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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창 전쟁' 나경원, 해학의 원샷원킬 황교안…'화법 분화' 왜?

굿캅-배드캅 기법 분담 가능성…홍준표 학습효과로 역할 분담 투쟁 극대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5.13 08:50:28

[프라임경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자유한국당 고위 인사들의 화법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당은 현장에서 민생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장외 투쟁을 격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을 위해 국회로 복귀하라'고 압박 중이지만 요지부동이다. 이인영 원내대표 선출로 민주당이 대화 채널을 열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바로 한국당 지도부가 강경하게 투쟁 화법을 구사하면서 정국 자체가 말의 전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층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문빠'와 '달창' 등 거친 단어를 활용했다.

문재인 극성 지지층 겨냥, 'B급 언어' 공식화 의미

이미 나 원내대표는 4당이 손잡고 선거구제 개편과 수사제도 대변혁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상황에 맞서 격렬한 충돌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일명 '빠루 충돌'과 그 이후의 장외 투쟁 구도에서 '최일선의 아이콘'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달창 등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지나치게 나갔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달창'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일명 '달빛기사단'의 활동이 지나치다며 반대 세력에서 창녀에 빗대어 비아냥거린 표현. 생각도 없고 정치 도의나 에티켓 등은 도외시하고 맹목적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충성한다는 점에서 문제점과 특징을 잘 요약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적당한 용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상당히 퍼져 사용되고 있다고는 해도, 공당의 원내대표가 이를 공개석상에서 사용했다는 점은 문재인 지지층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는 의미가 큰 것.

친문 지지층이 경악하며 한국당 비난에 나선 것은 물론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의미를 모르고 썼다면 사리분별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체한 것이면 교활하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 원내대표가 발언 3시간 3분 만에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사과한 것은 기사화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짚었다.

민주당 측이 '기함'한 데에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결국 '나 원내대표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 표면적 사과에도 불구하고, 뜻을 아는 이들은 물론 그동안 이런 단어와 거리를 두고 사던 사람들까지도 달창 논의에 나서면서 민주당과 지지층을 경악시켰다.

'달창'이 대체 무엇이냐는 문의가 주요 포털을 달구면서 검색 인기어로 부각되기도 했다. 창녀에 빗댄 표현이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부각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겠으나 결국 그 방어막마저 터지면서 당 대변인의 반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어법 전쟁이 눈길을 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거친 공세를 택하고 황교안 대표는 차분한 어법에 가끔 해학을 섞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황 대표, 격조 잃지 않는 선에서…영수회담 노림수가 목적? 

이런 가운데, 황교안 대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함께 대외 투쟁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민생 현장으로 전국 곳곳을 둘러보는 '수렴의 정치'를 한다는 의미가 더 짙다.

표현 역시 청와대와 여당을 적이자 무능한 심판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는 풀이다.

엄중한 국내외 정치 상황 지적과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 북측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황 대표는 "북한이 쏜 게 발사체? 어린애가 새총을 쏜것도 아니고"(5일)라고 지적한 바 있고, 또다른 주요 실정 사례인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누리꾼들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문세먼지'라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따지고 있다.그런데도 대통령은 어제서야 긴급보고를 받았고, 하나 마나 한 지시사항 몇 개 내놓는 것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한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구미)를 찾은 자리에서는 "위대한 업적 폄훼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진보 진영의 역사 인식 전반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확한 용어 구사 그리고 가끔 해학적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정치의 희화화나 가볍고 거친 어법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라는 것. 그의 목표는 영수 회담 즉 황 대표와 문 대통령 둘이 만나는 것을 제안하는 데서 어느 정도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가볍고 무능한 청와대와 1:1 맞대결을 벌일 수 있는 반대 이미지의 야권 대표선수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靑, 영수 회담 거부…피부미용과 나베 등 '쌓인 업보' 어쩔까 

이런 상황을 청와대와 여권도 모르지 않는다. 일단 12일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황 대표 둘만 만나는 게 정국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는 방식으로 언론을 통해 권위주의 시대에나 영수 회담 형식이 유용했지 지금은 적절치 않다고 표현한 것.

황 대표의 몸값 올리기 시도를 일단 저지한 것이긴 하나, 경제난과 안보 불안 그리고 각종 외교적 문제 등이 일시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황 대표가 이 같은 대립 이미지 메이킹을 밀고 나갈 경우 딱히 방법이 없다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왜 굳이 이 같은 역할 분담이 형성된 것일까? 우선 최고위 인물이자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군 중 하나인 황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나 일명 '홍준표 학습효과'가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선 후보가 패배한 이유, 그리고 그가 대표를 맡는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렀던 경험에서 지도층의 언어가 전체적인 패배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나비 효과를 여실히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홍 원내대표는 소탈한 화법으로 호불호가 갈려왔다. 다만 대선이나 지선으로 범위를 한정해 놓고 보면 마이너스가 극명했다는 점에 지지층이나 반대 진영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대표는 기존 이미지대로 대응, 철저히 반대 진영의 공세 범위에서 보호하고 나 원내대표가 일선 지휘를 맡는 게 아니냐는 것.

물론 나 원내대표 역시 지금의 구도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거친 화법을 본격 사용하기 전에도 "나 원내대표가 삭발하면 한국당을 지지하겠다"는 청원 공세가 이어지는 등 상대 진영의 공격과 조롱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잔'을 이미 받았고 그에 답했을 따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나 원내대표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직후부터 대변인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보수의 대표적 얼굴로 인식된 데 따른 반대급부 의미가 크다. 특히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뛰던 와중에 고액의 피부미용실 논란을 일부 언론과 진보 진영에서 키우는 일을 당한 바 있다. 해명 과정에서 장애가 있는 딸의 아픈 가정사가 새삼 도마에 올랐고 그러면서도 결국 처참한 정치적 후폭풍만 뒤집어 쓴 바 있는 것.

최근에는 외교 문제 등으로 아베 일본 총리의 이름과 합성한 일명 '나베'로 지칭당하고 있다. 그가 싫다고 해서 막말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나름대로 진성 노무현 팬층 혹은 문재인 지지층에 쌓은 원한도 있다는 명분도 있다.

결국 굿캅 그리고 배드캅 식으로 대처 역할을 나누듯,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도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어법 전쟁이라는 것. 하지만 이 같은 거친 말의 향연은 결국 한국 정치 전반이 그간 치러온 말의 업보 '중간정산'을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 멀게는 전여옥 전 의원을 '국썅(국민썅년이라는 의미의 공격)'으로 비하하는 등 조롱해온 일명 진보 진영의 업보라는 것. 그렇기에 한국당으로서도 내심 이를 빨리 풀거나 해결할 생각이 적어 보이고, 격화 내지 장기화 가능성이 큰데 이를 정치권 내부에서 조율할 어른이 없다는 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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