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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희망 연습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19.04.14 23:23:41

[프라임경제] "최 회장, 80세 생신 축하합니다."

중부 자와 솔로(Solo)에 코칭 여행 온 뒤, 며칠째 회장 소식이 없기에 내가 문자를 띄웠다. 오늘 아침 ‘페북’에서 얼핏 최 아무개 생일이라는 통보를 본 때문이다. ‘까똑’ 하더니 답신 문자가 뜬다.

"생일? 어, 아닌데~."

가끔 음력이든가 뭔가 페북 정보가 틀리는 경우가 있다.

"아니더라도 어쨌든 감사. 매일을 생일처럼 살고 있으니. 오늘은 뽄띠아낙(Pontianak)에 왔는 걸."

'되풀이 되는 새 해의 시작 날.' 인도네시아 말로는 생일을 그런 비슷한 의미 표현으로 나타낸다고 들었다.

"깔리만탄 가셨수? 페북 믿고 첫 축하 접수시켜 점수 따려다 망쳤네. ㅎㅎ"

인도네시아 와서, 이곳에 자리잡은 H그룹의 한국인 임원들 코칭을 시작한지 어느새 3개월이 넘었다. 지인인 최 회장이 몇 년 전 서울 다니러 온 기회에 내가 지은 책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한권씩을 선물한 것이 빌미가 되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무려 5400km나 된다는 인도네시아. 자와, 스마트라 뿐만 아니라, 주요 섬 요소요소, 스무 곳 너머에 사업장을 벌려 놓고, 50대부터 70대 연령의 한국기업 퇴직임원을 30여명쯤 스카우트 각기 책임 맡겨 놓았으니, 당신 책 내용 대로 이들 모두에게 '코칭적 소통'과 '수펙스 경영법'을 코칭해 달라는 주문에 망설임 없이 내가 응한 것이다.

"우리 좋은 일 하며 돈 법시다. 나 지금 형무소 가는 길이거든."
"형무소는 왜?"
"소년 교도소라는데, 우리가 머신(Machine) 제공하고 재소자들 훈련시켜 리사이클 사업에 원료 생산해 받으려고…."

 
H그룹은 수년 전부터 폐 페트(PET)병 리사이클 사업에 착안하여 이로부터 섬유, 솜, 패딩(Padding), 베딩(Bedding) 용품 등 행복 상품을 생산해 내는 착한 환경기업을 일관체계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깔리만탄 사업장 왔다가 그곳 교도소를 보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교도소장 만나서 크러싱 머신(Crushing Machine) 설치해 주기로 합의 했시다."

결정이 빠르기도 하다. 세 시간쯤 뒤에 다시 문자가 떴다.

"브라보, 최 회장! 승-승 아이디어의 화수분이네요."

은퇴한 경험 인력들을 스카우트하여 그들을 인도네시아 현장에 투입한 것부터 이미 승-승 아이디어라고 내가 탄복했던 것을 최 회장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에게 코칭을 통하여, 소통과 비거게임(Bigger Game)을 소개 중이니, 어험, 나도 어엿한 승-승 프로그램 참여자인 셈.

"재소자들 인성 교육 프로그램까지 병행하면 금상첨화이겠네."

코치들끼리 주고받던 아래 '벽돌공' 예화(例話)가 머리에 떠올라 얼른 문자로 덧붙였다. 

세명의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있는 현장을 방문한 누군가가 물었다.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 대답,

벽돌공 1 : "보면 몰라요? 죽지 못해 벽돌 쌓아 입에 풀칠하는 걸."
벽돌공 2 : "벽을 쌓는다오. 이 벽이 건물의 바깥 벽이 된다지. 아마."
벽돌공 3 : "주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재소자들의 바틀 크러싱(Bottle Crushing)은 그럼 뭘까? '쓰레기에서 행복 솜을 자아내는 연금술 물레질?' 오, 알라여."

내 편의 문자 통신은 그렇게 끝났다.

5분 뒤 최 회장의 문자가 떴다.

"그들은 '희망'을 연습할 수 있겠지요."

오늘 우리 대화의 잔잔한 기쁨을 기록해 놓기 위해 이 코칭 일지를 쓴다.


허달 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 (전)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 (전) 한국화인케미칼 사장 / 저서 '마중물의 힘'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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