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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과함의 미학

 

신지은 청년기자 | goe005@naver.com | 2019.04.19 08:57:12
[프라임경제] 정보는 무한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한이 아닌 알 수 없음'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1초라는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도 모르는 체 또 다른 지식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리는 사람인지라 이런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면 피곤하기 마련이다. 실제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고도로 진화하며 일상생활은 크게 바꿨다. '인간관계' 역시 이에 맞춰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초기에는 '싸이월드'나 '버디버디', 그리고 '네이트온'과 같은 SNS를 활발하게 이용했다. 비록 실시간은 아니지만, 상대방과 시간을 맞춰 대화를 나누거나 내가 쓴 글을 상대방이 봐주길 기다리며 조금은 느린 의사소통을 계속해왔다. 

이처럼 실시간이 아닌, 수동적이고 삶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관계는 우리가 인식하는 그대로를 비췄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 확장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컴퓨터를 손안에 넣을 순 없지만, 인간은 이와 유사한 도구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등장으로 취미처럼 즐겼던 메신저는 실시간이 되면서 어느 샌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만나지 않아도 언제든지 대화가 가능하교, 우연히 나를 찾아낸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다. 앞서 말한 인맥 정보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명이 발전은 몇몇 사람들에겐 열광적이고 기쁨으로 다가왔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나친 정보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것이 '인맥 다이어트'다. 

인맥과 다이어트의 합성어인 '인맥 다이어트'는 번잡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취업 혹은 사회 활동 등 바쁜 생활의 영향으로 의도적으로 정리함을 의미한다. 마치 우리가 먹어서 찌운 살을 빼듯 타인과 맺은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의문을 던진다. 이것이 과연 옳을까? 정보통신과 삶 패턴이 달라지기 전 우리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고민을 했을까?

우리는 SNS와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인간관계를 쌓는 노력이 단순화되고 있다. 친구 생일에는 메신저를 이용한 기프티콘으로 축하하고, 결혼식의 경우 모바일 청첩장으로, 그리고 모임을 꾸릴 땐 단톡방을 통해 주도하곤 한다. 

기존 하나하나 정성스레 이뤄졌던 모든 일이 인스턴트처럼 쉽게 해결되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 관계 역시 인스턴트처럼 가벼워진 것은 아닐까. 또 쉽게 얻었으니 쉽게 내려놓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모두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관계는 얻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마무리 짓겠다'라고 말을 뱉는 순간 그것이 진실이 되고, 현실이 된다. 

100명도, 1000명도 절대 과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 '인맥 다이어트'가 아닌, 자신 개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오히려 조금은 과해도 좋다. 버겁다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보는 것이다.

물론, 자신 마음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관계라면 과감히 내려놓음이 옳다. 하지만 '인맥 다이어트'라는 가벼운 단어 하나로 숭고하고 복잡한, 그리고 심오한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줄이는 것은 오히려 자신 마음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 위로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필자는 확신한다. 그렇지 않다고. 곰곰이 생각하면 주변에 사람 한 명 없는 사람은 없다.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참 많이 하기 마련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자신을 구석에 몰아 놓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인간관계가 어지럽고 힘들면 휴식이나 마음의 휴가를 떠나자. 가족이 싫다고 버리지 아니하며, 추억이 지긋지긋해 잊어버리진 않는다. 인간관계와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에, 가끔 '과함의 미학'을 느끼고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신지은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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