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청년칼럼] 정부 인터넷 규제, 그리고 나아갈 방향성

 

김도환 청년기자 | dhwowo@naver.com | 2019.05.07 17:19:40
[프라임경제] 올해 초 정부 '불법 유해 사이트 규제 강화'가 여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방식만으로는 HTTPS를 이용한 사이트들을 차단할 수 없자, 대응책인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방식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SNI 필드 차단 방식을 진행하는 배경을 알기 위해선 HTTP와 HTTPS를 살펴봐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HTTP(Hyper Text Transfer Protocol)는 웹브라우저가 접속해 정보를 요청하면 서버는 이에 응답, 정보를 제공하는 통신 프로토콜이다. 이때 주고받는 메시지는 평문(text)으로 이뤄져 네트워크 통신 중간에 가로채 내용을 도청 및 조작을 시도하는 중간자 공격(MITM)에 취약하다. 

그에 비해 클라이언트와 서버가 주고받는 메시지를 암호화시키는 HTTPS(Hyper Text Transfer Protocol Secure)는 HTTP보다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더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방식은 DNS와 HTTP 통신 헤더 호스트 정보를 이용한 차단 방식이었다. 이는 HTTP로 이뤄진 불법 유해 사이트들 차단은 가능했으나, HTTPS 형태 사이트들 차단은 어려웠다. 

때문에 점차 보안성이 높은 HTTPS를 이용하는 사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기존 차단 방식으로는 규제가 어려운 불법 유해 사이트들 역시 점점 증가했다. 

결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HTTPS 차단도 가능한 'SNI 필드 차단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HTTPS는 암호화 개시 준비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SNI 필드에 호스트 네임을 노출시키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 'SNI 필드 차단'은 이런 결함을 이용해 노출된 호스트 네임과 방송통신심의원회가 지정한 사이트 주소 일치시 사이트를 블랙아웃 시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해당 기술를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정한 총 895개(도박 776개·음란 96개·저작권 11개·불법 식/의약품 8개·기타4개) 불법 사이트들에 대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정부의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방침 강화와 관련해 주로 남성 회원들이 많은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반대 입장은 정부의 국민 접속 기록 관리는 사생활 침해이자 '인터넷 검열의 길로 가는 발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SNI 필드 차단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지속적으로 생성될 우회 방법을 위해서도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란 청원 역시 현재(5월7일 기준) 27만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동의했다. 

반면, 이런 국민 청원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및 규제 찬성 입장으로는 비록 근원적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리벤지 포르노 및 불법 촬영물(몰카) 피해자들의 당면한 고통을 덜기 위해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라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회 접속 기술에 맞춘 효과적인 방법도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을 시사했다.

이처럼 정부 규제에 대한 찬반 입장이 끊임없이 대립하는 가운데, 양측 입장에 있어 서로를 설득하기엔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정부가 강화된 규제 정책에 앞서 공론화 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에 근거한 합당한 조치임에도,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왜곡된 정보와 불필요한 오해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SNI 필드 차단'은 사용자가 접속한 호스트 네임만 알 뿐, '패킷 감청'이라고 부를 만큼 모든 인터넷 활동을 실시간 감시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이런 오해에서 비롯된 다수 반대 입장은 기술적 사실 확인만으로도 설득력을 잃는다. 

정부가 국민이 접속한 사이트 주소를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소지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불법 유해사이트 규제가 시행됐던 수년 전부터 거론된 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또 불법 유해사이트 및 주소를 대조해 차단하는 직접적 주체는 정부가 아닌,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ISP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미 인터넷 문화가 자리 잡은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번 규제에서 거론되는 수준의 정보는 항상 ISP에게 노출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세금과 같이 노출되는 개인 정보들이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나, 마치 모든 논란이 이번 규제로 새롭게 발생된 문제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

물론, 이번 일련의 사태들을 통해 의미 있는 지점도 찾을 수 있다. 바로 '포르노 합법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여론이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번 규제와 관련된 비판들 외에도 성인이 성인물을 보는 것이 도대체 왜 불법이고, 억압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불법 몰카 및 리벤지 혹은 아동 포르노 등 국내에서 취급하면 안 되는 영상에 대해 많은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으나, 반대로 허용 가능한 성인물 범위에 대해선 쉽게 거론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얼마 전 표창원 의원은 '포르노 합법화'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단체들에게 항의와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합법화 주장'이 아닌, 단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하자고 말한 것뿐인데, 이조차도 비난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아직도 성(sex)에 대해선 공공연한 담론이 생성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경직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OECD 국가들에서 포르노가 합법인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 역시 이와 관련된이야기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정부 규제 논란은 불법을 불법으로 다뤘을 뿐이다. '볼 권리'를 외치려면 먼저 합법화를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김도환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