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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전두환, 그리고 악마의 청력

 

박성준 청년기자 | press@newsprime.co.kr | 2019.03.13 11:06:00
[프라임경제] "재판장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지난 11일 광주지법 법정에서 전두환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본인의 이름을 단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막말을 퍼부었고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광주지법 후문에 도착한 전씨를 향해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사죄하라"고 외쳤지만 전씨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태연히 법정으로 향했다. 오후 3시46분 재판이 끝나고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취재진을 뿌리치며 "이거 왜 이래"라며 짜증을 내는 모습이 하루종일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며 보는 이를 분노케 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한 방청객에 따르면 재판 중 사죄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가 법정 안에까지 들려왔지만, 전씨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재판 내내 눈을 감고 졸기까지 했다는 것. 

이날 광주지법 앞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마저 학교 창문을 통해 "전두환은 물러가라"며 소리쳤다는데 실로 대단한 인물이다. 

전씨는 끝내 사과는커녕 본인의 행동을 인정하지도, 사죄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았다. 진정 절규하는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을까?

그는 앞서 알츠하이머병과 독감을 이유로 10개월 동안 법정 출석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 당시 행동과 골프를 치고 점수 계산을 스스로 했다는 점, 공식 석상에 등장해 보인 모습으로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재판과 여론 앞에 서는 것을 피하고자 환자인 척 연기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악마도 이보다 사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귀가 먹었다고 주장하는 전두환씨에게 해줄 말이 있다.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당신에게 고통 받은 사람들의 비명으로 청력을 상실한 듯하다.

귀가 먹고 기억을 잃어도 살인마는 살인마다. 당신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낼 기회를 잃었다. 지옥에 가서 부디 청력을 되찾고 비명 속에 갇혀 영원히 고통 받길 바란다.

박성준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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