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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공시제도 신뢰성, 전문성 갖춘 평가 전제돼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5.02 18:26:05
[프라임경제] 정부는 '2019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현실화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현실화율'이라는 것을 어떻게 산출하느냐다.

기준이 될 수 있는 측정지표가 부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는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가격을 산출하고 있지만, 전체 토지 약 3300만 필지 중 연간 거래량은 32만건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현재의 시장가치와 맞지 않는 거래내역으로 가격을 매기고 있는 셈.

전문가들은 표준지 선정에서부터 '정무적 판단'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성을 띄는 필지가 아니라 가격이 제일 높은 필지를 표준지로 삼는 등, 입맛에 맞춘 공시가격 산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

올해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2만873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1290건 대비 약 22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건은 6183건으로 21.5%가 반영됐다. 대부분 하향이의신청인 가운데, 토지보상 등의 이유를 가진 상향요구도 일부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하지만, 5분의 1이나 '합리적 기준'을 들이대면 재조정된다는 사실은 당초 가격 산출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었는지 의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공시가격은 단순히 토지가격의 산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이나 세금 등 관련한 60여개의 항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 객관적이어야 한다. 때문에 객관적 산출 지표와 기법을 갖춘 전문가가 이른바 '정무적 개입'을 배제하고 공명정대하게 산출해야 함이 옳다.

공시가격 산정에 있어서 문제점은 대표적으로 2가지다. △감정평가사의 자료접근권한 및 독립성 확보의 부재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단독주택 실거래기반 '조사·산정' 공시가 산출이 그것이다.

실거래가라는 것은 결국 거래 당사자 간 합의된 가격이기 때문에, 완전한 적정가격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거래가격이 시장가에 맞게 책정돼 거래된 것인지, 가격변수요인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가격을 산출하는 감정평가사들에게 자료에 대한 접근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또, '정무적 판단'으로 산출된 가격을 반려하거나, 자체평가를 기준으로 반려되는 등 공정성을 저해하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 의뢰자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감정원은 2016년부터 법률에 의거해 감정 업무를 수행하지 않게 되면서, '한국감정원법'을 만들어 '조사·산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감정평가사라는 전문가제도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새로운 개념을 만들면서까지 한국감정원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산출 업무를 맡는 것은 공공조직의 밥그릇 챙기기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본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표준지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 1000여명이 95일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인당 1일 9.8필지를 평가하는 셈. 이에 반해 한국감정원이 담당하고 있는 표준주택과 공동주택은 각각 한국감정원 직원 400여명이 37일과 63일 간 수행하며, 업무가 과중돼 있다.

비전문가집단인 일반직원들이 가격산출을 담당하는 것도 업계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요소다. 한국감정원은 이와 관련해 정책토론회 등에서 관련 발언을 했던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영역을 개척하고, 가격산출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의료계에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나누고 그 영역을 확고히 분리시켜 놓은 것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굳이 다른 근거를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당연한 것이다.

'맹자집주'에는 '호리지차 천양지류(毫釐之差 千里之繆)'라는 말이 나온다. 털끝만큼의 차이가 천리만큼의 엇갈림을 낳는다는 말이다. 삼각형을 이루는 두 선의 각도가 아무리 작아도 천리만큼 선을 연장하면 그 양 끝의 거리는 크게 멀어진다는 뜻이다.

감정평가사라는 전문가제도가 마련돼 있는 만큼, 고유의 영역을 보장하고, 한국감정원은 공공기관으로서 고유영역을 확보하는 결단을 미룰 이유가 없다. 그것이 공시가격에 대해 제기되는 신뢰성 문제도 해결하는 토대가 될 것임은 더욱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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