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무조정실에서 지난 2월27일 발표한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두고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국무조정실
지난 2월27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제7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확정‧발표했다. 정규직 전환 중인 △1단계(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 △2단계(지자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자회사)에 이어 2019년 전환 예정이던 △3단계(민간위탁기관)의 방향을 확정한 것.
3단계 방침 발표는 종전 계획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지난 2017년 10월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에서는 △17년 중 연구용역 △18년 상반기 실태조사 △18년 하반기 기준마련 △19년 전환을 3단계 계획으로 발표한 바 있다.
기준 발표를 기다리던 노동계와 업계에선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을 기관 자율에 맡긴다"는 정책추진방향에 큰 충격을 받았다.
국무조정실은 이 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민간위탁은 △사무‧운영실태가 다양하고 △대부분 법령‧조례에 근거하며 △자치단체 고유사무가 다수이고 △대국민 공공서비스 관련 사무 중심이며 △수탁기관의 전문성 및 공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근거를 들어 "일률적 기준 설정이나 구속력 있는 지침 시달보다는 소관 부처 등 책임 있는 기관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낙연 총리는 "민간위탁 분야는 업무가 다양하고, 지자체 고유사무가 대부분이어서 정규직 전환 목표와 기준을 일률적으로 세우기 어렵다"며 "각 기관에 자율성을 주는 대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간위탁이 갖는 문제점을 "계약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며, 낮은 위탁 단가 등으로 발생하는 고용불안과 낮은 처우"라고 지적하며, 상반기 중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는 △수탁업체 선정 시 고용승계 △적정 정규직 비율 △합리적 임금수준 유지 여부 등이 담길 예정이다.
◆노동계 실망감 '가득'…아웃소싱 업계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론 당황"
노동계는 정부의 발표에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의 '비정규직제로' 선언을 믿고 기다려온 비정규직노동자에겐 청천병력"이라며 "정부가 분명한 정규직 전환 방침이 아닌 '정책방향'을 발표한 것은 민간위탁을 존치하려는 의지이며, 정규직 전환이 희망고문이었음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민간위탁업체의 직영화 반대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민간위탁 대부분이 1단계 전환대상에 포함됐음에도 정부의 자의적 분류로 정규직 전환을 미뤄 노동자에 희망고문만 한 셈"이라고 개탄했다.
한국노총도 같은 입장이다. "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3단계인 '민간위탁 정책추진 기본방향'은 정규직 전환 정책의 퇴보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는 민간위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촉구에 중앙정부의 계획을 따라야 한다는 핑계를 댄다"며 "중앙정부가 개별기관 자율에 맡긴다는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실상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정부가 정규직 전환 의지가 있다면 '자율적'이라는 느슨하고 모호한 정책방향이 아닌 명확한 기준을 세워 구속력 있는 지침을 시달하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공공 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아웃소싱 업계는 이번 발표에 안도하면서도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선 다소 의아해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암울했던 시장 상황에 한 줄기 빛"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2019년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불과 1년 반 만에 백지화한 것을 보면 정책 동력이 사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공부문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었는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정부는 민간위탁 참여를 활성화할 뜻을 밝혔지만 정책이 이처럼 오락가락해서야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7년 10월 고용노동부는 민간위탁 부문에 대해 18년 하반기에 기준을 마련하고 19년 전환할 것이라고 계획했다. ⓒ 고용노동부
한편,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 사이에선 공공부문 정규직화 핵심 목표인 고용불안 해소와 차별개선이 없다는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율적 민간위탁으로노동자에 어떤 개선이 있겠냐는 지적도 많다. 이처럼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