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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규직화 "빛 좋은 개살구" 실망감만 높아져

노동자 처우 개선? '글쎄'…애꿎은 아웃소싱 업계만 '울상'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9.03.15 18:30:07
[프라임경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초기 취지를 무색케 하는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에 대한 불만과 함께 아웃소싱 업계 불황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다. 노사 간 협의가 미뤄지면서 업무가 마비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엄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2달 만인 2017년 7월 20일 상시적이며 지속적 업무를 맡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함으로써 노동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정책이 발표되자 노동계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꽃길'만 걸을 것 같아 보였다. 불과 2년도 전의 일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예산이 정해져 있는 공공기관이 정부 방침에 난색을 표한 것.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화 하는 '자회사 방식'이라는 꼼수를 썼다.

◆자회사 방식 "무늬만 정규직"…아웃소싱 업계 위축

자회사 방식이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해법처럼 자리하면서 우후죽순 자회사가 설립됐다. 정부는 정규직화의 성공을 홍보했으나 일각에선 수치만 달성했을 뿐 노동자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진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간혹 공공기관이 아웃소싱 자회사를 하나씩 찍어냈을 뿐이라는 강도높은 비판이 들리기도 한다.

이 같은 최근 경향을 두고 업계에선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명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며 "자회사 방식이 노동자에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정책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아웃소싱 업계에선 불만이 더 크다. "아웃소싱 업체 정규직 인력을 원청 자회사로 소속만 바꾸는 게 정규직화인가" 등의 노골적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책의 본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 부문에서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의미는 아웃소싱이 필요한 업무를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에 배분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일정 기간마다 입찰로 재계약이 결정되던 기존에 비해 서비스 질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갑작스런 시장 감소에 대한 하소연도 이어갔다. "하루아침에 20만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아웃소싱 시장이 사라지면서 업체별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매출 규모가 축소됐다"며 "이는 직원 수 감축으로 이어져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기준에서 일자리가 창출됐을지는 몰라도 반대급부로 아웃소싱 사의 직원은 감소했다"며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라며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노사 간 협의 실패…업무 차질 이어질라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한 기관의 노동자는 예전과 비교해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자회사 전환 후 자회사 운영비용이 새롭게 발생하면서 오히려 노동자의 처우가 나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단 노동계의 불만족뿐만 아니라 실질 혜택 없이 국민 부담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제대로 성과도 내지 못한 상태로 예산만 늘어난 꼴"이라고 지적하며 "그 과정에서 증세나 서비스비 증가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환 계획에 차질을 빚는 기관도 늘고 있다. 대표적 케이스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다. 캠코는 청소 등 다른 업무 종사 인력과는 자회사 방식에 합의했지만 콜센터 상담사와는 여전히 줄다리기 중이다.

자회사로의 전환과 캠코 정규직을 원하는 둘 간 간극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캠코는 임시방편으로 '고객지원센터 위탁 운영' 공고를 냈다. 문제는 본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기존 운영사가 한 차례 기한 연장을 해 준 상황에서 새 운영사를 낙점하지 못하면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그럼에도 관계자는 "노조와 사측에게 휘둘리며 어렵게 운영해 봐야 남는 것도 없고, 1년 계약이지만 6개월만 보장되는 계약안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본 입찰을 바라보는 대다수 업계의 관점이 이와 같다. 계약 만료일인 오는 4월30일까지 신규 운영사를 찾지 못하면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 상황이 캠코보다는 노조에 유리하다는 분석 역시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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