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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분석] 곽규택, 폭풍전야 부산정치에 리얼리즘의 배를 띄우다

서동구와 중영도구 패스트트랙 와중 경쟁력 부각 반사이익 가능성 높아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 ·tea@newsprime.co.kr | 2019.05.03 10:43:00

[프라임경제] '패스트트랙'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 개편을 신속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구 통폐합 문제가 전국 각지에서 파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3일 '조선일보'가 정개특위에 몸담고 있는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28석이 이웃 지역구와 통폐합 대상이 된다.

부산만 해도 남구의 갑과 을이 도마에 오르고, 사하구도 갑과 을 모두 통폐합 논의에 말려들 전망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영도 역시 관련 파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패스트트랙 통과 전후에 모든 정치인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며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오히려 '자기 확신'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 지역 기반이나 현안에 열성적으로 임해 왔으니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기다릴 수 있는 이들이다.

곽규택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대변인도 그 대열에 속해 있다. 오히려 서중구와 중영도구 사이에 통폐합 바람이 일어날 경우 양쪽 모두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로 부각, '어부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같은 당 소속으로 서동구 현역 지역구 주인인 유기준 의원과의 대결 구도 역시 새삼 관심을 모은다.

◆독학으로 의사된 피난민 부친, '소탈함' 가풍…서구-영도 토박이

곽규택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대변인. 곽경택 감독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 기사가 테이블 유리 아래에 보인다. ⓒ 프라임경제

'곽규택 변호사'라는 법조인·정치인의 이름은 '곽경택 감독'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둘은 형제지간이다.

곽 감독은 '희생부활자'와 '닥터K' 등 판타지물도 만들었지만 820만명을 불러모은 '친구'를 비롯해 '챔피언', '사랑', '극비수사' 등의 거칠고 리얼리즘이 살아있는 영화들을 다수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곽 변호사 역시 법무법인의 이름을 '친구'로 정했다.

부친은 동란 중 피난을 와서 홀로 선 실향민. 객지에서 독학으로 의사 자격을 따내 정착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험난한 피난살이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의사까지 됐던 부친은 반대급부로 아들들은 신산하고 팍팍한 자신과 같은 삶 대신, 당당하되 자유롭게 세상을 살기를 바랬다. 하지만 곽 감독과 곽 대변인 모두 검약이 몸에 밴 소탈한 성격, 실질을 중시하는 성격을 가졌다. 곽 대변인이 운영하는 법무법인 사무실에는 낡은 TV가 하나 있다. 곽 감독과 곽 대변인 모두 검약이 몸에 밴 소탈한 성격임을 잘 드러내는 물건이다. 

곽 대변인은 곽 감독이 제작 전에 시나리오를 상의하는 인물 중 하나. 배우 박시연과 주진모가 주연한 '사랑', 그리고 공전의 히트작 '친구' 등을 형제간에 검토, 의논했다. 이 영화들을 보면 단순히 부산말을 쓰는 갱스터 무비가 아니라 이들의 영화관과 인생관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때로는 신파로 흐를 수도 있는 리얼리즘의 세계다.

부산 혜광고를 나와 서울대로 진학한 곽 대변인은 사시에 합격, 검사가 됐다. 사건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세상의 어두운 면을 헤쳐온 그의 성격에 '곽경택표 영화'의 이런 리얼리즘과 신파가 가장 잘 맞았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퇴폐업소 전부 추징 명성…'패스트트랙 국면 유기준 대안' 부각? 

검사 시절 그는 '꿈의 궁전 사건'과 '퇴폐업소 전부 추징' 등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꿈의 궁전 모텔 화재는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미궁에 빠질 뻔 했으나, '중간 환풍구 관리 하자'가 있었음을 밝혀내 해결했다.

속초지청장으로 부임해서는 퇴폐영업에 일부분이 사용된 건물의 경우 통째로 범죄수익 추징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단을 최초로 얻어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부장검사로 일하던 때에는 '남양유업 갑질 사건'을 지휘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곽 대변인은 수사팀에 막상 죄를 짓고 구속되는 당사자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즐거운 수사는 없다는 점을 늘 강조하며 인격적·온정적으로 처리하도록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돌연 사표를 내고 고향에서 개업하는 길을 택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수사검사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했지만, 고위 간부로 올라가면서 점점 수사에서는 손을 떼고 관리자 기능, 인사 이동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닮을 것 같아 고민이 됐고 결국 인생2막을 찾아 나섰다. 문제는 2막의 도전장을 너무 센 '현역 유기준 vs 정치신인 곽규택'으로 던졌다는데 있다. 

이런 무모해 보이는 선택에는 정치는 혼자,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것이라는 평소의 신념이 작용했다. 실제로 서구에서 오래 살았던 점 때문에 이 지역을 택한 것도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 대해 그는 "거의 다 잡았다 싶었지만 막판에 서구가 인구 문제로 동구와 합쳐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그런 변수 속에서는 역시나 신인이 현역에 도전하기엔 약간 모자랐다"고 회상한다.

곽규택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대변인의 사무실 내부 전경. 지지자의 전화를 받고 즐거워 하는 모습. ⓒ 프라임경제

하지만 이때의 선전을 눈여겨 본 당 지도부에서 중영도구로 이동해 당협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주문했다. 망설였지만 중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영도의 경우 '부친이 병원을 개업했던 동네', '자신도 한때 살았던 곳'이라는 점에서 당협위원회를 맡기로 결정했다.

서동구 공부 끝, 중영도구 공약 고심…'부산판 미나토미라이' 겨냥?

그러면서 법무법인도 영도구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다. "따지고 보면 영도엔 변호사 사무실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도 지역 주민들에게 일종의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

그는 패스트트랙 논의가 오가는 시점임을 의식했는지 크게 직접적 '나와바리(구획)' 언급은 자제했다. 다만 "원도심은 사실 하나의 생활권이나 다름없다"면서 서구와 동구, 중구 그리고 영도구가 가진 인연을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의 구도와 논의 방향을 보면 서동구와 중영도구 선거구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당의 요구대로 당협 운영을 위해 서구에서 중영도구로 이동한 그에게 의외의 메리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구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가운데 중영도구를 섭렵한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는 것. 물론 여기에는 '4선 유기준 의원'에 대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다선 의원 배제나 험지 출마론 등이 작동해야 한다는 변수가 맞물려 있다.

시당 업무(시당 대변인)를 보느라 지역 관리에 아직 가닥이 안 잡힌게 아닌지 의아해 하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질문에 그는 "공약은 아직 공부 중이긴 한데…"라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만 답했다. 다만 "영도는 과거부터 조선 수리와 기자재 산업이 있었던 곳이라는 특징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미나토미라이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해 만만찮은 구상을 머릿속에 담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나토라이21 자료를 가리키며 발전 벤치마킹을 이야기하는 곽규택 대변인. 중영도구 더 나아가 부산 부활의 마중물 구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 프라임경제

그가 말하는 미나토미라이는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 지구 계획을 의미하는 것.  일본 개항 초기부터 해외로 나가는 관문이던 요코하마를 독립적으로 발전시키고 수도권 기능을 분담하는 최첨단 수변도시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메이지시대부터 쓰여온 '낡은 항구'를 새로운 '미래항구'로 거듭나게 한 구상이라 부산으로서는 언감생심 가장 눈이 갈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지만 '워낙 큰 덩어리'라서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있는 안건은 아니다.
 
'조국 청와대 수석 차출론'에 '이언주 무소속 의원 맞불' 가능성, 여기에 '패스트트랙 문제'까지 춤추는 상황에 공천장이 아쉬운 정치인이라면 하기 어려운 행보다. 그런 거대한 미나토미라이를 주목하면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곽 대변인의 배포에 관심이 모아진다. 요동치는 부산 정치 바다에 쪽배 하나로 정중동하고 있는 그의 값어치를 유권자들이 주목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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