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뽑은 친문 견제 정서…선거구제 개혁 휴전 시도 이어질까

2019-05-09 10:34:50

- 여당 내에서도 지역구 축소 현실성에 회의적…약오른 한국당에 주도권 넘어갈까 문제

[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에서 8일 새 원내대표로 이인영 의원을 뽑으면서 당내 역학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비문 계열이 친문 위주의 당 운영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이해찬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와 보완 필요성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넓게 형성된 여파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선 이 의원이 여의도 정치 마비 상황에서 정무적 감각을 어떻게 발휘할지 가장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설득의 가장 직접적 전선이 될 선거구제 개혁과 수사기구 관련 각종 수술 이슈의 패스트트랙 전략에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3명의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까지 가는 방식으로 치러진 과정들을 훑어보면, 비문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일부 친문으로 볼 수 있는 의원들마저도 현재의 당 사정에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이 감지된다.

4월3일 보선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걱정이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갈등에만 매진하는 이해찬 체제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고 있는 것. 패스트트랙은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찰권 무력화 논란만이 아니라, 선거구를 줄이는 구역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 임할 청와대 출신 인사만 40명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고 있다.

더 적나라하게는 선거구제 조정으로 인근의 다른 당 후보 내지 같은 당 후보군과의 대결에서 선거구를 뺏기지 않겠다는 생각, 청와대에서 내려오는 친문 직계 낙하산을 좌시할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다는 현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는 것.

그렇잖아도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구상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는 와중에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기류가 이렇게 드러난 만큼, 지친 이들이 이를 기반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에서도 이제는 정직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출구전략'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이쯤에서 새삼 지역구 축소 이슈를 다시 살펴보면, 많은 의원들이 불안한 심리상태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의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조정해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으로 조정하자는 것이 현재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구제 개혁안이다.

그런데 지금 고개를 든 의원 정수 확대안은 지역구 조정이 현재의 정국상 특히 어려우니, 이를 고집할 게 아니라 일단 비례대표 배당수는 늘리되, 지역구를 그대로 두는 등 큰 손질을 하지 말자는 것.

이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새삼 이기주의에 경도돼 나누는 뒷말 정도가 아니라, 지금 패스트트랙 절차에 회부된 선거구제 조정 안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순수한 논리 때문에라도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등과 함께 공론화할 수 있는 이슈다. 지금 부의된 안건의 수준은 중간 완성형. 즉, '온전한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제도'이므로 국회 내의 조정과 토론 과정에서 온전한 비례성 강화 방안을 찾자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건 명약관화한 셈이다. 

다만 이를 한국당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자, 이해찬-이인영 지도 체제가 정무적 감각을 어떻게 발휘할지, 그리고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를 종속적 관계에서 대등협력적 관계로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 등 다양한 문제가 부각된다.

한국당으로서도 현재의 장외 투쟁이 마냥 즐겁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의외로 전투력이 강하다는 점을 발견한 게 초반 투쟁의 밑거름이 돼 주고 있고 이것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오래 투쟁 구도가 이어질 때 현재와 같이 '무능한 민주당 및 여러 2중대들과 맞서는 선명 야당 한국당'이라는 명분에 만족하면서 고생을 감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부의 직후부터 한국당에서는 선거구제 조정 건은 대화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도 공수처 등(경찰 수사권 독립은 오히려 작은 이슈로 보는 기류도 없지 않다)은 안 된다는 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부의 문제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민주당에 이인영 원내대표 체제가 마련되면서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에 시선이 모아진다. ⓒ 연합뉴스

물론 한국당이 중간에 내놓은 당론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한국당은 당론으로 270석으로 국회의원 규모 축소를 외친 바 있으나(비례대표를 0으로 하자는 안건) 이런 시도는 현실성이 일단 크지 않고 대화 자체를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당이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대전제를 국민들에게 메시지로 날렸다는 데 있다. 민주당 등이 내놓을 여러 아이디어를 "봐라, 결국 의원 늘리자는 것이고 그 와중에 자기들에게 유리한 만년 집권 꼼수일 뿐"이라는 공세로 모두 밀어붙일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현재의 의원 정수 확대론이 가진 맹점도 여기에 있다. 비례는 늘리고, 지역구는 거의 그대로 두되 의원들의 특권을 줄여서 대략의 국회가 차지하거나 먹는 자원의 총량을 유지하겠다는 타협안이다. 그런데 이런 타협 시도보다 한국당이 내세운 (투박하지만 선명한) 전체 머릿수 줄이기 아이디어에 국민들이 경도된다면? 이는 민주당 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에 동조한 여러 당들에 총선 악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친문에 기대어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뼈저린 인식을 당 내부에서 서로 확인한 게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인 만큼, 이를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상대방과의 대화 소재로 살려낼지 그래서 주목되고 있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한국당을 어떻게 대화 테이블에 앉힐지, 지금 상황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확신과 함께 명분상으로도 복귀가 더 낫다는 점을 모두 챙겨줄 방안이 무엇인지 찾는 게 숙제다. 그런 능력과 정치적 예의의 숙제가 이 신임 원대대표에게 지워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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