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의 명리학으로 읽다.1] 사천만 배우 류승룡의 '메멘토 모리' 이야기를 읽다 ①

2019-03-18 09:10:52

[프라임경제] 오늘부터 새 칼럼이 시작됩니다. 칼럼의 제목은 '이혁재의 명리학으로 읽다'입니다. 이 칼럼에서는 생존의 깔딱고개를 넘어선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깔딱고개에서 치유를 돕는 처방을 운명처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처방은 운명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치유를 돕는 처방은 죽음과 장애와 상처와 아픔의 기억을 딛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름의 기억들을 딛고서 주인공은 또 다른 사람으로 거듭 태어납니다.

이제 곧 첫 번째 주인공인 영화배우 류승룡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천만 배우 류승룡은 생존의 깔딱고개에서 '메멘토 모리'를 기억해 냈습니다. '메멘토 모리'는 'Memento mori'라고 씁니다. 그 뜻은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류승룡은 어떤 죽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 그의 '메멘토 모리' 이야기를 기억의 명리학의 도움을 받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생존의 깔딱고개와 기억의 명리학

기억의 명리학에서는 다섯 이야기의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다섯 이야기란 신화와 영웅담과 종교와 과학과 문학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기억의 명리학에서는 다섯 가치의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다섯 가치란 사랑과 위대함과 양심과 이성과 자유의 가치들입니다. 운명의 명리학에서는 흐릿하고 없던 것들이 기억의 명리학에서는 뚜렷하게끔 바뀝니다. 더 궁금한 분들은 '이혁재의 건강창작소' 가운데 열한 번째 칼럼을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생존의 깔딱고개에서 성숙함을 돕는 가치는 십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 장애 상처 아픔을 딛고 치유하는 처방은 △의식주 처방 △미디어 처방 △행동 처방 △여행 처방 △종교 처방 △과학 처방 △예술 처방 △문학 처방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처방들은 십이지에서 찾게 됩니다.

생존의 깔딱고개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그때가 어느 해였는지를 기억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임진년이라고 하면 임진왜란이 떠오르고, 기미년이라고 하면 3·1운동이 떠오릅니다. 꼭 육십갑자가 아니더라도, 2002년은 월드컵의 해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올해를 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설이나 입춘에 계획을 세워 2019년의 의미를 담습니다. 2019년 기해년은 저마다의 황금돼지해가 됩니다. 어쩌면 그들 가운데 몇몇은 올해가 생존의 깔딱고개를 만나는 해일지도 모릅니다. 고개를 넘어 거듭 태어나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류승룡은 어느 해에 생존의 깔딱고개를 만났을까요. 어느 해에 그는 죽음과 장애와 상처와 아픔을 겪었을까요. 이 어려움을 딛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는 어떤 가치를 성숙시켰을까요. 그때 치유를 위한 류승룡 나름의 처방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70년 경술년, 위대함의 예술과 참회의 문학

경술년은 '庚戌年'이라고 씁니다. 영화배우 류승룡은 1970년 경술년에 태어났습니다. 류승룡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초·중·고교 12년 동안 반에서 회장을 맡았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동기회장을 맡기도 했다는군요. 대학의 선후배와 동기들은 여러 사람을 두루 챙기던 사람으로 그를 기억합니다. 한마디로 맏형이 배려하듯이 주위 사람들과 지낸 듯합니다.

류승룡의 이러한 삶은 경술 가운데 경의 가치와 잘 어울립니다. 경은 음양오행으로는 양이면서 금입니다. 금의 윤리적 가치는 떳떳함(義)입니다. 떳떳함이란 가치가 소중한 사람은 위엄(양의 측면)이나 절제(음의 측면)를 갖춘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때 양의 기운이 강한 경금은 위엄이 절제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젊은 시절 류승룡의 삶은 위엄과 떳떳함과 위대함이 키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류승룡은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합니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예술의 꿈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같은 과 동기 가운데에는 안재욱, 정재영, 황정민, 신동엽, 임원희, 김현철, 강현식 등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그의 꿈은 차근차근 자라납니다. 그런 그에게 연극무대가 얼마나 소중한 들판이었을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듯합니다.

이 시기 류승룡의 이야기는 경술 가운데 술이라는 들판과 어울립니다. 이 들판은 문학과 예술의 들판입니다. 술은 음양오행으로는 양이면서 토입니다. 토는 사람다움의 믿음(信)이자 자유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믿음과 자유는 문학과 예술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술토는 문학처방과 예술처방이 담긴 들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이라는 들판에는 신정무(辛丁戊)라는 가치가 담겨있습니다. 신은 음금으로써 떳떳함과 위대함을 지향하는 절제라는 가치입니다. 정은 음화로써 치레(禮)와 양심을 지향하는 참회의 가치입니다. 무는 양토로써 믿음과 자유를 지향하는 진정성의 가치입니다. 술에서는 무토와 정화가 만나 진정성과 참회로써 자유와 양심을 지향하는 문학처방이 만들어집니다. 무토와 신금이 만나 진정성과 절제로써 자유와 위대함을 지향하는 예술처방이 만들어집니다.

류승룡은 어땠을까요. 자유와 위대함에 더 끌렸을까요, 아니면 자유와 참회에 더 끌렸을까요. 내 나름의 답을 한다면, 류승룡은 문학처방보다는 예술처방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어진 듯 합니다. 하지만 배우 류승룡의 이어지는 삶에서는, 문학처방이 두고두고 중요해 보입니다. 이어지는 그의 삶에서 자유의 진정성과 양심의 참회라는 생존의 깔딱고개가 잇달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체면과 허세 때문에 진정성이 가려질 때나, 오해가 풀리지 않아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때는 문학의 들판에서 흘리는 참회의 눈물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런 눈물은 류승룡이 태어난 달인 정해월의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정은 참회하는 양심이고, 해는 큰 호수와 같으니까요. 이어지는 류승룡의 삶의 이야기에서 참회의 눈물은 어떻게 큰 호수에 담길지요.

◆1998년 무인년, 사랑함의 활동과 관조의 여행

무인년은 '戊寅年'이라고 씁니다. 1998년 무인년에 류승룡은 난타 오디션에 합격합니다. 난타 공연은 1997년 10월10일에 처음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난타 공연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자 이듬해에는 새로운 단원을 뽑기 위해 공개오디션을 합니다. 류승룡은 이때 뽑히게 되어 1998년부터 5년 동안 공연을 합니다. 그 뒤로 3년은 연출을 합니다. 공연을 할 때나 연출을 할 때나, 그의 지향은 자유로움이었습니다.

류승룡의 이러한 느낌은 무인 가운데 무의 가치와 잘 어울립니다. 무는 앞서 양토로써 믿음과 자유를 지향하는 진정성의 가치라고 했습니다. 믿음이란 가치가 소중한 사람은 진정성(양의 측면)이나 심연의 맨얼굴(음의 측면)을 갖춘 자유로운 개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때 양의 기운이 강한 무토는 진정성을 표현하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따라서 류승룡의 난타 시절은 믿음과 진정성과 자유로움이 키워드가 될 듯합니다.

난타는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입니다. 류승룡은 이 시기에 온몸에서 세포의 울림을 느낍니다. 말없이 박자를 맞추고,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합니다. 몸짓과 함성만으로 1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에서 온몸이 살아 움직입니다. 난타가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었기 때문에 류승룡은 자유로운 떠돌이가 되어 여행하게 됩니다. 그는 관객들과 말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자신의 몸짓을 보여주고 소통하며 자신을 위한 세계 여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활동과 여행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자유를 담은 소중한 들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류승룡의 난타 공연을 위한 해외 투어는 무인 가운데 인이라는 들판과 어울립니다. 이 들판은 활동과 여행의 들판입니다. 인은 인묘진의 시작이자 인오술의 시작입니다. 인묘진은 목기운의 모임으로 봄의 처음과 가운데와 끝을 상징합니다. 인오술은 화기운의 모임으로 불씨와 불꽃과 타고남은 재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인은 목기운을 시작하는 활동이자 화기운을 시작하는 여행입니다. 이로부터 인은 활동처방과 여행처방을 담고 있는 들판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인이라는 들판에는 무병갑(戊丙甲)이라는 가치가 담겨있습니다. 무토는 진정성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습니다. 병은 양화로써 치레와 양심을 지향하는 관조의 가치입니다. 갑은 양목으로써 어짊(仁)과 사랑을 지향하는 사랑함이라는 가치입니다. 인의 들판에서는 무토와 병화가 만나 진정성과 관조로써 자유와 양심을 지향하는 여행처방이 만들어집니다. 무토와 갑목이 만나 진정성과 사랑함으로써 자유와 사랑을 지향하는 활동처방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류승룡은 이 시기에 자유와 양심을 찾아 떠나는 소박한 여행까지는 할 수 없었던 듯합니다. 공연 일정에 쫓기다 보면 그런 여행까지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때때로 그는 미숙한 방종을 자유로움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맘껏 놀고 싶은 마음에 휩쓸린 나머지 자신의 허세와 자만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허세와 자만이 있을 때는 양심을 키우는 비추어 봄, 그러니까 관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이 가파른 내리막과 헤어 나오기 힘든 슬럼프를 받아들일 때, 죽음과 장애와 상처와 아픔을 느낄 때, 비로소 관조는 다가오는 듯합니다. 사람은 그 때가 되어서야 처방을 마음에 떠올릴 수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류승룡은 얼마나 더 죽음과 장애와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나야하는 걸까요? 물음은 지금 던지지만 그 대답은 다음 칼럼에 담아야 겠습니다. 하지만 힌트는 드려야겠네요. 나는 2014년 갑오년과 2018년 무술년이 류승룡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신천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MBC 본사 의무실 한방주치의 / EBS 역사드라마 <점프> 한의학 자문 /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 경희대 한의학과 석사졸업·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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