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교통사고는 사건접수 안 된다?…안타까운 갑론을박

2019-03-08 15:25:14

-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분 기다려야 하다니" vs "무단횡단 사고, 보호자 과실"

[프라임경제] 지난달 20일 밤 80세 치매환자 이용희(가명) 씨가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이씨는 위중한 상태. 이를 두고 이씨 보호자 측은 버스회사 A사에 사건접수를 요청했지만 A사는 보호자와 치매환자의 과실로 접수를 거부했다. 

A사의 거부에 보호자 측은 버스공제조합을 통해 사건을 직접 접수한 상태다. 버스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 치료비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사고를 낸 버스회사가 해당 공제조합에 사건을 접수시키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A사가 과실 없음을 주장하면서 공제조합에 사건을 접수시키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강제접수'가 이뤄졌지만, 지불보증과 관련한 문제가 남아있다. 보호자 측은 버스공제조합에서 지불보증서를 지급할 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 공제조합은 강제접수가 이뤄지게 되면 보험 담당자와 합의를 거쳐 지불보증 유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보호자 측은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지불보증서를 발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매환자 방치 "과실 없다" vs "버스기사 전방주시 소홀"

사고가 난 날짜는 지난 2월20일 오후 8시30분경. 치매와 폐암4기 판정을 받은 이씨(80세)가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몇 시간 전, 치매 할머니 이씨의 아들 윤 모 씨는 이씨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일을 마치고 아들 윤씨는 어머니를 병원 현관 입구에 기다리게 하고, 차를 가지러 지하주자창으로 갔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윤씨는 차를 가지고 현관으로 올라왔지만 어머니 이씨는 자리에 없었다.  

▲지난달 20일 치매 환자가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호자 측은 버스회사에 사건접수를 요청했지만, 버스회사는 보호자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사건 접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없음. ⓒ 프라임경제


윤씨는 바로 112에 실종신고를 했으며, 경찰과 가족들이 함께 할머니의 행방을 쫒았다. 경찰은 182에 신고할 것을 권유했고 윤씨는 182에 상황을 접수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안타깝게도 치매환자 이씨는 버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윤씨에 따르면, 이씨는 혜화로타리 도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고 있었고 이를 발견한 버스들은 이씨를 피해 갔다. 하지만 이씨를 발견하지 못한 A사 운전기사가 이씨를 치었다. 

이 사고로 이씨는 골반뼈가 모두 으스러지고, 대동맥 박리(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질환) 진단을 받았다. 

◆"과실유무 따지고 접수…돈이 들어가고, 버스기사도 피해자 될 수 있기 때문"

사고 직후 보호자 측은 사고를 낸 버스회사에 사건접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치매환자를 방치한 보호자의 책임이고, 이씨가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을 해 버스운전기사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사고가 날 경우 무조건 사건접수를 하게 되면 공제조합에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있는 운전기사들 역시 피해자가 된다. 과실 유무를 정확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들 윤씨는 "횡단보도에서의 사고였고, 치매환자라는 이유로 사건접수조차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치매환자를 방치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차를 주차장에서 빼오는 짧은 시간에 사라진 것"이라며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조사관 역시 (공제조합에) 사건 접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경찰 CCTV를 확인한 결과 어머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돌아오길 반복하셨다. 다른 버스들은 어머니를 피해갔으나 사고를 낸 해당 버스가 어머니를 발견하지 못했다. 처음 어머니가 사라지고 난 뒤 경찰 신고를 비롯한 모든 기록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사 사고 담당자는 "치매환자를 방치한 것은 보호자의 책임이다. 해가 진 시각이었고, 사고가 난 장소는 버스전용차선이었다. 버스기사가 무단횡단을 하는 할머니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사건접수에 대해 권한은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사건의 시시비비를 법적으로 가릴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즉 보호자 측은 충분히 버스운전기사가 이씨를 발견할 수 있었고,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조사관으로부터 버스기사가 전방주시를 소홀히 했다는 의견을 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버스회사 측은 버스기사가 이씨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무단횡단의 경우 법적으로 운전기사의 무죄가 입증되는 사례를 들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강제접수 후 '지불보증' 발급 유무, 공제조합 판단

현재 윤씨 등 보호자 측은 경찰조사를 마치고 버스공제조합 측에 직접청구(사건접수)를 진행한 상황이다. 직접청구는 했지만, 공제조합에서 발급해야하는 지불보증서 발급 유무는 공제조합의 판단으로 남아 있다. 지불보증서를 병원에 제출하면 병원에서 공제조합에 비용을 청구하게 된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현재 버스회사 측에 사건접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만일 버스회사측에서 접수를 하지 않을 경우 공제조합의 집권 하에 강제접수를 진행한다. 접수번호는 늦어도 다음 주 화요일(3월12일) 보호자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접수가 되면 공제조합 보험담당자가 사건 경위를 파악한 후 지불보증을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공제조합의 지불보증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 측은 가불금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불금제도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가불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무조건 책임보험이 보장하는 치료비의 100%와 후유장해비 등 손해액 50%를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는 100% 면책(가입자 잘못이 전혀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 

손해액의 절반을 일단 지급하고, 추후 과실여부가 명확해지면 더 지급한 만큼은 보험사가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돌려받지 못하면 정부가 대신 변제한다. 

피해자 아들 윤씨는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버스기사를 기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버스회사 측은 여전히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4일 강제접수를 했고 3월11일 강제접수 내역이 조회될 것 같다. 하지만 지불보증서 발급 유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제조합에 직접접수를 하기까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피해자가 가해자(사고를 낸 버스회사)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Copyright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