력업체마저 안타깝게 위기에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부산공장 근무자 2300명, 여기에 1차 협력업체 260곳을 포함해 중소 협력업체(대기업·중견기업 제외)의 종업원수가 6만4000명이다. 

노조가 당장 눈앞의 몫만을 챙기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에 앞서 자신들의 욕심이 일거리를 해외로 밀어내는 것이 아닌지를 되돌아보고, 국내공장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울여 모두와 상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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