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백수일기 #4. 3개 국어 능력자도 노오력이 부족해!

2019-03-13 11:16:57

[프라임경제] 우리 집은 석남사라는 절 가까이에 있는 깡촌이지만 광역시에 속해 있다. 울산광역시와 울산경제진흥원은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기업과의 매칭을 통해 일과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유드림(U-Dream)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좋은 사업임이 분명해 보이니 직접 참여해 봤다. 

사업의 본래 명칭은 '미래 도약의 한걸음,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2018 U-Dream사업'이었다. 지원 대상은 2030세대로 아직 마흔이 안 된 덕분에 가까스로 지원 대상에 속할 수 있었다. 

사업의 목표는 진로를 정하지 못한 미취업 청년에게 희망 직무에 대한 지역 기업과의 매칭을 통해 현장의 다양한 경험(직무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직무에 필요한 구직역량강화활동을 통해 취업 정착화 한다···는 거창한 내용이다. 긴 사업명칭처럼 멋들어진다.

벌써 1년이나 놀고 있는 나에게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기회 제공, 직무에 필요한 구직역량강화 같은 거창한 말은 필요 없었다. 그냥 부모님이 계시는 곳 근처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구직자에게는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말이 경험과 기회제공, 구직역량 강화였지 최저 임금에 주 20시간 근무(정말로?)+회사 사정에 따른+a(알파)근무, 그리고 3개월 내에 언제라도 잘릴 수 있는 초단기 계약직이었다. 다행히 사업을 진행하는 대리님은 나를 좋게 봐주셨다. 인사치레겠지만 담당자 대리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스펙이 대단하신데요?" 

미군기지 공군장교 경력이나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세무교육이나 어카운트매니저 근무경력, 네다섯 개 정도 하는 외국어 능력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소개받게 된 곳은 울산 북구의 산업단지에 있는 한 중소기업이었다. 그 회사는 영어 통역과 일어 통역을 할 영업직 사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가 조건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업무 요구를 충족할 것'이 있었다. 

공단은 최대한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고, 울산에서도 한쪽 구석에 사는 나는 정반대의 구석으로 장장 2시간25분에 걸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탄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버스에서 내려 땀을 뻘뻘 흘려 25분을 언덕길을 올라갔지만 처음 들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예? 통역 인턴이요? 벌써 뽑았는데요."

화가 나기 황당했다. 면접을 보기로 한 이사를 찾았다.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저기요? 오늘 면접 보러 온 한성규라고 하는데요."
"무슨 면접요?"
"영어 통역이요."
"아, 통역 알바. 그거 벌써 뽑았는데. 더 빨리 오지."

이건 무슨 선착순도 아니고. 면접 시간을 잡고, 약속 시간의 10분 전에 도착한 내가 얼마나 더 빨리 와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영어도 하고, 일어도 하고, 중국어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것도 영어, 일어, 중국어로 세무교육 워크숍을 진행할 정도라고 했으나 그 이사라는 분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표정이었다.

계속 자기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몸으로 말씀하시기에 다시 25분 동안 언덕길을 걸어 내려와 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취업 시장은 좁고 구직인력은 정말 많은 것 같았다.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사람 좋으신 대리님께는 기회가 닿지 않아 다른 자리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대리님은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는지 물었다. 한국에서는 영상산업이 부흥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군대에서 정훈장교로 3년 동안이나 영상을 만든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소개 받게 된 회사가 울산 지역의 한 미디어 회사였다. 이번에는 청년이 대표라고 해서 뭔가 말이 잘 통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 갔다.

면접 시간에 도착한 나를 맞이한 사람은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계신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셨다. 아주머니는 대표가 40여분 늦는 동안 자기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내 마지막 직장이 뉴질랜드 국세청 이었다고 하자 세금신고 할 줄 아냐고 물었다. 그런 업무가 아니고 회계법인 관리나 지하경제 조사, 분석, 세무교육을 했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내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40분이 넘게 늦고 있는 청년 사장은 그 회장님의 아들인 듯했다. 회장님이라는 분은 일단 친절하긴 했다. 

청년 사장님이 도착했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말끔한 외모를 지닌 젊은 분이었다. 우리는 30분 넘게 대화를 나누었다. 굉장히 매너가 좋고 친절한 분이었다. 요지는 지금 유튜브로 회사를 홍보하려고 하는데 어떤 아이디어가 없냐는 거였다.

나는 회사의 브랜드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타겟을 잡아서 영상을 구성해봐야 한다고 했으나 자기는 벌써 영상팀이 있고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며칠 후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노오력을 해야지!'

이렇게 내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도전기는 끝이 났다. 동네 어르신들은 말했다.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내 생각에는 나는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백수임에도 새벽 6시 전에는 일어나고 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읽어보겠다는 기세로 인문학, 철학, 경제서 등을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최소 5권의 책은 읽는다.

새로 러시아어도 공부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더 노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오늘도 자기 전에 내일은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한성규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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