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관광 활성화보다 '사람' 중요하다는 영도구의 고집

2019-05-07 17:43:20

[프라임경제] 도개교(큰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중간이 들리는 다리)인 '영도다리'로 유명한 부산 영도구. 영도대교는 유명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에도 나올 정도로, 한국전쟁 무렵 고달픈 피난생활의 상징이자 부산의 대표 이미지로 각인돼 있지요.

어쨌든 항구도시 부산의 원형질이자 대표 같은 공간이 바로 영도구인데요. 최근 영도구의 고위 공무원을 잠시 만나 현안을 듣고 질문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근래 영도구가 문화사업과 관광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관련, '깡깡이마을'이 화제가 됐는데요. 깡깡이마을이란, 큰 배의 선체에 붙은 따개비 등 불순물을 떼어내는(쳐내는 쇳소리를 따 '깡깡이'라고 표현하는 것) 작업에서 유래된 명칭입니다. 배가 크면 사실 배의 측면이라는 느낌보다는 빌딩의 벽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힘든 일인데 남자만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깡깡이 아지매'로 불리는 여성 주민들이 종사한다는 점도 마치 제주의 힘든 해잠업이 해녀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고된 노동의 현장이지만 정직한 피땀으로 움직이는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잘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항구도시의 대표 이미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서울 덕수궁이나 경복궁의 수문장 교대식처럼 이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공직자의 대답은 단호히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도구는 관광산업 활성화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대형재개발이 아닌 원래의 공간을 잘 살리는 도시재생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그런 터라 아이템 질문(건의)을 단호히 자르는 그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뒤따라온 설명은 이렇습니다. 많이 쇠퇴했다고는 하지만 깡깡이마을은 지금도 공업사와 조선소 및 수리소, 부품업체 등 다양한 해양조선 관련 산업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의 질문처럼 지금도 깡깡이 작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생각이 달라지는데요. 지금도 생활의 공간이고 생업인데 많은 이벤트는 아니어도 밖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작업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렵고 '도의'가 아니라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더욱이, 깡깡이 작업은 많은 분진이 나오는 등으로 수건이나 마스크를 써도 시커멓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은 멀리서 큰 배의 깡깡이 작업을 하는 것에 사람이 부수적인 피사체로 들어가는 정도를 생각하겠지만, 어쨌든 실제로 일하는 깡깡이 아지매들의 행여라도 '체면이나 인권'을 다치게 할 위험 때문에 아무래도 안 될 일이라고 단칼에 자른 것이었습니다.

많이 무안을 당한 셈이 되긴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복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흐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2의 수도로 불리는 대표도시 부산, 하지만 부산이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소리가 많습니다. 영도구 같은 원도심은 고심이 더 큽니다(참고로 영도구의 재정자립도는 15%가 조금 안 됩니다).

그래서 활력을 불어넣고, 자금지원을 따와 각종 사업을 해보려는 작업에 신임 구청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매진하고 있지요. 지난해 새로 당선된 김철훈 영도구청장의 경우 구의원을 역임해 살림과 약점, 그리고 독창성과 장점을 가장 잘 알기에 이런 작업의 진두지휘에 더 용맹하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18 지역문화브랜드 공모전에서 깡깡이 예술마을이 최우수상인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자산 개발에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좋은 평가도 얻었습니다(이는 관광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성과입니다). 또 2018년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 지원사업 공모 사업에도 선정돼 60억원의 사업비로 다목적체육관·헬스장 등을 조성하게 된 바도 있지요.

아울러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비 5억1800만원(국비 2억5000만원·지방비 2억6180만원)을 투입해 금년(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0개월간 사업을 추진하는 구상입니다.

일명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빌리지 조성'사업은 영도구에 2022년까지 해양과학기술 산·학·연 플랫폼 기반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이고,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사업 '대통전수방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영도구 창의산업공간 같은 경우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추진하는 '부산대개조'의 방향과도 잘 맞는다는 평이 나옵니다.

그런 그의 저돌적인 사업 추진에 이런저런 걱정도 없지 않았겠지만, 돈만 밝히는 혹은 발전이나 성과에만 매몰되는 사업비 유치 작업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적어도 일단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사람과 체면, 마음을 먼저 그리고 가장 소중히 생각할 줄 아는 공무원들이 위부터 아래까지 조직 전체에 퍼져 있는 한, 내실을 잃고 외형만 성장하는 개발이나, 실제로 사는 사람들의 삶은 없이 관광객들만 넘쳐나는 영도구가 될 가능성은 스스로 정화될 것입니다.

이제 출항 1년을 맞은 '김철훈 영도구'가 지금의 이런 소중한 초심을 잃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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