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우리은행 인천지점 120년과 소설 '뱅크'

2019-05-10 09:40:16

- 민족은행으로서 기업 뒷받침, 공적 역할 기대

[프라임경제] 김탁환 작가의 '뱅크'가 한때 독서 시장에서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대단히 흥미진진한 스토리 구성으로 금융권 모습을 다룬 작품으로 영화화해도 좋을 것이라고 하는 팬들도 있었지요. 

요즈음 관심을 모으는 MBC '더 뱅커'와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더 뱅커는 오늘날의 은행을 둘러 싼 두뇌게임이고, 뱅크는 우리나라가 쇄국정책을 폐지하고 개항하던 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대극입니다.

삶의 화두인 '자본'을 탐구하기 위해 100여년 전 민족자본이 싹트려 했던 시점을 다룬 것인데요. 그래서 뱅크를 읽어 보면 개항장인 인천(제물포)이 무대로 등장합니다.

최근 한 은행의 행사 소식에 인천 개항장에서 벌어지던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치열한 관계를 떠올렸는데요. 금융을 매개로 민족 정신과 상인들의 치열한 경영가 마인드, 인간의 원초적인 각종 욕심과 감정들이 실제로 펼쳐지던 무대가 아직 '현역'으로 남아 있음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10일로 우리은행의 인천지점이 개점 120주년을 맞이합니다. 인천지점의 의미는 한 은행이 장수 금융기업으로서 오늘까지 살아남아 번창하고 있다는 징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1899년 1월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우리은행의 전신)은 첫번째 영업점으로 인천 신포동(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등 명소와 가깝다고 하면 인천 시민이 아니어도 '아' 하고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무역의 격전지에 자리했던 것이지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월에 문을 연 은행이 같은 해 5월에 설치를 했을 정도이니, 당시 인천에 관해 금융권 인사들이 가진 기대감과 긴장이 잘 시사된다고 하겠는데요.

▲대한천일은행 인천지점. 대한천일은행은 오늘날 우리은행의 모태이며 인천지점은 바로 2019년 5월10일부로 개점 120돌을 맞는다. ⓒ 우리은행

그래서 우리은행 인천지점은 은행 본점 중심 영업 패턴의 틀을 깬 신호탄, 즉 한국의 '은행지점(영업점) 1호' 타이틀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인과 중국인 등 다양한 세력이 밖에서 침투하던 인천 개항장에서, 이 인천지점은 지역 상인의 활동을 지원하며 인천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 상공업의 자생적 뿌리를 살리는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지주사 체제와 자회사 구성)의 맏형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KB와 신한, 하나 등 여타 금융지주(그룹)들과의 경쟁을 벌이며 4대 금융기업으로 위상을 기록 중인데요.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회계처리방식 변경으로 순이익 감소분을 입으면서도 상당한 1분기 순이익을 기록해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지요. 뭐, 은행이나 종금 그리고 카드 정도를 빼면 다른 계열사의 포트폴리오가 좀 약하다는 평이 있긴 합니다만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지요.

동양자산운용과 국제자산신탁 M&A를 확정한다든지 하는 소식이 있었고, 이후 캐피탈과 저축은행 순으로 자회사를 인수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세평을 듣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MG손보에게 우리은행이 손을 내민 일도 일반적인 은행 활동(대주단 행보)가 아니라 결국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풀이도 그런 맥락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이지만, 인천지점 120년을 기념하는 오늘 흠잡을 일이 전혀 없거나 아쉬움이 하나 없는 만사형통인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기업금융 영역의 문제가 날이 날이니만치 더 눈에 들어오는데요.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에 관해 잠시 살펴 보겠습니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 건전성 관리 모드로 전환하며 다소 숨고르기를 하고 있으며, 신한과 하나, 우리 등 다른 은행들이 팽창 전략으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총론을 보면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증가 규모와 폭을 보면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작년 말부터 4월 말까지 약 3조7000억원(3.7% 증가), 우리은행은 약 2조8000억(3.1% 증가), 하나은행도 약 4조원(4.3% 증가)이 늘어났지요.

총규모를 봐도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고는 115조원선, 신한이 103조원대임에 비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95조원대입니다. 하나은행이 96조원을 넘긴 기업대출 잔액을 갖고 있음을 보면, 그간 신경을 좀 덜 쓴 게 아닌지 또 지금도 이를 늘리는 데 적극성이 좀 덜한 게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4대 지주의 1분기 이익에서 업계 추정을 뒤집고 우리금융이 하나금융을 보기 좋게 따돌린 점만 보더라도, 우리은행 그리고 우리금융의 저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부실한 기업에 무한정 보람없이 돈을 퍼주거나 해서 '좀비 기업'을 만들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될 성 부른 떡잎을 알아내서 마중물을 부어주는 기업대출 본연의 역할을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정말 박한 평가지만, 그간 기업대출을 소홀히 하다 이제 가계대출은 도저히 위험해서 안 되겠고 다른 먹거리를 개발하는 대열에 뒤늦게 동참하는 게 아닌지 싶기도 합니다. 설마 그렇게까진 아니겠지만 이제 당국이 대출 평가에서 기업대출 가중치를 장려하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니 돈이 된다는 생각에 시선을 주고 있다는 곡해를 하는 이도 있을까 염려도 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은행이 인천지점 개점 120돌을 더 각별히 새기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 사정 특히 기업 환경이 어렵습니다. 이럴 때 기업대출 등 경제 뒷받침을 할 은행의 금융 기능이 특히 아쉽습니다.

특히나 역사를 볼 때에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져 한빛은행이 되고, 또 우리은행으로 간판을 바꾼 근래의 역사는 곧 막대한 공적자금 즉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 회생한 기록이기도 하니 공적 역할과 사회적 역할 기여를 도외시하지 않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더 멀게 잡으면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은 대한제국 황실에서도 왕자를 은행 업무에 참여시킬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민족은행이었습니다. 인천에 지점을 연 그 염원에 대해서는 위에서 이미 소개한 바와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 손태승 행장 이하 우리은행 기업대출 영역의 직원들이 소설 뱅크를 일독해 보았으면 하고 주문해 봅니다.

민족은행의 인천지점 120년 생일상이 단순한 축하 자리가 아닌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시발점이 되길 그래서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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