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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주총장이냐 영화제냐" 난장판 된 '삼성전자 50기 주총'

재무제표 승인·이사 선임·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의안 모두 승인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9.03.20 12:32:42
[프라임경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의 정기 주주총회 현장 안팎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힘든 걸음을 한 주주들이 개회 이후까지 대거 입장하지 못하자 항의의 목소리를 높인 것. 

특히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이 각 안건에 대해 투표가 아닌 박수나 거수 등으로 통과시킨 데다, 곤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자 '진행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지적이 빗발치면서 주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20일 오전 9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의 대기 줄이 장사진을 이룰 정도로 입장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제50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 많은 주주들이 모이면서 입장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주총이 시작된 직후 대기줄 모습. ⓒ 프라임경제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식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주가 5배 가량 급증한 탓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78만명의 삼성전자 주주 중 이날 1000여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주총장 좌석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00석 규모로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주총장을 찾은 한 주주는 "의장! 오늘이 주주총회 날은 맞나? 내가 오늘 8시30분에 와서 지금(9시30분께) 입장했다"면서 "여기가 영화제냐. 줄이 얼마나 있나 밖에 한 번 봐라. 이렇게 진행하면 뭐하나. 밖에 있는 주주들은 듣지도 못하는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액면분할로 인해 주주가 많이 모일 거라는 사실은 언론도, 회사도 인지하고 있지 않았냐"면서 "미세먼지가 난리인데 나이 먹은 주주들이 1시간 넘게 밖에 서 있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전자가 이렇게 밖에 대응을 못 하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주는 "10시 40분에 겨우 입장했다"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주주총회를 할 거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단상에 앉아 있는 임원들 전부 일어나서 주주들에게 사죄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그러자 현장의 주주들은 "옳소, 옳소"라며 동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미흡한 준비를 꼬집는 지적은 이어졌다.

김기남 부회장은 "회사는 작년보다 많은 주주가 올 수 있도록 교통 편의성, 시설, 환경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공간을 마련했지만, 좌석에 불편을 끼친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들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사과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부회장의 진행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주주는 "나는 의장 태도가 불만스럽다"면서 "주주들이 뭘 요구하고 다음에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거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 '잘못한 부분은 바로 잡겠다' 등의 반응이 일절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도 큰 모임에서 직책을 맡아 이끌어봤지만, 구성원들이 반드시 요구하면 거기에 즉시 답변을 해야 한다"면서 "그걸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데, 이는 곧 주주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주주는 "한 시간 반 두 시간 반 동안 밖에서 떨게 만들고, 겨우 들어왔더니 의결권 준 것은 아무 소용 없다"면서 "직원 주주들을 활용해 선동하도록 해 투표 없이 통과시키는 게 삼성의 주주총회냐"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기남 부회장은 "회의 진행에 있어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는 이상 표결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의장의 권한"이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주주총회를 이끌어가지는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주총장 내 많은 주주의 야유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상황이 심화되자, 김기남 부회장은 사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고창인 변호사는 "의장도 말했지만, 주총 내 승인 방법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서 "박수, 거수, 기립 모두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공정변호사도 참석해 세부 사항을 모두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성에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크고 작은 소란 속에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의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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