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진보 정부는 정말 '진보'하는가

[프라임경제]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만명 이상이 참가한 이 날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군 씨 사망사고 진상규명을 정부에 촉구했다. 노동문제 심각성이 대두된 지 이미 오래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개혁진보 진영에서는 이런 경제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나름 대안으로 몇 가지 제시했다.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론'를 비롯해 △노동중심 통일경제 연방론 △사회연대 국가론 △사회투자 국가론 △신진보주의 국가론이 그것이다. 이처럼 많은 대안이 나왔음에도, 노동 현실이 참담한 이유는 대안 자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대안은 복지를 정책 차원에서 국가 차원으로 격상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 또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구상을 전개하지 않는다. 복지를 위한 조세개혁 구체적 방안에 거의 무관심하다. 

다시 말해 복지국가가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조세개혁이 비현실적'이라며 복지국가 실현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진보 측 실질적 대안은 무엇인가? 개혁진보세력이 과연 커다란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 적이 있었는가? 

이제 진보세력은 신보수주의자들에 대항해 '복지국가혁명'이라는 담론을 내세워야 한다. 물론 많은 이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 70% 이상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를 대폭 늘리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형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선 몇 가지 혁명적 방안이 요구된다.

첫째, 선(先)복지혜택·후(後)조세부담이 필요하다. 적자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복지혜택을 맛본 적이 없다. 경험이 없는 만큼 복지를 약속하면 세금이 늘어나는 현실에 반발한다. 때문에 질 높은 복지를 체험케 하고, 이런 복지를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때 복지는 단순히 퍼주기식이 아닌, 경제성장을 동반하는 복지이기 때문에 결국은 균형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

둘째,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선택적 복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복지가 확대돼야 조세개혁 반발을 극복할 수 있다. 

중산층에게는 세금만 걷고, 아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기존 복지국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향후 수년간은 혁명 수준으로 급격히 복지를 늘려야 한다.

셋째, 성장을 위한 복지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문제를 보자. 우리나라 일자리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대우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고부가 가치화되지 않는 이유다. 

복지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구축해 중소기업에 다니더라도 대기업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직할 이유가 없다. 또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국가가 책임져 인재가 공급된다면 경제는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복지는 필수다. 의료와 보건, 교육과 문화 등 삶 기본영역에서 질 높은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에서 만들어진다. 아울러 여성·아동·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복지와 직업훈련을 통해 모든 국민 잠재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 정권'을 자처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갈팡질팡하다 끝났다. 그 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독단과 퇴행만을 반복하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정치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자유주의적 시장개혁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원리 관철에만 주력한 채, 복지에 대해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과연 '진보정부'라고 불리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 '자칭' 진보라고 떠드는 것을 눈 감더라도 '무능한 진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보'하는 길이다.

박성준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