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터뷰] 조대원 "전당대회 '깜짝스타' 넘어 정의구현 달린다"

조대원 자유한국당 경기 고양정(일산서구) 당협위원장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9.03.29 15:37:28
[프라임경제] 지난달 개최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조대원 자유한국당 경기 고양정(일산서구) 당협위원장은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한 번의 연설로 '조대원'이란 이름 석자를 전 국민에 각인했다. 

조대원 위원장은 "리더라면 불의를 개선해 정의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 박성현 기자



그는 전당대회 현장에서 "김진태 데리고 우리 당을 나가달라! 이래서 수권정당 할 수 있습니까"라며 태극기 부대에 일침을 가했다. 조 위원장은 현장에 대해 "예의 없고 막무가내였다. 마치 무정부 상태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 누군가는 바른 소리를 해야 했다"며 본 연설의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연설은 미리 준비된 내용이 아니다. 울분이 끓어오르고 부끄러운 감정에서 나온 진심을 담은 충언이었다. 그는 "준비했던 연설을 못 한 것은 아쉽지만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고, 바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깜짝 스타'로 도약한 조대원 자유한국당 경기도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만나 △전당대회 후일담 △그가 걸러온 길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태극기부대와 김진태 의원에 일침을 가한 연설로 전당대회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주류를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시의 속내가 궁금하다.

▲사실 당시 연설은 다소 즉흥적이었다. 만약 초기 연설 원고를 이같이 썼다면 전략 팀에서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식 석상에서 당을 비판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연설이야말로 '조대원'다운, '조대원'의 삶이 투영된 연설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친구를 괴롭히는 일진을 제지하려다 수도 없이 맞았다. 육사 재학 시절엔 부부싸움 도중 칼을 든 남편에게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든 적도 있다. 혹자는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이 앞서는 단순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불의를 못 참는 성격 탓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당시 현장에는 수많은 군중이 운집해 있었고, 그 중 태극기 부대도 많았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방해하고, 애국가 4절까지 제창하지 않는다고 빨갱이라 낙인을 찍고, 안전요원의 목을 조르는 등 몰상식한 행위를 했다.

육사 재학 시절 독재보다 무서운 게 통제력을 상실한 '무정부'라 배웠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무정부 상태처럼 보였던 당시 상황을 방관만 할 수 없었던 이유다. 가만히 있다가는 큰 일이 나겠다 싶어서 연설문을 새로 준비하고 연설에 임했다.

현 상황이 잘못되고 있다고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유명세를 떨치기 위한 전략적 판단도 아니었고 '적'을 만들고자 했던 행동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의협심이 중요한 가치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때론 손해를 수반하기도 한다.

▲소위 '바른소리'는 하는 사람만 한다. 의협심 역시 마찬가지다. 불의에 맞서는 습관이 있는 사람만 불의에 맞설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금 할 말을 못하면 공천을 받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이 되면 해야 할 말을 더욱 못 한다. 잃을 게 많을수록 조심하는 게 사람 심리다. 할 말이 있으면 손익을 계산하지 말고 바로 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신념이 100% 맞고, 모든 사람이 지켜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창시절 맞았던 일, 괜한 사건에 휘말린 경험 등 실제 손해라 인식되는 경험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의협심을 발휘할 것이다. 최소한 정치인은 그래야 한다.

최근엔 연륜이 쌓여서 무모함은 줄어든 편이다.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웃음).

-조대원은 겁이 없는 사람인가.

▲물론 겁은 있다. 일진을 제지했을 때도, 전당대회 연설 때도 겁이 났다. 영상을 보면 입술이 떨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기도 떨리고 무서운데 할 말은 다 한다'며 오히려 이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조대원이란 사람에 대해 잘 모른다. 육사를 나왔는데 직업군인의 길을 걷지 않고, 유학 후 정치권에 입문했다.

▲13세에 장래희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대통령'이었다. 희망을 이루고자 열심히 학업에 매진해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일반 대학에 진학할까도 고민했었지만 문무를 겸비한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판단에 육사 진학을 결정했다. 내가 89학번인데, 당시엔 육사나 서울대 법대 출신이 엘리트였던 시절이다. 

결혼 후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정치에 꿈을 두고 있어 정치학 전공으로 아이비 리그 대학들에 원서를 넣었는데 모두 떨어졌다. 와이프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있었는데, 한 지인이 경제학을 공부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경제를 모르고 정치를 논할 수 없다. 지인의 조언을 수용한 결정적 이유다.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뒤 뉴욕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를 마쳤다.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지적 수준을 높이는 시기였다.

조대원 위원장은 "리더라면 불의를 개선해 정의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 박성현 기자



-TK 출신에, 육사를 졸업한 유학파면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 아닌가. 본인의 역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엘리트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목표를 향해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이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정치에 입문하는 방법으로는 △부모의 지역구를 물려받거나 △엘리트로 인정받아 유명세를 타거나 △의원실 보좌관으로 계파에 들어가는 방법 등이 있다. 나는 물려받을 지역구도 없었고 남의 뒤에 줄을 서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경제와 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타 정치인보다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석사가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준을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업계를 이해하고 페이퍼를 검토해 방향성을 제시할 수준은 된다.

리더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전체를 조율하고 적재적소에 각 분야의 전문가를 앉힐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공부해 온 지식이 이 같은 리더의 소양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당협위원장을 맡은 일산서구에 가장 필요한 당면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양시는 두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최고의 도시다. 그 두 가지는 일자리와 교통이다. 러시아워에는 서울로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출퇴근에만 4시간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산의 경제활동 인구 중 80%가 서울과 파주로 출퇴근을 한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때문에 일산에 산다는 이유로 '워라밸'은 꿈 꿀 수도 없다. 물론 이 때문에 고양시에서 소비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 수단이 GTX다.

-지역구 의원인 김현미 의원이 국토부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지역의 기대치가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에서 중견 정치인으로 키운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지역현안을 해결하길 바랐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민주당 시 의원들은 GTX 출입구를 자신의 지역구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 의회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희생하는 이 같은 행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GTX A 구간 추진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었다. 다행히 신한은행 컨소시엄과 민자 협력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됐지만 공사 중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통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향후 김현미 의원과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입지가 점점 탄탄해지는 데 대한 부담은 없는지 궁금하다.

▲정권을 등에 업고 대통령의 지지 속에 국토부 장관을 역임한 김현미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지고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렇다고 도전자로서 상대방이 대단하다며 피하기만 하면 경쟁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대단한 강적도 실제 부딪혀 보면 예상보다는 해 볼만 한 경우가 많다. 도전자로서 패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이 내세운 공약 중 좋은 공약이 많다. 이를 모두 지켰다면 '큰 산'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공약 이행이 안 됐다. 더불어 장관으로서 보여준 김 의원의 역량을 보면 오히려 자신감이 상승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약이 이행이 안 됐다고 평가하는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 통행료 요금이 4800원에서 3200원으로 인하됐다. 이는 공약이 이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보면 업체에게 소유권을 10년 연장해주고 인하를 받아온 것에 불과하다. 일산대교 역시 택시기사만 요금이 면제됐을 뿐 나머지는 여전히 1200원씩 징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좌마을역과 덕이역 문제다. 그 쪽 지역민들은 10년간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3호선 연장이 이렇게 지체될 줄 알았다면 그 지역에 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아마 김 의원이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가장 기뻐했을 사람들이 이 쪽 지역민들이었을 것이다. 지난 총선 홍보물에 '국토부 장관과 협상해 반드시 추진'이라 명시했던 김 의원이 국토부 장관이 됐으니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임기를 마친 것은 무책임하다고 본다. 김 의원은 스스로 대체 교통수단을 마련하든지 도의적 책임에 대해 지역민에게 속 시원하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

조대원 위원장은 "리더라면 불의를 개선해 정의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 박성현 기자

-맑은고양만들기시민연대 상임대표 시절 요진개발 개발 인허가 과정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본 건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요진게이트는 고양시가 일산동구 백석동 소재 3만 3000평의 요진개발 부지를 용도변경하면서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 받기로 돼 있던 학교부지 3600평과 업무빌딩 2만평을 환수하지 않은 채 준공허가를 내준 일이다.

맑고연 상임대표 시절 요진게이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 및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에서 요진게이트를 두고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기소의견으로 올렸는데, 경찰 수사 자료가 올라온 그 날 바로 검찰에선 요진게이트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로 처리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상황 아닌가. 요진와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의 각종 비리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고 담당 공무원도 문제로 인지하는데 검찰이 이렇게 간단히 결론 냈다는 데 기분이 상했다.

정말 화가 났던 건 이를 통해 고양시와 최성 전 시장이 면죄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후에 최성 전 시장은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불안한 기색 없이 언론에선 '인간미 넘치는 시장'으로 묘사됐다. 

나는 여전히 당시 결정이 잘못됐다고 믿고, 오랫동안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시비비를 가려내야 한다. 시민의 피와 땀 같은 세금이 요진개발의 부를 축척하는데 이용됐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비리 행위가 있었다면 끝까지 쫓아 진실을 규명해야 정의 아닌가.

2016년 3월 초엔 친분이 있던 한 기자가 꼭 만나야 된다며, 사람을 소개한 일이 있다. 명함을 받고 여러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기자가 소개한 사람은 요진개발 임원이었다. '대체 나에게 그를 왜 소개했나'라며 한참 상념에 잠겨 있는데 그가 불쑥 "저희 요진개발 그렇게 나쁜 회사가 아닙니다. 그러니 살살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

당시 요진개발 임원에게 "제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국회에 입성하면 제일 먼저 요진개발, 학교부지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검찰에 요진개발 압수수색하라고 촉구할 것입니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때 반드시 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의원이 돼야 부정은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는 진리를 알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것이 정치인 조대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글 중 '남 괴롭히는 놈, 알바비 떼먹는 놈, 갑질하는 나쁜 놈들 벌주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 남 돕는 사람, 정의로운 사람,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상 받고 대접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는 구절이 있다. 구체적 계획이 궁금하다.

▲정의가 바로 서기 위해선 '갑질'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작지만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알바비 떼인 돈 받아주는 전문 보좌관을 배치해 지속적으로 움직이면 공무원도 당연히 움직이지 않겠나. 알바비 떼인 분들에겐 '생명의 전화'가 될 수도 있다. 악덕 업주는 알바에게 함부로 못 할 것이고,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