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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건 참패에 조급했나"…삼성전자, 무선청소기 '제트' 표시광고법 위반 논란

공정위 "삼성이 유튜버에 제품 등 지원했다면 명백한 '표시광고법' 위반"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9.03.20 15:12:07
[프라임경제]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 진출 선봉장 '파워건' 실패로 조바심이 났을까. 삼성전자(005930)가 차기작 '제트'를 출시하면서, 과도한 경쟁사 비방마케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선청소기 3사 제품 비교 유튜브 영상을 객관적인 리뷰물로 홍보해 판매하는 등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유튜브 영상 틀어라"…삼성 관여 '광고물' 객관적 '리뷰물'로 둔갑?

본지가 18일부터 이틀간 서울·경기권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15개 지점을 찾아 확인한 결과, 총 12곳에서 동일한 유튜브 영상을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다수 지점 관계자는 "본사에서 이 영상을 활용해 홍보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유튜버의 객관적 리뷰 영상인 만큼 이를 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려다 마음을 돌리는 등 유인 효과도 좋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다수의 디지털프라자 지점에서는 △제품 상담용 태블릿 △개인 스마트폰 △전시용 노트북 등에 해당 영상을 '즐겨찾기' 해 두고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다수의 디지털프라자 지점에서 특정 유튜브 영상을 활용해 무선청소기 신제품 제트를 홍보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삼성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지만, 이를 표기하지 않아 객관적 리뷰로 보이게 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도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 프라임경제


해당 영상은 유튜버 박스까남이 지난 달 12일 게재한 '무선청소기 삼대장!!!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면!! 걍 이거 봐!! Dyson v10, LG 코드제로 A9, Samsung Jet Review! Unboxing!'이다. 

유튜버는 영상에서 삼성전자 신형 무선청소기 '제트'의 장점을 소개한 후, 경쟁 제품인 LG전자(066570) 코드제로 A9, 다이슨 V10과 함께 흡입력·미세먼지 차단력의 두 가지 측면에 대한 비교 실험을 진행한다.

결과는 모든 실험에서 삼성 제트가 월등한 것으로 나왔다. 일례로 미세먼지 필터 성능 테스트에서 LG전자와 다이슨 제품은 빨아들인 먼지들이 제품 상단 공기 배출구를 통해 그대로 배출된 반면, 삼성 제트는 완벽히 걸러내는 모습이 담겼다.

유튜버는 영상 말미에 "그냥 이거(삼성 제트) 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영상이 삼성전자로부터 제품이나 금품을 지원받아 제작된 '광고물'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유튜버가 해당 영상에 삼성전자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고, 또 회사 측이 이를 객관적인 홍보영상인 양 제품 판매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

광고물로 의심되는 정황은 '제품 판매와 영상 게재 시점'에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달 7일 이 제품에 대한 사전예약을 접수받은 후, 같은 달 21일부터 순차 배송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튜버는 배송일보다 열흘가량 앞선 2월12일 해당 영상을 게재했다. 더욱이 이 시기는 삼성전자가 국내 미디어들에 리뷰용 제품을 지원하던 때와 일치한다.

삼성전자가 해당 유튜버에게 미리 제품을 제공하는 등 영상 제작에 관여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스까남의 무선청소기 3사 비교 영상은 지난 달 12일 게재됐다. 그러나, 이 시점은 삼성전자가 아직 제품을 고객들에게 발송(같은 달 21일 이후)하기 전으로 밝혀지면서 해당 영상이 삼성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디지털프라자 일부 지점에서 '해당 영상을 보여줄 경우 성과가 좋다'며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 시인하면서도 "본사 차원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영상 제작을 지원했다는 의혹에는 "다시 확인해 보니 사전예약 기간에도 일부 매장에 비치된 소량의 제품은 판매됐다더라"고 번복한 뒤 "삼성전자는 해당 유튜버의 영상 제작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기만행위…명백한 표시광고법 위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표시광고법 제3조(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의 1항을 보면, 사업자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적인 표시·광고 등을 하면 안 된다.

또 같은 법에 따라, 리뷰어는 기업으로부터 제품이나 금전적인 대가를 받았을 경우 'ㅇㅇ로부터 제품을 지원받았다' 혹은 'ㅇㅇ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아 제작됐다'는 등의 문구를 표기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이 제품이나 금전을 지원했다면 광고물인데, 아닌 것처럼 은폐했다면 소비자를 기만한 광고가 될 수 있다"면서 "제품이나 금전을 제공한 사업자(삼성전자)는 광고주로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에서는 경쟁사 무선청소기의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기사를 출력해 배치하는 등 비방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 프라임경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년 전 국내시장에 선보인 무선청소기 '파워건'의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자 '차기작은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은 다이슨, LG전자, 삼성전자가 각각 50%, 40%, 1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영상 제작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떠나, 판매점에서 경쟁사 제품을 비하하는 내용의 영상을 보여주며 제품을 판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의 장점을 홍보해야지 경쟁사를 비하해 기기를 판매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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