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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선청소기 비방 線 넘었다...삼성전자, 매장서 경쟁제품 비하

삼성전자 내부 교육자료 유출해 마케팅에 활용…표시광고법 위반 소지도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9.05.03 15:22:58
[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물걸레 키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LG 코드제로 A9은 물걸레 청소 시에도 흡입구를 통해 먼지를 빨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물기가 내부로 유입돼 '곰팡이'와 '악취'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이 테스트 결과는 무선청소기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 내부 자료에 담긴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물걸레 키트 출시 후 6개월 간 이 같은 사례로 서비스센터에 접수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삼성의 테스트 결과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에서 이 자료를 비방마케팅에 사용한 것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물걸레 키트. ⓒ LG전자


◆"LG 코드제로 물걸레, 세균의 온상 될 수 있어"

3일 본지가 입수한 삼성전자 내부 자료에 따르면, LG전자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에 '파워드라이브 물걸레' 키트를 끼워 사용할 때, 제품 내부에 '곰팡이'와 '악취'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가 발견됐다.

파워드라이브 물걸레 키트는 청소기 한 대로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지원하는 LG 코드제로 A9의 부속품이다.

삼성전자는 LG 코드제로 A9을 두고 두 종류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선 물걸레 청소 시 물기가 먼지 흡입구를 통해 내부로 유입되는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LG 코드제로 A9을 '2단급수·터보모드'로 맞춘 후 6분간 청소한 결과 △물걸레 브러시 △파이프 흡입구 △핸디 흡입구 등에 수분과 먼지가 유입됐다"고 했다.

LG 코드제로 A9 물걸레 키트 테스트 결과물. 파이프 흡입구 등에 물기가 유입됐다. ⓒ 프라임경제


실사용 후 3일 정도 방치하는 테스트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시험면적(브러시 헤드폭X500㎜)에 △생활먼지 10g △커피 50cc △시리얼 종이컵 3분의 1을 골고루 도포한 후 건조한 다음 데코타일이 깔린 바닥을 청소했다. 

이후 온도 23.8도·습도 40% 환경에서 36시간(3일) 동안 방치했다. 그러자 파이프 내부에는 이물이 굳어졌고, 필터와 먼지통 내부에는 곰팡이가 나 악취가 발생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이 자료에서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위생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청소기가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 코드제로 A9 실사용 후 3일간 방치한 상태. 필터와 먼지통 내부에 곰팡이가 발생했다. ⓒ 프라임경제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우선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물걸레 기능을 갖춘 코드제로 A9을 출시한 이후 물이 유입돼 냄새와 곰팡이가 생겼다는 서비스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 코드제로 A9 물걸레는 수백 시간의 신뢰성 시험과 실생활환경에서 오랜 필드테스트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마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삼성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도

일각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이뤄져야 할 무선청소기 업계 내 '주도권 싸움'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 자료를 활용해 직원들에게 자사 제품의 상대적 우수성을 알리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내세워 경쟁제품을 깎아내리는 식의 마케팅은 지나치다는 것.

실제 본지가 전날부터 서울 및 경기지역 다수의 삼성 디지털프라자를 방문한 결과, 몇 곳의 매장에서 'X사 물걸레 실상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자료를 활용해 마케팅하고 있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한 직원은 "경쟁사인 LG전자 무선청소기에 대한 내용"이라며 "객관적으로 테스트한 결과인 만큼, 비치해두고 고객들에게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내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 판매구역에 비치된 테스트 결과물. ⓒ 프라임경제

문제는 이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점이다.

이 법 제3조 1항을 보면, 사업자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적인 표시·광고 등을 하면 안 된다.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은 지난 3월께 자사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의 상대적 우수성을 강조한 특정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경쟁 제품을 비방하는 마케팅을 전개했었다. 특히 해당 영상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경쟁제품에 대한 성능 테스트 결과를 내부 교육용도로 사용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면서 "문제는 이를 매장에서 경쟁제품 비방마케팅에 활용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스트 세부사항과 사진 등을 상세히 기재했다는 점에서 결과의 객관성은 담보될 수 있지만,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이 같은 비방 마케팅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은 다이슨, LG전자, 삼성전자가 각각 50%, 40%, 1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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