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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돼지·이해찬' 때리던 유기준, '청와대 석탄 의혹' 건곤일척

부산 지역구 위기 속 노림수…점잖은 캐릭터 호평 vs 찻잔 속 태풍 저격솜씨 우려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5.06 15:11:17

[프라임경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저격 이력이 드디어 정점을 찍었다. 고위층 자제 문제와 총리 관련 논란을 공격하던 그는 이제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를 사실상 겨냥했다. 그것도 단순 의혹이 아니라 대북 제재 위반과 연결되는 고리를 점찍은 것이라 그야말로 건곤일척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석탄 반입 논란 중요성…'대북 유착 의혹' 전면전 의미

5일 관세청의 자료를 받아 유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 사건에서 대금이 제3자에게 전달됐다는 것. 지난해 정부는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된 사건을 조사하면서 석탄 반입 사실(러시아산 등으로 원산지를 속여 들여옴)은 확인했으나, 그 대금은 직접 지불된 것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200만달러(한화 약 23억원)가 거래처가 아닌 제3자에게 지불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게 유 의원 발표의 골자다. 

관세청도 조사 부실을 인정했으며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북 제재로 고생 중인 북한에 외화 물꼬를 틔워준 셈이어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거래 상황과 조사 내용이 뒤늦게서야 밝혀지게 된 점 등에 최고위층의 압박이 있었는지도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전면적인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도 바로 이 대목 즉, 정권 차원에서 대북 제재 우회로를 돕는 데 압력을 행사하는 등 도움을 준 것이냐에 있다.

패스트트랙 회부 문제로 한국당이 정부 및 여당과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고, 북한에서는 단거리 발사체를 쏘면서 백악관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려 나선 상황. 이런 구도에서 유 의원이 띄운 승부수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의원은 점잖은 정치인이라는 평도 우세하나, 현재의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계열과 악연이 적지 않다. 저격수 역할과 무관치 않은 것. 그의 삶의 궤적과도 무관치 않은 '관세청과 부친과의 인연'이 이번에도 강렬한 불꽃을 뿜을 것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관세청 공무원 아들' 민주화 투신 이력으로 고초

유 의원을 변호사 출신 의원 혹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선수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약하다거나 꽃길만 걸어왔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4선 의원으로 줄곧 여의도 정치를 해온 그로서는 다소 뼈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그의 지나온 길은 간단하지 않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학생 운동을 했고 이 이력으로 사시 합격 후에도 마지막 면접에서 탈락, 다음 시험에서 합격증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군법무관 복무도 거부당해 병장으로 전역하는 등 각종 불이익도 이어졌다. 관세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의 부친도 압력으로 퇴직해 관세사 개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유학 후 해양법 전문 변호사라는 평을 얻었고 부산대 겸임교수 등으로 일하다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17대 국회에 입성할 때부터 친박 코드로 분류돼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봄, 그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현재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절 부산에서 상공인들과 골프를 쳤다는 논란을 겨냥, 조사 활동을 진행해 악연을 맺었다.

한나라당 시절 당의 입인 대변인을 맡기도 했는데, 2006년 가을 태국의 군부 쿠데타를 탁신 총리가 정치를 못해 빚어진 사건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타산지석 논평'을 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내용이라 당시 여권의 반발을 불러온 것.

'골프 총리' 이어 '똥돼지 저격'으로 희망 아이콘 부각

이 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거친 입'이나 '저격 전문가' 정도로 이미지가 고착화되거나 악역으로 강하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듯 하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강렬한 '저격수' 이미지로 굳어진 점을 연상하면 더 그렇다.

2010년 박근혜 당시 의원과 의정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유기준 의원. ⓒ 연합뉴스

이는 그의 의정 활동 및 상임위 행보가 해양 관련 전문가(해양법 변호사)로 평가될 각종 법안 발의 및 외통위 이력 중심으로 짜여진 데다, 꼭 상대 당파만 공격한다는 비난에서 다소 자유로운 이미지를 얻은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는 2010년 외교부 채용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외교부에 채용된 698명의 기록을 분석, 외무고시 출신이 161명,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직된 케이스 30명에 7급 공채 67명이지만 특별채용은 무려 44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 측 자료 분석에 따르면 기간을 2000년부터 10년간으로 넓혀 잡아도 특채 비율이 54%에 달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당시 이는 고위층 자녀가 후광을 이용해 채용 혜택 뒷말을 낳던 세태 속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런 특혜 의혹 자제들은 은어로 '똥돼지'로 지칭됐는데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

당시 내용 발표 시점은 보수 정권 시절이었고, 문제의 지적 기간을 보면 DJ와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를 모두 아우른 것이라서 특정 정권이나 정당 문제를 겨냥한 것인지 모호하다는 해석을 낳았다. 정파적 저격수가 아닌 제대로 일을 한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었던 것.

투기 논란과 지역구 문제, '8개월 장관' 등 약점도 많아 

이 같은 이력은 친박 출신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던 와중에서도 기사회생하는 기반으로 작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연말 그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원외 인사에게 뺏기는 수모를 당한다. 하지만 이후 이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한때 그의 지역구인 서구와 김무성 전 대표의 영도 지역구가 합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결국 서구과 영도간 통폐합 대신 중동구를 사이좋게 나눠 서동구와 중영도구로 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꽃길이 계속될지에 대해서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우선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세월호 조사 방해 논란 등으로 구설수를 만든 바 있다. 특히 장관으로 임명된 후 8개월만에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직해 버림으로써 비판을 받았다.

장관 청문회 당시 농지 매입 및 그 자리에 산업단지가 들어선 점 등이 문제로 부각됐다. 부친과 대를 이어 투기를 했다는 쓴소리도 들었다. 민주화 투신 공로로 고초를 겪은 부자지간의 이미지가 상당 부분 퇴색하는 수모를 겪은 것.

이에 따라 더 이상 단순 비리 등을 겨냥하는 저격수는 어렵지 않겠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이는 바꾸어 보면, 이번 석탄 대금 제3자 송금 이슈 같은 거대담론이 아니면 그가 맡을 수 있는 '궂은 일'의 폭도 크게 제약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당내 입지 강화와 이미지 메이킹 등에 아직 초연하기 어려운 정치 이력상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 번에는 서구와 영도간 선거구 문제에서 중동구를 양쪽에서 서로 나눠 떼어갖는 식으로 조정되고 넘어갔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다시 중영도와 서동구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선수가 많은 유 의원으로서는 용퇴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니면 험지 출마 등 이동 승부수를 띄워야 할 수도 있다. 이는 황교안 대표의 당내 안착 과정에서 유 의원이 꽤 우호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힘을 발휘하기 보다는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소리다.

결국 석탄 대금 제3자 논란은 청와대가 대북 제재 우회로 제공에 힘을 써주고 있는지 등의 거대한 이슈 즉 정권의 명운만이 달린 것이 아니다. 유 의원 스스로도 이제 자기 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곤일척을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것. 유 의원은 이제 꽃길만 걸었다는 평가를 뒤로 하고 스스로 꽃길을 닦을 수 있을까? 이는 그가 당의 앞길을 개척해 줄 수 있는 거물로 평가를 새롭게 하느냐의 문제로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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