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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버닝썬에 엮인 르메르디앙, '호텔의 품격' 회복하려면…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9.03.04 18:30:37
[프라임경제] 근래 종영한 한 드라마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그 자체가 가진 이야기의 힘도 독특했지만 한 의혹 사건과 연관지어 볼 대목이 있어서다.

'황후의 품격'은 뮤지컬 배우가 황제에게 시집오면서 궁의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우다 대왕대비 살인사건을 계기로 황실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황실 붕괴의 결정적인 계기는 태후가 아무도 모르게 천금도라는 섬에서 재배한 양귀비 때문이다. 양귀비를 통해 황실 '마약 쿠키'를 제조, 판매하면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입이 태후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온갖 비리의 왕국이었던 황실은 황후의 품격으로 와해된다. 역사속으로 사라진 황실이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버닝썬' 이슈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중에 마약 쿠키와 황후의 품격이 함께 떠올랐다. 버닝썬 직원의 손님 폭행으로 시작된 이슈는 경찰의 폭력이라는 충격적 논란도 모자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 판매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경찰 유착 논란에 성 접대 의혹 등 계속 심각한 문제들이 고구마 덩굴처럼 나오는 상황이다. 

버닝썬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려 버닝썬 주요 관계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에게 우선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투자자들에 대한 성 접대 의혹에 휘말려 체면이 크게 깎였다. 진실공방에 계속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상대적으로 덜 입길에 오르내리지만, 버닝썬 문제로 어찌 보면 오히려 더 심각하고 긴 상처를 걱정해야 한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바로 버닝썬이 위치한 르 메리디앙 호텔 문제다. 

르메르디앙서울 이사가 버닝썬 이사를 겸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호텔 로비 1층 장애인 화장실서 집단 마약을 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5성급 호텔이 집단 마약과 성 접대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는 의혹에 르메르디앙 호텔의 이미지 하락은 명약관화하다는 우려가 높다. 

버닝썬 투자사의 대표 C씨가 최근까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사실이 도마에 오르면서 버닝썬과 특수관계에 있는 그가 '경찰 민원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C 대표는 바로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시 버닝썬의 자본금은 5000만원으로 아직 이 같은 지분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C 대표의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의 42%를 소유한 주요 주주인 셈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르메르디앙 측은 투자금액이 적고 버닝썬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르메르디앙이 클럽 경영을 안 해 봤으니 C 대표를 감시 차원에서 등기이사로 등록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버닝썬 경영 간섭은 없었다는 이 설명을 믿을 수 있을까? 10억원을 빌려준 것 역시 2017년 당시 '승리' 브랜드가 좋아 투자했다고 했다. 은행이자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였다는 항변이라 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다름아닌 이미지, 그 자체다. 호텔업계에선 르메르디앙이 버닝썬의 최대주주라는 명백한 논란이 이미 엄중한 문제 그 자체라고 한탄한다. 금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여러 정황이 르메르디앙 호텔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 수많은 호텔리어들의 엄정한 자기 관리와 겉돈다는 논란이다. 업계의 금도를 어긴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자체가 수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5성급 호텔의 품격을 떨어뜨렸다고 뼈저린 지적인 셈이다. 

한 5성급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5성급 호텔의 경우 클럽을 운영하지 않는다. 정해진 규율은 아니지만, 호텔 품격을 위해 그렇게들 한다. 현재 국내 5성급 호텔 중 하얏트가 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버닝썬과 같은 클럽은 아니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르메르디앙이 외국계 호텔이라 본사의 방침에 따라 클럽을 운영했을 수도 있지만, 전원산업이 최대주주인 만큼, 굳이 본사의 의견을 따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렇다면 정말 문제다. 

버닝썬은 드라마 속 황실과 비슷해 보인다. 마약과 권력(경찰)이 얽힌 비리여서만은 아니다. 가장 깨끗해야 할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업종이라고 황실과 호텔계를 함께 묶어 본다면 이는 기자가 지나치게 순진한 때문일까?

이미 버닝썬은 황실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버닝썬은 폐쇄됐고,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르메르디앙은 경찰 조사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물론 르메르디앙이 드라마 속 황궁처럼 박물관으로 사용되지 않겠지만, 향후 이 곳에서 마약 파티와 성 접대가 이뤄졌다는 '역사'가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회피 또한 '5성 품격'에 맞지 않는다. 철저히 바닥으로 떨어진 뒤에 새로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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