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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굳건하지만 '내신용'? 4·3 재보선 이후 보는 흔들리는 눈빛

김무성-홍준표와 선 그으며 선전…친문 진영 공세 가능성 등 난제 수두룩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4.02 14:01:22

[프라임경제] 이제는 '여의도 정치인'이라는 옷이 낯설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권을 틀어쥔 뒤 데뷔전을 치르는 등 집권 후반부 문재인 정권과의 한 판 대결을 위한 몸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당내 계파간 갈등과 연횡 등 그간 겪어온 여러 문제를 함께 살펴볼 때, 한국당 내부의 구도가 그의 등장 덕분에 한층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은 사실.

일단 친박과 비박, 친박 중 잔류원조파와 복당파의 관계 등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난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 수립 이후 친황 라인으로의 재편 등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3 재보선, 2석 이상의 무게 직면한 黃

이런 가운데 황 대표가 이번 3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치 역정의 2.0을 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4·3 재보선은 문재인 정부 3년차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중간평가의 의미가 진하다. 더욱이, 지역과 시기를 감안하면 그 이상의 의미가 얹혀지는 대단히 풍성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결렬로 대치 상황에 들어간 와중에, 문재인 정권은 중간자나 조정자 등 기존에 사용해 온 어느 개념으로도 몫을 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이렇게 뚜렷한 국정 동력을 찾지 못하는 와중에 최근 인사실패 파동까지 겹쳤다. 따라서 선거에서 승전보가 들려온다면 국정 주도권을 되찾는 데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공격군 사령부를 맡는 황 대표로서는 입장이 다소 모호하다.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이라는 이번 격전지의 특성 때문. 

이 곳들에서 한국당과 범여권이 1:1 무승부를 기록할지, 혹은 금배지 2개를 모두 한국당이 가져갈지 혹은 2석을 한국당이 모두 눈 앞에서 놓치는 상황에 직면할지 여러 경우의 수가 점쳐진다.

1:1일 가능성을 보거나 혹은 이를 바라는 안정적 구도 형성에 내심 기대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충격적이다. 왜냐 하면, 보수색이 강한 통영고성만 차지해서는 '본전만 찾았다'는 짠 성적표를 얻을 수 있다. 두 자리를 모두 잡아야 확실한 '황교안 효과'의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는 것. 가능성은 낮으나, 행여 두 곳에서 모두 밀린다면 이는 급격한 체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통영고성만 하더라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차지, 보수 아성에 균열이 생겼다는 소리가 나온다. 보수색이 강한 동네니까 이겨도 그만이되 못 이기면 이상한 난감한 상황에 한국당은 처해 있는 것.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황교안 체제가 호평과 안착 평가를 얻어내도, 그 후광 효과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도 나오는 데 있다. 이번에 2:0을 차지하면 혹은 1:1만 해도 대권 주자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런 소수설이 왜 나오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신용' 모범생 황교안? 그 이후가 문제인 당 상황

안정적 관리 능력의 황교안 체제, 더욱이 이번의 실전 경험에서 일정 점수를 얻으면 평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본격적인 장기전 구도를 수행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우선 악성 담마진 면제(병역 문제)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강도로 그를 괴롭히는 안건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어쨌든 지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 요직을 역임하다 보니 전임 정권의 추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도 점차 더 세게 그를 옥죄고 있다.

일례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이번에 중소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에 몰린 상황에 황 대표를 '물고 들어간' 사례가 상징적 케이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발탁 당시 CD 존재를 알았느냐의 논쟁으로 중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졸지에 한국당 대표 직격 공방전으로 치환되는 '험한 경험'을 한국당 의원들이 한 것.

앞으로 이런 험한 퀘스트의 반복에서 당 내부 인사들이 얼마나 잘 견디고 끊임없이 신뢰를 표시하면서 황교안 체제로 갈지 미지수라는 성급한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일단 속된 표현으로 '학력고사용(대외적으로 크게 자랑할 수 있는 결과가 기대되는 우등생을 말하는 속칭)'이 아닌 '내신용(공부를 열심히 하고 어느 정도 인정은 늘 받는데, 가장 큰 문제인 대입 성과가 불안한 경우의 속칭)'이라는 한계를 친황 구도는 안고 있는 셈이고, 이를 빨리 극복하고 굳혀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황교안 고맙지만, '그 이후 생각' 정치인들 늘어날 수도

그 결과 포스트 황교안 체제에 대한 갈망이 점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우선 그 전에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했던 일명 김무성 라인이 힘을 강하게 얻을 가능성은 일단 지금으로서는 모호하다. 지난 번 대들보 역을 맡았던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등 사실상 복당파의 합작에 의한 것이었으나,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이 구도에 변화가 가해졌다. 친박의 부활이 공식화된 징표로 받아들여진 것.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모습. 그가 원내대표가 됨으로써 당내 세력 구도에 변화가 공식화됐다는 평이 나온다.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법조인이자 전직 국무총리인 황 대표가 정치권에 입성, '신인 대표 배출과 친황으로의 재편'이라는 키워드로 판을 다시 만들어낸 바 있다.

문제는, 여권의 '황교안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지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지금껏 누려온 황교안 효과의 매력이 빨리 빛깔을 잃는 상황이 올 위험성이라는 변수가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현재 민주당 라인이 총선을 앞두고 순혈주의 강화 구도로 들어간 정황과 묘하게 배치된다. 친문 라인의 강화다. 물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친문 색채의 이 같은 득세를 내심 반기는 것 같지는 않으나 전반적 상황에서는 문재인 직계 참모 등의 총선 대비 전면 배치라는 대세를 완전히 부정할 정도는 안 된다.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 등이 일찍이 내년 총선 준비를 하려고 사직한 바 있는데, 이렇게 되면 황교안 체제가 애매모호한 구도에 들어갈 수록 일명 '선명성 대 비선명성'의 구도가 두드러진다. 이들 후보군이 집중적으로 황 대표 겨냥 등에 나설 수도 있다.

윤영찬 전 소통수석 등이 청와대를 떠난 이후에도 현안에 대해 개인 SNS로 문재인 정권 엄호를 야성적으로 단행한 바를 보면, 이 같은 걱정이 기우가 아닐 수 있다는 것. 

◆중도파 설 자리 좁아진다? 합리성에 더 목마른 시대 온다?

황 대표가 재보선 이후 잠시의 승리를 만끽하더라도 저런 탈레반식(원리주의적) 공세, 친문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식 집중 공세의 화망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경우와 대처법, 그 이후 국면 조성 시나리오라는 아주 작은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에 그래서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당 전반의 기류는 왜 그런지 보수 강경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힘'이 일단 할 말 하는 기류에서 오기 때문. 복권파와 잔류파 사이의 구도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그녀의 비중 때문이기도 하고, 보수들의 사이다 역을 마침 해 주는 시의적절성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문제는 문재인 정권이 도발적으로 보수야권을 도외시하는 듯한 국정 난맥을 보란 듯 펼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세연 의원 및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어깨를 나란히 한 장면이다. ⓒ 연합뉴스

하지만 그 연쇄 효과 때문일까? 중도보수파의 희망으로 꼽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조차도 최근 보수강경발언 논란에 말려들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해 돈 받고 자살한 인물쯤으로 폄하 발언을 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것.

보수화 경향과 전사로서의 역할에 자꾸 내몰리는 여러 한국당 거물들의 사정 속에서, 이런 소모적 상황에 우수 자원을 많이 소모하게 되면 곤란하다는 우려 또한 빨리 퍼질 전망이다.

여의도연구소에 들어가 있는 '황의 남자' 김세연 의원 등 중량감 있고 특정 색채가 좀 덜한 이들이 빨리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역설도 그런 틈에서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연구원 부원장 인선 과정에서 황 대표와 각을 세워 잠시 화제가 됐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러모로 당분간은 한국당 사람들에게 황 대표가 (여권의 저격에) 갈 수 있어도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위기의 시대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위기에서 당을 구할 소임, 혹은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끌 영광은 황 대표에게 계속 주어질 것인가, 또다른 새로운 이에게 생각보다 맡겨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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