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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서비스센터 정규직화 빛과 그림자...'도급사와 협상중'

수십년 전문성 키워 온 회사 합의 없이 직원 승계

김상준 기자 | sisan@newsprime.co.kr | 2019.03.21 13:32:44
[프라임경제] LG전자 서비스센터 정규직화가 삼성전자서비스와 같은 듯 다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의 경우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한 반면, LG는 도급사 사업주와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가 전국 130여개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 3900여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밀실협상' 논란이 일고 있다. ⓒ LG전자


LG전자가 지난 15일 전국 130여개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 3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5월1일자로 합의된 채용 기준에 맞춰 서비스센터 직원을 직접 고용할 예정이며 상반기 내에 직접고용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합의 내용에는 인사체계, 임금, 복리후생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7일 여의도 트윈빌딩 앞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도로 협상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LG전자의 발표와 다르게 인사체계와 복리후생 등이 실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사측의 일방통행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도로 '밀십협상'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 김상준 기자


LG전자는 도급사와는 어떠한 협의나 합의도 하지 않은 채 먼저 LG전자 전국 각 센터에서 1명의 사원대표를 선정하고, 다시 센터 사원 대표 중에서 전국을 12개 지역으로 나누어 1명씩 선출한 사원대표와 직접고용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서명을 받았다. 

도급사는 배제한 채  서비스 직원들의 승계 작업을 먼저 거치고 노조에 가입시키면서 정규직화를 꾀한 것.

104개에 달하는 도급사 대표들도 폐업에 따른 보상과 절차에 대해 아무런 합의도 하지 않은 채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전자가 직접고용하게 될 3900여명 가운데 현재까지 90% 정도가 LG전자노동조합에 가입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정규직화가 처음은 아니다. 1995년 LG전자는 LG전자서비스 자회사로 분사했다. 이때도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강행했다. 3년후 다시 LG전자로 통합했다가 2002년 현 서비스센터 단위 도급사로 아웃소싱해 현재 136개 서비스센터가 운영 중이다.

LG전자에서 조직 슬림화, 내부역량 강화를 이유로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웃소싱 회사를 만들고 17년간 회사를 키워왔는데 이제 회사를 폐업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LG전자는 "서비스센터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통합과 아웃소싱을 반복하는 현실을 봤을 때 회사가 어려워지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폐업위기에 처한 한 도급사 대표는 "17년전 함께 퇴사한 서비스직 인력들은 대부분 퇴사하고 현재는 5% 정도만이 남아있다"며 "95%는 새롭게 채용하고 도급사에서 교육 등 육성을 시키면서 함께 성장해온 직원들이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모두 LG전자로 입사해 좋은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는 않고 공감하고 있다"면서 "회사대 회사의 입장에서 인력을 승계하고 도급사들과 협의와 합의를 통해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급인력의 정규직화는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에 대해서는 다들 반기는 분위기다.

대기업에서 많은 인력들을 흡수해서 책임을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자문을 맡은 변호사는 "모든 것에는 절차가 있고 잘 운영되던 회사를 흡수 할 때에도 서로간의 합의가 있고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직원들의 복리나 임금이 높아졌다 해서 사업주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시 회사가 어려워지면 지금의 서비스센터 인력들을 다시 내보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번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30에서 40년간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에 따라 근로자들의 위치와 신분이 정해진다는 것은 불안한 고용구조일 뿐이고 자기가 입사한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집회에 참석한 한 서비스 엔지니어에 따르면 "100%가 아닌 50%가 조금 넘는 인력들이 찬성함으로써 가결은 됐지만 나머지 인력들과의 협상과정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까지 몸담고 있었던 도급사와의 원만한 합의가 도출돼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똑같은 과정을 거친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에는 서비스센터 인력은 물론 도급사에 대한 보상을 거치면서 원만하게 정규직화를 이뤄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19일 각 도급센터 대표와 사업체 폐업에 따른 보상관련 합의서에 서명을 했으며 이후 소속 직원들 연봉, 복리후행 등 처우에 대해서 협상을 진행했다. 그후 올 1월1일자로 직고용 체제를 출발했다.

삼성전자는 서비스센터 도급사의 사업체 청산에 대한 영업 배상, 경영프리미엄, 위로금 등의 성의를 보이는 것에 비해 LG전자 측은 협상과정에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도급사 대표들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인사진행을 멈춰 달라, 일방통행이고 양해를 구하거나 합의한 적이 없는 모집공고를 낸 것은 철회를 하거나 연장해 달라고 한 것을 묵살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추이를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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