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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타워즈'…미·중 무역전쟁 이면의 '기술력·소비력' 승부

수출품 관세 문제 상호공격 이면의 총체적 국가경쟁력 부각 기회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5.14 08:57:29

[프라임경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중국이 결국 보복 관세의 칼을 뽑은 것. 하지만 일단 중국의 '맞불' 그 자체보다는 미국의 추가 대응 등 관계의 향배에 시선이 쏠린다. 과연 백악관이 중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전면전을 원하는 것인지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13일(이하 모두 현지시각)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최대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보복 조치는 미국의 일명 25% 관세 폭탄에 대응 성격으로 내놓은 것.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중국의 힘과 대결 의사에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대두된다. 우선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25%로 일괄 인상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은 미국이 단행한 조치에 비해 추가 상승의 폭과 규모 자체가 작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보복 조치 단행 이전에 상당히 '관세 명분'을 쌓으면서 시간 끌기를 한 점도 중요하다. 보복 조치 시행 시기를 내달 1일부터로 잡았고, 품목별로 5~25%의 차등 조치를 결정했다. 서로 직접적인 피해를 단숨에 키우는 '치킨게임'은 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측의 손실이 더 커진다는 점을 당분간 감수하려 한다는 얘기다.

막강한 힘, 소비력…'블럭경제'와 '스타워즈' 성공 비결 흡사

지난 10일 미국이 보복 관세 감행을 발표하자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논평을 내 "부득이하게 맞보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때 구체적인 보복 조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며, 결국 이번 13일 발표까지 내부적으로 치열한 고심과 조율, 향후 전망과 후속 파장 등에 대해 시뮬레이션 및 대책을 마련하고서야 '베이비 스텝'으로 대응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이 강렬한 무역전쟁 신호를 마다하지 않는 와중에 중국은 왜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중요한 키워드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소비력'의 차이다. 대량소비(과소비 포함)는 상호 무역에서 국부 유출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기본적인 맥락이고, 양국간 힘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거나 글로벌 경제에 변화 구도가 닥칠 경우 다른 방향에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 대전 이후 경제 공황이 닥치자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식민지 보유국들은 자국에 들어오는 외국 수출품들에 대한 관세를 높게 조정했다. 대신 관계 지역을 '파운드 블럭'이나 '프랑 블럭' 등 경제 공동체로 묶어 시장 보호에 나섰다. 전쟁 후 식민지를 잃고 수출에 의존해 경제 부흥을 꾀하던 독일 등이 실의에 빠진 원인이다.

이번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서 상대방에 수출을 얼만큼 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이유도 이와 흡사하다. 상대국에 물건을 많이 판다는 것은 기술력이 우수하거나, 가격 경쟁력이 좋거나 등 여러 원인이 있고 일단은 그게 힘으로 인식되지만 무역전쟁으로 관세 보복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이야기가 반대로 된다.

미국은 앞으로도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들에 대해 계속 보복 조치를 이어갈 여유분이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13일 조치로 이제 100억달러 정도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여유분이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평소에 막대한 수입 규모는 상대방에게 돈이 유출되는 골칫거리였지만 소비력을 과시하면서 공세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결이 이어질 경우 중국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참고로 한해 미국이 사들이는 중국 물품은 5395억달러 상당이나,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물품의 가치는 1200억달러대에 불과하다.

경제적으로는 블럭 경제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돈을 풀고 그것을 통해 상대의 코피를 터뜨리는 전략이라는 저돌적 방법을 주목하면 2차 대전 이후 냉전 구도를 끝낸 미국의 초강수, '스타워즈' 계획과 지금의 무역전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국의 '돈의 힘' 공세를 비교할 수도 있다.  

옛 소련과 냉전 내내 경쟁하던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들어 우주 공간 등까지 대결 공간으로 모두 넓히는 초대형 전쟁 대비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초고도미사일 등 무기의 엄청난 투자로 대기권 이내에서의 대결 범위를 넘는다고 해서 스타워즈 구상으로 불렸다. 물론 당시 백악관은 무리한 투자이자 전쟁 대응 구상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큰 반발에 직면했다.

하지만 소련이 약한 경제력에도 이에 맞불을 지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체력 소모전이 결국 최종적인 소련 붕괴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인민일보' 부르짖는 기술경쟁력, 오히려 불안해서?

이런 돈의 힘, 소비력의 모습이 막후에서 무역전쟁을 지배하는 키워드인 점도 흥미롭지만,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미국이 단순히 중국과 대결하는 이번 갈등을 무역의 이익과 불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전면전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대목, 즉 '기술력' 전쟁의 측면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가 고심 끝에 보복전 단행을 선언한 13일, 중국 언론들의 어투와 언급 내용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영국령이던 홍콩을 기반으로 한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는 중국 관영 매체들은 철저히 공산당의 입과 투쟁 도구에 해당하기 때문.

중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매체인 '인민일보'는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면서 "싸우고 싶지 않지만,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대외적인 갈등에서 밀릴 경우, 중국 내부 결속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내용' 내지 '관리용' 갈등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극적 대응 내지 명분이 있는 반격을 하되 국가 전반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즉 실탄을 극히 아끼는 제한된 범위의 대결을 원하지 않느냐는 추정에 힘을 싣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역전쟁에 대한 인민일보의 각종 자화자찬이 무엇으로 구성됐는지 구체적 메뉴도 음미해 볼 필요가 높다.

이 매체는 중국의 경제가 안정적이라면서, 무역전쟁을 버틸 힘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은 6.4%였으며, 첨단 기술 제조업과 첨단 서비스업의 투자가 각각 1년 전보다 11.4%와 19.3% 늘었다고 인민일보는 예시했다. 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산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기술 혁신 능력도 계속 향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대로 보면 중국이 전쟁의 전선 확장 방향을 어떻게 보고, 또 그것을 불안해 하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포장해 보일지 고려하고 있는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과의 전면전 혹은 장기전에 대처할 때 가장 치열한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게 바로 산업 시스템의 자체 경쟁력, 이른바 '생태계 문제'다.

중국이 오매불망 꿈꾸는 '일대일로' 즉 중국을 중심이자 맹주로 하는 경제 공동영역의 구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미국이 이 고리의 연결에 군사적으로나 외교적, 최종적으로 경제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게 현재의 남아시아부터 동북아시아 등 중국을 동그랗게 둘러싼 영역에서의 상황이다. 

기술력 격차도 마찬가지. 중국이 많은 물품을 수출하지만, 미국이 이를 싫어도 받아들이고 소비할 수 없다고까지 단언할 정도의 초격차 경쟁력을 갖춘 1등 품목은 적다. 통신용품에서의 각종 보안 우려 등과 보복 조치에서 보듯 언제든 다른 이유로 몰아내면 그만인 선에 머물고 있는 게 중국의 수출품 기술력의 현주소라는 것.

더욱이, 중국은 미국에 상당한 수출을 하면서 부를 쌓아왔는데 이 시장이 닫힐 경우 생산품을 소비해줄 국내 시장의 기반이 약하다는 고민도 있다. 이 본원적 고심을 덜기 위해 자체적으로 초고도화된 물품을 만들고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소비할 힘, 즉 인민일보가 거론한 표현법에 따르면 완전한 산업 시스템과 과학기술 혁신 능력이 필요한데 아직 이를 중국 당국이 완성한 게 맞는지 또 중국 당국 스스로도 이를 자신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현재 이런 미국 대 중국의 대결은 우리 한국에게도 중요한 경제 이슈다. 대중국 수출품의 80%가 중간재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 수출을 제대로 못하는 사정은 바로 우리에게도 연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렇게 난폭하고도 엄청난 힘, 자본주의 논리의 화신과도 같은 방식으로 경제를 운전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게도 같은 무역 방식을 적용하고 또 강화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달에 중국과 미국 정상간에 회동이 열리고 이를 통해 무역전쟁의 해법이 극적으로 마련될지, 일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자리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보복 조치 시작일을 내달 초로 미룬 것도 G20와 그 활용법을 염두에 둔 마지막 러브콜이라는 풀이도 뒤따른다.

냉전을 이유로 엄청난 각종 지출 부담(무기 구매 등)을 지우던 때보다 오히려 더 적나라하고 더 큰 부담을 당당히 요구하는 게 지금의 백악관 사정이고 보면, 레이건 시대의 스타워즈 무렵의 주변국 관리법이 오히려 천국처럼 느껴진다는 것. 제2의 스타워즈에서 중국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또 중국은 얼마나 버티고 종결 방안을 어떻게 얻어내는지를 통해 미국의 현재의 힘 크기 전반과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떻께 쏟아내는지 등까지 계산 및 가늠해내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 역시 앞날이 밝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놓을 수 없다. 제2의 스타워즈를 게임이나 공상과학영화처럼 느긋하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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