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돈부리기행] 일본인의 국민식 '돈부리'

2019-04-02 14:32:19

[프라임경제] 돈부리(丼)는 밥과 반찬이 한 그릇에 나오는 일본 요리형식의 하나다. '돈부리모노(丼物)'를 줄인 말이며, 종류를 나타낼 때는 더 줄어 '~동(돈)' 형태가 된다.

▲왼쪽부터 텐동(天丼), 규동(牛丼). ⓒ 각각 위키피디아제팬·요시노야(吉野家)사이트

돈부리에는 밥이나 국을 담는 사발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때 원형은 돈부리바치(丼鉢)다. 따라서 돈부리는 '돈부리에 밥과 반찬을 함께 담은 음식'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丼은 사물이 우물(井)에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그 소리를 발음으로 삼은 글자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오랜 세월 밥과 반찬을 따로 먹었다. 지금도 밥에 반찬을 올리거나 섞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그러나 돈부리는 이러한 관습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밥에 반찬을 올린다. 

한국이나 중국에도 유사한 덮밥이 있지만, 다양성이나 대중성에 있어 일본의 돈부리에 미치지 못한다. 돈부리 원형은 무로마치시대(1336~1573년) 사찰음식인 쇼진(精進)요리에서 전래된 호한(芳飯)이라는 음식이다. 호한은 밥에 야채와 생선을 얹고 그 위에 장국을 부어 먹었다. 

이 음식이 에도시대(1603~1868년) 쵸닌(町人)들에 의해 한 번 더 개량된다. 쵸닌은 도시경제가 발전하며 나타난 중인계급으로 주로 상공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성격이 급하고 매사에 효율을 중시했다. 식사도 예외가 아니어서 각종 면이나 밥에 반찬을 얹어 신속히 해결하곤 했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붓카케 소바이고, 붓카케 메시였다. 이 음식이 후일 카게소바나 카케우동, 돈부리로 발전한다. 1810년경 돈부리는 보통명사가 될 만큼 널리 보급된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이 '텐동(튀김덮밥)'과 '우나동(장어덮밥)'이다. 이 둘의 출현 시기는 문헌에 따라 선후가 바뀌기도 한다.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메이지시대(1868~1912년)가 되면 돈부리의 양상이 바뀐다. 서양의 육식문화가 상륙하면서 전통 음식을 조합하던 패턴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양념으로 서양풍 소스가 보급되고, 종류에 따라 대파 대신 양파가 사용됐다. 국가에서도 육류가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소비를 권장했다. 메이지시대 이전까지는 쇠고기 등 육류의 섭취가 법률로 금지되고 있었다.

1890년대 초반 '규동(쇠고기)'과 '오야코동(닭고기)'이 나오고, 1920년경 '카츠동(돼지고기)'이 첫 선을 보인다.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돈부리 상당수가 이 시기에 완성된다. 2차 세계대전 중 돈부리 문화는 일시 정체기를 맞지만, 195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스테키동(비프스테이크)'과 '카이센동(해물)'를 새롭게 탄생시킨다.

돈부리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규동과 카츠돈(돈카츠)으로 대표되는 '육류계열', 우나동과 텐동의 '어패류계열', 각종 야채를 소재로 하는 '야채계열'이 그것이다. 그동안 돈부리는 육류와 어패류의 양극체제였으나, 건강과 저칼로리를 앞세우는 야채류가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토쿄 아카사카에 전국돈부리연맹(일명 젠동렌)이라는 단체가 있다. 일본의 돈부리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이 연맹에서는 돈부리를 "일본인의 정신문화를 지탱해온 쌀, 긴 세월을 거치며 성숙한 반찬, 이 두 가지를 한 그릇에 절묘하게 조화시켜 고차원의 맛을 창조한 것"으로 정의한다. 아울러 "밥과 식재료의 조합은 무한하다. 일본인 상상력의 숫자만큼 존재한다"며 다양성을 강조한다.

돈부리는 별도의 반찬 없이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다. 어디를 가나 점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주문하면 곧바로 요리가 나온다. 혼자 들어가 먹는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특히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폭 넓은 지지를 받는다. 일본 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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