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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명리학으로 읽다.4] 아이유를 읽다 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마음'과 '무릎'과 '밤편지'를 듣다

 

이혁재 칼럼니스트 | sijung1030@gmail.com | 2019.05.11 21:34:45

2017년 '꽃갈피' 리메이크 앨범 재킷.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꽃갈피' 리메이크(remake) 앨범은 2014년과 2017년에 태어납니다. 이 두 앨범에서는 '이지은'과 '아이유'의 삶이 새로운 기억으로 살아납니다. △나 △너 △그 △우리 △아침 △밤 △매일 △옛날 △꽃 △꿈 △잠 △사랑은 아이유 나름의 십이지(十二支)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운명의 십이지가 아니라, 기억을 불러내 스스로 리메이크한 아이유 나름의 십이지입니다.

십이지는 열두 들판이기도 합니다. 이 하나하나의 열두 들판에서 아이유는 스스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먼저 나-너-그-우리라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이들은 아침-밤-매일-옛날과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걸어 다닙니다. 그리고 꽃과 꿈과 잠과 사랑을 담아 나름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런 아이유에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잊을 수 없는 노래입니다. 노랫말에 나름의 십이지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열두 들판이 한 노래에 담길 수 있었기에, 그 들판에서 '마음'에 담은 다섯 걸음과 '무릎'에 담은 생생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이야기들은 '밤편지'에 실려 사랑의 그리움을 일으킵니다.

◆기억의 명리학으로 읽다

아이유가 출연한 첫 영화 '페르소나' 스틸컷. 윤종신이 제작한 첫 영화. 4명의 감독이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단편영화 4개를 만들어 엮었다. ⓒ 프라임경제

십이지는 오행(五行, 다섯 걸음)과 음양(陰陽, 그늘과 볕)으로부터 갈래를 칩니다. 오행은 목(나무), 화(불), 토(흙), 금(쇠), 수(물)라는 다섯 걸음입니다. 아래에 모인 수(물)는 목(나무)을 따라 올라갑니다. 위에 흩어진 화(불)는 금(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때 토(흙)가 중심을 잡아 줘야 어려움 없이 돌아갑니다. 오행의 오르내림과 모이고 흩어짐이 담겨 있는 노래가 바로 '마음'입니다.

음양은 해와 달, 밝고 어두움, 움직임과 머무름처럼 짝이 되는 둘을 가리킵니다. 이들이 잘 어울릴 때, '주역(周易)'에서는 '생생(生生)'하다고 이릅니다. 예를 들어, 밝은 낮에 움직이고 어두운 밤에 잠을 자야 생생할 수 있습니다. 잠 못 드는 아이유는 '무릎'이라는 노래에서 깊은 잠을 이야기합니다. 생생해지려면 깊이 잠들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유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십이지와 오행과 음양을 모아 아이유는 노래합니다. 그런 뒤에 내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내가 그에게, 네가 나에게, 네가 너에게, 네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그가 너에게, 그가 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나와 너와 그가 아이유에게는 '이지은'과 '아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들의 '마음'과 생생함이 어떻게 '밤편지'에 담기게 되는지 알아볼까 합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 담은 '열두 들판'

2018년 김광석 22주기 기념으로 제작된 아이유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헌정영상 중 일부. ⓒ 프라임경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노래 안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담아, 아이유는 '너'를 부릅니다. 그 '너'는 '이지은'이기도 하고, '아이유'이기도 합니다. 방문을 잠가도 내 텅 빈 방 안에는 '너'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지난 추억은 잊히지 않고 긴긴밤을 지나 아침이 올 때까지 이어집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보다도 내 마음속에 빛나고 있는 별 하나, 바로 '너'를 아이유는 바라봅니다.

밤이 샐 때까지 네가 오지 않아도 나의 마음은 너의 기억으로 채워집니다. 내 마음을 닮은 나의 방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집니다.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도, 썼다 지운 '널 사랑해'라는 글씨도, 오히려 잊을 수 없는 옛날을 불러옵니다. 나의 마음은 너와의 기억으로 채워지고, 나의 방은 너의 향기로 채워집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방'이 자라납니다.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나'와 '너'와 '우리'의 방은 어제보다 커집니다. '꽃갈피 둘'에는 담지 못한 꽃이지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꽃은 꿈 같은 추억을 끝내 불러옵니다.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방에는 내가 사랑한 너의 기억이 가득합니다. 그 기억은 마음 길을 열어 만든 나름의 열두 들판입니다.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기억입니다. 하루하루 매일의 기적입니다.

◆'마음'에 담은 '다섯 걸음'

2015년 아이유 자작곡 '마음' 싱글앨범 재킷.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앨범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프라임경제


'마음이란 무엇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이유는 어떻게 대답할지요? 이 궁금함에 가장 가깝게 대답한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라는 노래입니다. 마음은 2015년 5월에 발표한 싱글 앨범의 제목입니다. 아이유는 그 노래에서 마음을 '너'라고 부릅니다. '툭'하고 웃음이 터지면, '쿵'하고 내려앉으면, '축'하게 머금고 있으면, '둥'하게 울리면, 마음은 '그것'에서 '너'로 바뀝니다.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 같은 마음은 반짝거리며 영영 살아 있습니다. 마음은 '툭'하고 터지고 '쿵'하고 내려앉는 오르내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축하고 머금고 '둥'하고 울립니다. 이때 '툭' 터지는 것은 나무의 기운이고, '쿵' 내려앉는 것은 쇠의 기운입니다. '축' 머금는 것은 물의 기운이고, '둥'하고 울리는 것은 불의 기운입니다. 

바탕이 되는 흙의 마음은 나무와 불과 쇠와 물이 돼서 움직입니다. 봄의 마음은 나무처럼 피어오르고, 가을의 마음은 쇠처럼 내려앉습니다. 겨울의 마음은 물처럼 머금어 모이고, 여름의 마음은 불처럼 울려 퍼집니다. 한 해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마음은 오르고 내리고 모이고 흩어집니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시간 내내, 마음은 쉬지 않고 목화토금수 다섯 걸음을 걷습니다.

◆'무릎'에 담은 '생생'한 이야기

2015년 '챗셔' 앨범 재킷. ⓒ 프라임경제


'무릎'은 2015년 '챗셔(CHAT-SHIRE)'라는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입니다. '챗셔'는 노래의 캐릭터들이 사는 상상의 마을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CHAT)-마을(SHIRE)'입니다. 스물세 걸음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요. 너와 나의 이야기가 서로 잘 들릴 것 같습니다. 줄무늬 고양이 '체셔(Cheshire)'가 사는 이상한 나라 만큼이나 환상적인 마을입니다. 아시다시피 체셔는 앨리스가 "Was it a cat I saw?"라고 가리킨 바로 그 고양이입니다.

이 앨범의 노래 가운데 '무릎'은 깊은 잠을 노래합니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유는 잠 못 드는 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제는 차라리 잠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접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유에게 무릎을 베고 누워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은 아주 커다란 꿈입니다.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까무룩' 잠이 들고, '스스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보고 싶은 환상적인 바람입니다. 

어쩌면 깊은 잠은 '챗셔'라는 이야기 마을로 빠져드는 나들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깊이 잠들어 본 사람들은 알만한 기억입니다. 잠결을 지나면 꿈같은 이야기 마을이 기다리지요. 꿈인 듯 생생한 이야기가 무릎을 베고 나서 만들어집니다. 아이유는 누군가의 무릎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무릎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마치 어느 쪽으로 읽어도 마찬가지인 'Was it a cat I saw'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 '밤편지'에 띄운 사랑의 마음

2017년 '밤편지' 앨범 재킷. ⓒ 프라임경제

잠 못 드는 이 밤에 그날의 '반딧불'이 떠오릅니다. 그 은은한 불꽃은 무엇을 밝히려는 것일까요? 아마도 '사랑한다'는 편지가 어둠 속에 지워지지 않도록 밝히려는 것일 테지요. 그리고 아이유는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글씨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여기서 사랑은 일기장에 쓴 삶의 가치가 모두 담긴 낱말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양심과 자유를 머금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다운 양심과 나름다운 자유의 씨앗이기도 한 거지요.

더불어 불이 없으면 지워지지 않고, 물이 덮쳐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이 바로 사랑입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는 너의 '마음'을 느낍니다. 마음이 '툭-쿵-축-둥'하면서 사랑이 담긴 그리움을 나는 너에게 부릅니다. 나는 '무릎'에 담긴 깊은 잠 너머 꿈같은 이야기를 만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리움은 다시 '밤편지'에 실려 너에게 흘러갑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유에게 '밤편지'를 부를 사람은 누굴까요? 그리고 사람을 죽인 외톨이인 지안(至安). 그를 차마 지켜보기 힘들었던 지은이는 또 누가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이지은'과 '아이유'는 지난날의 아픈 기억과 오늘 밤의 불안한 걱정이 있습니다. 이들이 잘살아가면서 편안함에 이르기를 응원해 봅니다. 마지막 칼럼은 아이유의 생일인 5월16일보다 조금 앞서 나오길 애써 보려고 합니다.


덧붙임: 아이유의 노래들

1.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2018년 투어

https://www.youtube.com/watch?v=RCThRT8QPIA&list=PLGhOCcpfhWjfqBvakt9CaKDuYnjlBl8Kt&index=1

2. '레인 드롭 & 마음' 2017년 투어

https://www.youtube.com/watch?v=Xco5vbBmF5c&list=PLGhOCcpfhWjfqBvakt9CaKDuYnjlBl8Kt&index=8&t=0s

3. '무릎' 원더케이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L1JUfCyeT5E&list=PLGhOCcpfhWjfqBvakt9CaKDuYnjlBl8Kt&index=21&t=0s

4. '밤편지' SBS MTV, 원더케이에서 올림

https://www.youtube.com/watch?v=BzYnNdJhZQw

 

신천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MBC 본사 의무실 한방주치의 / EBS 역사드라마 <점프> 한의학 자문 /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 경희대 한의학과 석사졸업·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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