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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도권 집값잡기 '강남집착탈피'부터 시작해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5.10 16:19:47
[프라임경제] 3기 신도시 마지막 조각이 발표됐다. 고양과 부천 등 서부권 대규모택지 6만호를 중심으로 경기도와 서울 내에 중소규모 택지를 개발해, 11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광역교통망 대책까지 내놓아, 원활한 도시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신도시 개발이 추구하는 목표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내 '집값잡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개발과 광역교통망 구상을 들여다 보면, 특이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접근성' 특히 '강남'까지 거리와 소요시간이 꼭 나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비단 정부의 주택공급계획뿐 아니라 수도권에 공급되는 주택분양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정부와 공급자들이 '서울 접근성'에 목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로 볼 수 있다. 모든 도로가 강남으로 이어지고 경제·문화 등 주요시설이 모두 강남에 밀집한 상태에서 외곽에 아무리 주택을 공급한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강남을 비롯한 주요 부동산 가격잡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남과의 접근성이 좋다. 그러니 외곽으로 오라"라는 말을 아무리 외친들, 오히려 강남으로 향해야 한다는 목적의식만 더 강화할 뿐이다. 

이제 '강남집착'에서 탈피해야 하는 이유다.

'일자리'와 '놀거리'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여기에 '교육'까지 보태지면 금상첨화. LG가 마곡에 대규모 연구센터를 만들 때, 일각에서는 판교가 아닌, 당시 허허벌판에 불과한 마곡으로 가는 것에 의문을 표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마곡지구가 본격 개발되면서 서울 서부권이 본격 개발되고, 김포공항과의 근접성으로 외국으로 통하기 쉬운 장점을 활용하는 등 'LG타운'이 명성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굳이 강남이나 판교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마곡과 가까운 목동은 교육환경이 충분히 조성돼 있고, 5호선과 9호선 등 핵심 지하철이 다니기 때문에 여타 지역으로 진출도 쉽다. 실제 마곡이나 목동에 사는 사람들은 마곡지구와 인근 발산지구가 개발된 이후로 강남으로 가지 않고 자체적인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요즘 스마트시티도 한창 화두다. 스마트시티 중에서도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단언컨대 '자급자족'이다. 스스로 가진 고유성을 바탕으로 도시를 개발하면, 굳이 강남접근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

'강남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동서남북 신도시를 만든들 강남집값이 잡히는 것은 요원하다.

맹자집주에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구절이 있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기를 "하내(河內)에 흉년이 들면 그 백성들을 하동(河東)으로 옮겼고, 그곳의 곡식을 하내로 옮겼습니다. 하동에 흉년이 들면 또한 그렇게 했습니다. 이웃 나라의 정치를 살펴보니, 과인의 마음 씀과 같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웃 나라의 백성은 더 적어지지 않고, 과인의 백성은 더 늘어나지 않으니, 어찌된 것입니까"라고 했다는 구절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빗대보면, 정부관계자가 "동서남북으로 집을 지어 공급해, 주민들이 살 곳을 마련했습니다. 강남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설정하고, 2주택자 이상에게 강한 대출규제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찌 강남의 집값은 잡히지 않는 것입니까"라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맹자는 "오십보백보"라는 지금도 유명한 말로 대답했다. 어떤 정책을 쓰건 '강남집착탈피'를 하지 못하면 '오십보백보'로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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