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말기 치매노인, 교통사고로 '인공호흡기'…'소극적 안락사' 논란

2019-03-14 15:41:30

- 보호자 "연명치료 중단 서약하고도, 고문실 같은 병실에서…" vs 병원 "임종 직접 사유 안돼"

[프라임경제] 치료 효과 없이 단지 목숨만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것을 선택하는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이 1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탄력성 있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직 존엄사법은 '임종 직전 단계'에서만 치료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아닌 경우 연명치료 중단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자와 병원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보호자 측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생명 유지에 대한 의미가 없을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병원 측은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 아닐 경우 연명치료 중단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4일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됐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또한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이 닥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 법은 죽음이 수일·수주로 임박한 환자에게만 적용되는데 환자가 임종 시기에 있는지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판단한다.

평소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놓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사람은 '임종 시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3개월 시한부 암 환자, 교통사고로 입원…병원 선택은 '연명치료'

지난달 20일 치매와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이용자씨(가명)는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이 씨는 골반뼈(고관절)가 모두 부서지고 대동맥 박리 판정을 받아 중환자실에서 2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폐암 말기인 이 씨는 가족동의 하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 폐암으로 인해 생명이 위독해지더라도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 씨의 남은 시간을 3~4개월로 봤다. 이미 암이 온몸에 전이된 상태고, 치매로 인한 뇌손상 진행도 빨라 이 씨의 가족 역시 연명치료가 무의하다고 판단했다. 

▲일명 '존엄사법' 시행이 1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탄력성 있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연합뉴스


이 와중에 이 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실에서는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로 인공호흡기를 꽂았다. 

문제는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보호자와 병원 측의 입장이 갈리면서다. 

보호자 측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동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도 중단돼야 하는 입장이고 병원 측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 없어 치료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 

보호자 A씨는 "응급환자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꽂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인공호흡기로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반뼈가 모두 부서졌지만 온몸에 전이된 암으로 인해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머니는 암과 교통사고 두 가지 고통을 고스란히 받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환자실에 계신 어머니를 면회할 때마다 엄청난 고통에 우신다. 대동맥 박리와 고관절이 박살났고, 암과 사고로 인한 고통을 한시간 동안 투여되는 모르핀에만 의지하는 상황이다. 모르핀 또한 과량 투여 시 사망할 수 있어 1시간 투여 후 4시간 쉬고 한시간 투여하는 방식이다. 어머니가 계신 중환자실은 마치 고문실과 같다"고 토로했다.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씨를 위해 A씨는 서울대학교병원 윤리위원회에 제소했고,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2월 말 윤리위원회를 열고 회의를 진행했다. 

윤리의원회의 결정은 '인공호흡기 유지'였다. 호흡기를 떼고 이 씨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경우 병원 측은 현행법상 살인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인공호흡기) 의미 없다는 것을 병원 측에서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임종단계 직전'이란 규정 때문에 시행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암·교통사고 두 가지 고통…'임종단계 직전' 문구 탄력성 있게 적용돼야 

A씨는 어머니 이 씨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시키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어머니가 3~4개월 동안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느끼기보단 요양병원으로 옮겨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처음 환자의 안정을 이유로 퇴원을 거부한 서울대학교병원이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이 씨는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2주가량 중환자실에 입원한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본 A씨는 '임종단계 직전'이라는 문구가 탄력성 있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직접적인 임종의 원인이 되지 않더라도 소극적 안락사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환자의 고통을 줄여줄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끔찍한 고통 속에 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뇌 경련까지 온 상태라 어머니와 가족 모두 너무나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존엄사법이 시행되면서 품위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극적 안락사의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공론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존엄사법 제정의 기폭제가 됐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론화되면서 지난해 존엄사법이 통과된 것처럼 소극적 안락사 법 역시 하루아침에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견 공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2월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는 기관지 수술을 받던 중 폐혈관이 터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병원이 할머니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결국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 제거 후 201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법원은 치료를 해도 살 가능성이 없는 경우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C병원 관계자는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허용 여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존엄사가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쉽지 않은 만큼, 좀 더 다듬어진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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