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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SK이노베이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美 ITC에 수입금지 요청…2017년 이후 핵심인력 76명 빼가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9.04.30 11:40:19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 LG화학


[프라임경제] LG화학(051910)이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등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LG화학은 29일 (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이하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096770)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 셀·팩·샘플 등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출된 구체적 자료 발견

LG화학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되면서 본격 진행됐다. 

특히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두고 있는 만큼 증거 은폐가 어렵고, 또 위반시 소송 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입사서류 프로젝트 동료 작성하게 한 사례. ⓒ LG화학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불과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핵심인력 76명을 대거 빼갔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됐다. 

아울러 현재에도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및 핵심 공정 기술 등 LG화학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긴 것을 확인했다. 입사 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및 동료 전원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있었다. 

입사지원 인원들은 이를 위해 집단 공모해 선행 및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으며,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증명 통한 자제 요청 '경고'

사실 LG화학은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도 경고했다.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사례. ⓒ LG화학


하지만 이런 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은 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런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으며, 이런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에게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LG화학 핵심 인력을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 전직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LG화학 2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올 초 국내법원 "기술 격차 인정…전직금지"

LG화학은 올해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해 양사간 기술 역량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하며 지난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으며, 대법원 역시 LG화학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를 통해 2차전지 분야를 집중 육성한 '업계 선두주자'다. 

지난해에도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전사 연구개발비 가운데, 전지분야에 3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반면,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및 배터리 등 전사 연구개발비가 230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LG화학이 전지 한 분야에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SK이노베이션 전체 연구개발비를 크게 상회할 만큼 양사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울러 특허(국제특허분류 H01M관련 등록 및 공개 기준)에 있어서도 LG화학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2019년 3월31일 기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소송은 경쟁사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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