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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렌즈] "조현준 효성 회장,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9.04.10 16:18:04
[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콘텐츠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지난 2월13일 개봉한 영화 '증인' ⓒ 네이버 영화


민변(법률 시민단체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약칭) 출신 주인공 '순호(정우성)'는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이후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걸린 사건 변호사로 지목된 순호는 살인 용의자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찾아가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와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그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한다. 

지난 2월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은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연인 정우성과 김향기의 뛰어난 연기력과 스토리 등을 앞세워 '관객수 253만2962명'이라는 흥행에 성공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는 세상의 때라고는 묻지 않은 순수한 자폐소녀 지후가 세상과 타협하려던 변호사 순호에게 던진 물음이다. 이 단순한 물음에 선호는 다시금 본인을 돌아보고,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변호사가 되기를 다짐한다. 

이런 질문을 최근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목표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묻고 싶다. 

사실 효성그룹은 어려운 이웃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음악 인재 육성 및 유적지 보호 등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 '기업은 소외된 이웃을 돕고 다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돼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인 셈이다. 

효성 대표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2009년 시작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요요마 티칭 클래스'가 꼽는다. 이는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단원들이 어려운 환경의 음악꿈나무들과 함께 연주하고 연주 지도를 하는 행사다. 

또 '창업주 호국 보훈 정신을 이어받아 애국지사들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12년째 후원하고 있는 백범 김구 선생 유적지 보존 등 유적지 보호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어려운 이웃들 생계 지원을 돕기 위한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효성은 2006년부터 13년째 마포구 취약 계층에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있다. 누적으로 1만5000포대를 넘어선다. 

조현준 회장 역시 지난해 8월 서울시 마포구 인근 저소득층 주민들을 직접 찾아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함께 수박을 나눠먹으며 건강한 여름나기를 응원했다. 사회공헌활동 의지를 밝히고, 많은 임직원들의 나눔 동참을 독려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계 순위가 높은 다른 대기업들의 논란에 가려져 있을 뿐, 조현준 회장 '사회적 활동'이라는 등불 아래 칠흑 같은 불법 '그림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효성 법무팀장과 재무관계자, 과거 그룹 지원본부장을 지낸 계열사 대표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총수 일가가 회삿돈으로 자신들 형사사건 변호비용을 지출했다'는 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최근 일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현준 회장은 2013년부터 '효성 오너 일가'가 피의자로 지목된 개인 형사사건과 관련해 변호사 선임 등 재판 관련 비용을 효성이 대신 납부하고,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물론 다른 국내 재벌총수들 역시 회사 돈을 자신 쌈짓돈이나 사금고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횡령으로 수사 혹은 구속되는 일은 적지 않았다. 다만 조현준 회장의 경우 이런 횡령 의혹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실제 조 회장은 회사 돈으로 귀금속을 구입하는 등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는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혐의로 고발 당했으며,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조 회장이 또 다시 회사 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효성 측은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 "그동안 소송 비용은 명확히 구분해 처리해 왔다"며 부인하고 있다. 서류 처리상 단순 실수나 경찰 오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사실 확인은 검찰과 조 회장, 그리고 효성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동안 조 회장을 포함해 효성그룹이 행한 사회적 행동 역시 불법 행위를 가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진 않을까 우려된다. 때문에 조 회장에게 묻고 싶다. 

"과연 당신은 과연 좋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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