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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명리학으로 읽다.3] 아이유를 읽다 ①: 리메이크 '꽃갈피'를 듣다

 

이혁재 칼럼니스트 | sijung1030@gmail.com | 2019.05.05 12:31:11

[프라임경제] 아이유(IU)는 이름처럼 나(I)와 너(You)를 노래합니다. 2014년과 2017년에 나온 '꽃갈피'라는 리메이크(remake) 앨범에서도 나와 너를 노래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노래 가운데 골라 아이유는 나의 노래로 다시 만들어냅니다. 노래 속에서 여러 나는 헤아릴 수없이 많은 너를 부릅니다.

2014년 발매된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재킷. ⓒ 프라임경제

아이유는 이지은이기도 합니다. 이지은과 아이유의 삶에는 여러 꽃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아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꽃갈피들을 찾아냅니다. 꽃갈피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만든 기억들은 개여울이 됩니다. 그 개여울에 실려 갇혀 지냈던 꽃갈피가 이제는 생생하게 흘러 다닙니다.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꽃갈피 하나: 아이유, 이지은을 만나다

아이유는 노래하면서 여러 이지은을 만납니다. 꽃갈피에 담긴 여러 겹의 이지은이 다시 만들어집니다. 다시 만들어지는 사람은 이지은만이 아닙니다. 처음 그 노래를 부른 여러 사람도 다시 만들어집니다. 이들의 만남을 꽃갈피에 담아 아이유가 다시 부릅니다. 여러 '나'와 여러 '너'를 위해 다시 만들어진 삶은 '운명 같은 기억'이 됩니다.

아이유는 어떤 기억을 노래한 걸까요? 아이유를 좋아하는 팬들이야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어떤 노래인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써봅니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김광석의 꽃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산울림의 너의 의미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 △클론의 꿍따리샤바라 △홍삼트리오의 어허야 둥기둥기.

이 기억들 가운데 나의 옛날과 너의 의미와 웃는 그와 우리가 있습니다. 나와 너와 그와 우리는 꽃과 사랑과 꿈을 나눕니다. 그리고는 꿍따리샤바라, 어허야 둥기둥기라고 주문을 외웁니다. 부른 이의 기억들과 이지은의 기억들이 아이유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삶이 됩니다. 그저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만든 기억입니다.

◆꽃갈피 둘: 아이유, 아이유를 만나다

햇수로 3년이 지난 2017년에 아이유는 또다시 꽃갈피를 찾아냅니다. '꽃갈피 둘'이 다시 만들어집니다. △양희은의 가을 아침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정미조의 개여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이렇게 여섯 노래가 아이유의 목소리로 다시 만들어집니다.

'꽃갈피 둘'에서는 여름 밤이 가을 아침으로 바뀝니다. 꽃은 비밀을 간직한 화원이 됩니다. 밤은 꿈꾸는 밤이 아니라 잠 못 드는 밤이 됩니다. 어젯밤 파티는 그저 외롭기만 합니다. 나도 외롭고 너도 외로우니 아이유도 외롭습니다. 개여울처럼 흐르는 외로운 시간 한가운데 아이유는 있습니다. 아주 가지는 않을 테니 나를 잊지 말라는 듯한 부탁이 들리기도 합니다.

잠 못 드는 밤이 아니라 마침내 매일 그대와 함께 잠이 들기를 아이유는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니까 '꽃갈피 둘'에서는 아이유가 아이유를 만나고 있습니다. 이지은을 만났듯이 아이유를 만납니다. 아이유의 지난 삶을 또 다른 아이유가 운명 같은 기억으로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re) 통합된 어울림

오랜 진화를 거친 생물의 건강은 자극에 대한 반응, 곧 리액션(reaction)으로써 다시 살아납니다. 이를 리바이벌(revival)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명을 개발한 사람의 건강은 양심을 깨우는 후회(regret)로써 다시 태어납니다. 이를 리버쓰(rebirth)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의 자유로운 개인의 건강은 '스스로의-존중'이 꼭 필요합니다. 이를 셀프-리스펙트(self- respect)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다시(re) 보살피려는(sponse) 마음이 우러납니다. 이를 책임, 곧 리스판서빌리티(responsiblity)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창작이란 바로 이들의 어울림입니다. 생물다운 리액션(반응)과 리바이벌(다시-살아남), 사람다운 리그레트(후회)와 리버쓰(다시-태어남), 개인다운 리스펙트(존중)와 리스판서빌리티(책임)의 통합된 어울림입니다.

◆아이유가 다시 만든 나름다운 십이지(十二支)

개인들의 존엄함(dignity)은 서로에 대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책임은 서로 다른 아홉 갈래의 진정성(authenticity)이 되어 여기저기로 울려 퍼집니다. 내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내가 그에게, 네가 나에게, 네가 너에게, 네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그가 너에게, 그가 그에게 말입니다. 나름대로 존중하고 진정으로 마음을 쓰는 책임이 나와 너와 그에게서 아홉 갈래로 자라납니다.

이렇듯 건강창작이란 존엄함을 '다시-만들어' 가는 리메이크(remake) 과정입니다.

아이유는 이지은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아이유는 아이유도 다시 만들었습니다. △나 △너 △그 △우리 △아침 △밤 △매일 △옛날 △꽃 △꿈 △잠 △사랑은 아이유가 이지은과 아이유에게서 읽어낸 아이유 나름의 십이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운명의 십이지가 아니라, 스스로 기억을 불러내 리메이크한 아이유 나름의 십이지입니다. 이들은 개여울에 실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생생하게 흐릅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유의 '나'다움과 '너'다움 그리고 '아이유'다움을 지켜보게 됩니다. 좀 더 지켜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글은 '지친 무릎 위에 쓴 밤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곧 부치겠습니다. 그리고 마무리 글은 '편안함에 이른 지안(至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유가 태어난 날인 5월16일에 들려드리겠습니다.


신천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MBC 본사 의무실 한방주치의 / EBS 역사드라마 <점프> 한의학 자문 /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 경희대 한의학과 석사졸업·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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