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부산시 천마터널 1110원→1400원 갸우뚱, 널뛴 통행료 왜?

불변가격 사용할수록 논란 가중? '협약시 재산정 시점 결정할 수 있음' 단서만 챙겨도…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9.03.31 23:31:59

[프라임경제] "왜 1400원으로 오른 거지?!"

그렇잖아도 '통행료 왕국' 오명이 높은 부산에 8번째 유료도로가 완공되면서 통행료 과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부산 해안순환도로망의 핵심구간인 천마터널이 공사 6년 6개월여만인 4월1일 정식 개통한다. 사하구 구평동에서 서구 암남동 남항대교를 잇는 3.28km 구간. 19분이 소요되던 사하구 장애인종합복지관~남항대교는 3분, 신평장림산단사거리~남항대교는 28분 단축해 6분 안에 통과 가능하다. 이를 통해 만성적인 교통정체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운임은 소형 1400원, 중형 2400원, 대형 3200원 등이다. 그런데 요금 산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가 착공을 앞둔 2011년 당시 완공 후 최초통행료를 소형차 기준 1110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 것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무슨 연유로 무려 290원(26%)이나 인상된 것일까? 시민들 입장에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그간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결과"라며 주된 이유를 설명하고, "민간사업자 투자에 대한 향후 30년 유료 운영기간 동안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보존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해안순환도로망의 핵심구간인 천마터널이 6년 6개월여의 공사 끝에 4월1일 정식 개통한다. ⓒ 부산시

◆공사기간 6년 6개월... '불변가격' 뭐길래 12년 치 물가인상률 적용?  

시가 제시한 연도별물가변동 지표를 들여다봐도 다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된다.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시점은 2011년. 그로부터 2018년 말까지 국내소비자물가는 연평균 1.36% 상승했다. 7년간 다 합쳐도 9.56%를 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물가상승분을 천마터널 통행료에 적용하면 106원이 오른 1216원이어야 한다.

이 지점이 시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으로, 앞서 밝힌 수치와는 무려 20%나 차이를 보인다.
 
이준승 부산시 도시계획실장은 "민간투자사업은 협약당시가 아닌 민간사업 제안시기를 기준으로 한다"며 "천마터널 기준통행료는 설계 시점이던 2007년 1월1일 당시 불변가격 1110원을 기초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18년 12월 말까지 12년간에 물가변동분 29.65% 상승률을 적용하면 개통 최초 통행료는 1400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토목공사는 인력과 중장비가 대거 투입되는 공사기간 동안 대부분에 비용이 발생한다. 더구나 06~11년은 외환위기 여파로 물가변동률이 연평균 2.90%로 고공행진 중이던 시기로 공사착공 전이었다. 

불변가격이란 물가변동에 의해 절대금액을 비교할 수 없으므로 사업추진 당시 물가를 기초로 변동 요인을 감안하여 확정한 가격을 말한다. 그러나 물가변동회계의 실용성에 대해서는 비용과 효율면에서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제기한다.

당초 천마터널 총사업비는 2007년 1월 기준 1660억원으로 추산됐고 이 당시 기준 민간사업비는 1215억원이었다(착공 2011년 10월, 완공 2015년 하반기). 하지만 사업은 난항을 겪으며 착공 시기가 1년 늦춰졌고, 착공 후에도 지하에 묻힌 유류저장고 등으로 두 차례 실시계획 변경을 거쳐 목표보다 3년이나 훌쩍 넘겨 완공됐다. 

이처럼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정에서 보듯 12년 전과 대비해 총사업비는 1405억이 불어난 3065억원(국비 299억, 시비 967억, 민자 1799억)으로 뛰었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뺀 금액이며, 늘어난 사업비만큼 더딘 공사로 인해 빚어진 교통체증은 고스란히 시민 몫이 됐다.

◆ 물가상승분 통행료 산출 과연 어렵나···불변가격 둘러싼 회의감

사업 진행과정을 좀처럼 알 수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가 발표하는 정보가 거의 전부다. 이런 상황에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소위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써서 불필요한 혼란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부서 공무원은 "공사를 앞둔 협약체결 시점에는 지난 3~5년 동안에 물가를 적용하면 개통최초통행료 정도는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산출해낼 수 있다"면서, "행정상에 손을 한 번 더 거치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물리적인 절대인력과 시간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여론조사기관에서 흔히 사용하는 '지지율 00%(오차범위 +,- 0.0%)'처럼 개통예정년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발표를 하는 것도 적당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시민들 편에서 보면, (처음 발표됐던) 통행료가 그대로 결정될 것으로 12년간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통을 코앞에 두고 급격히 인상되는 경험을 하는 셈이다. 불변가격이 어떻고, 물가상승률 적용이 어떻고 해서 1400원이라고 설명한들 “어, 인정!”이라며 선뜻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행정과 민간투자사업,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의 눈높이차가 있다는 얘기다. 

사진은 포항시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 민간투자사업 제3자 제안공고 내용중 일부. 상단 첫줄에 '가격산출기준은 2009년 2월2일 시점의 불변가격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괄호 안 단서로 '다만, 실시협약 체결 시 별도의 기준시점을 정하여 조정 또는 재산정할 수 있음'을 예정한 적이 있다. ⓒ 포항시

민자 앞에선 작아지는 부산? 타시·도 재조정 등 적극적 계약 사례

그렇잖아도 민간투자사업에서 시민들은 부산시가 맥쿼리 등 참여자의 이익을 과도하게 챙겨주는 식으로 유료도로 건립 계약을 체결했다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

천마산터널(주) 유료 운영기간 30년. 1일 1만9000대(부산시 추산), 소형차 기준 예상되는 총통행료수입 2912억 7000만원. 이 또한 현재 불변가에 기초하고, 향후 물가상승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통행료는 (이번 논란에서 보듯, 시민들에게 재차 불리한 쪽으로) 변동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부산시가 민자유치방식으로 공공사업 계약을 추진할 때, 위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적극적으로 가격을 합리적으로 재산정할 수 있는 재조정 기회를 열어두면 된다는 태도의 전환 필요가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공공사업 공고를 낼 때 불변가격의 적용이 만능이자 절대불면이라는 식으로 못박지 않고 합리적 가격 재산정 시점 지정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의 바람직한 변화 동향을 부산시도 배울 필요가 요청된다. 2010년 연말 경북 포항시에서 발표된 폐기물 에너지화사업 민간투자사업 공고를 보면, '가격산출기준은 2009년 2월2일 시점의 불변가격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괄호 안 단서로 '다만, 실시협약 체결 시 별도의 기준시점을 정하여 조정 또는 재산정할 수 있음'을 예정한 적이 있다.

소통을 강조하는 민선7기 오거돈 시대인 만큼, 불변가격을 고수해 그렇게 가격이 산정됐다는 안일한 대처보다는 이런 점 하나도 세밀히 재조정할 수 있도록 길을 찾는 세심한 행정이 요구된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불변가격은 불변의 진리라는 대처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시민 이익을 챙기겠다는 태도 변화가 생기기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높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