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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가맹 배끼기 "같은집 아니라구요"

한 건물에 '이차돌, 일차돌' 입점, 소비자 혼동 부작용 극심…결정문 효력 없어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9.05.16 10:07:01
[프라임경제] 같은 동네, 같은 상권, 심지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이름마저 유사한 원조브랜드와 카피브랜드가 비슷한 시기에 각각 가맹점을 개설했다. 타의에 의해 극도로 협소한 경쟁이 벌어진 셈. 장사가 잘되건 잘 못되건 양쪽은 모두 자기 손님을 빼앗긴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경기 고양시 장항동에 위치한 라페스타 상권 Y빌딩 1층에는 비슷한 컨셉의 차돌박이 프랜차이즈 이차돌과 일차돌의 가맹점이 나란히 입점됐다. ⓒ 프라임경제


더욱이 두 점포는 보름 상간을 앞뒤로 문을 열었다. 사실상 최선을 다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개점당시부터 양쪽 가맹점주에게 발생한 것이다. <프라임경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경쟁에 처하게 된 양쪽 가맹점주를 만나봤다.

경기 고양시 라페스타상권의 끝자락에 위치한 Y빌딩 1층에는 공교롭게도 차돌박이와 셀프초밥, 쫄면을 주 메뉴로 하는 일차돌과 이차돌이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며 장사하고 있다.

두 점포는 각각 지난해 7월과 8월에 문을 열었고, 아직까지 같은 메뉴를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자연스레 상권을 찾은 시민들은 두 점포를 '같은 집'으로 이해했다. 매장을 경험해 봤다던 시민들도 "같은 집 아니냐"며 되물었다. 인근에 입점한 타 사업자는 "사장이 형제인 것 같다"며 "이름도 비슷하고 파는 음식도 같고 사장님 형제가 형은 일차돌 동생은 이차돌 이렇게 차린 것"이라고 틀린 사실을 사실인양 늘어놓았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목조를 사용한 삼각 지붕과 그 아래 한자를 넣은 현판이 붙은 외장부터 두 점포를 같은 컨셉트로 보기에 충분하다. 또 6900원에 판매되는 차돌박이, 나무 도마에 올려서 나오는 돌초밥, 돌초밥의 식사법, 또 다른 사이드메뉴인 쫄면까지 유사점이 너무 많다.

(좌) 유사 간판 및 인테리어와 함께 판매를 금지한 법원 결정문 별지상 내역, (우) 취재 당일 일차돌 라페스타점에서 사용된 메뉴. ⓒ 프라임경제


이렇게 만들어진 소비자들의 오인은 양쪽 가맹점주들에게 부정적이고 큰 영향을 끼쳤다. 당장 비슷한 컨셉과 이름이 양쪽 모두의 영업을 방해했다. 

외각에 자리한 일차돌 가맹점주는 "우리집에 예약한 손님이 저쪽(이차돌)에 가는 일이 생긴다"며 "실제로 소비자들이 혼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차돌 입구에서 마주한 인근 주민은 "이집이나 저집이나 다 얼굴을 알게 됐는데 같은걸 팔다보니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상권방향으로 위치한 이차돌 가맹점의 사정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이차돌 가맹점주는 "예약 손님이 우리 가게에 오지 않고 일차돌에서 식사를 하거나, 식사중 화장실에 간 손님이 일차돌에 가는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며 "저쪽에서 먹고 생긴 불만을 이쪽에 와서 항의하는 일도 생길 정도로 소비자 혼동이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업이 방해받자 가맹점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우선 해질녘 방문했던 일차돌에서의 식사시간 내내 우리를 제외한 단 한테이블의 손님도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일차돌에 오는동안 지나친 고깃집들은 이미 자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일차돌 가맹점주는 "이 건물에 이차돌 가맹점이 입점하는 줄 모르고 개점했다"며 "(이차돌과) 경쟁이 발생하고 있는것은 맞지만 (상권내) 모든 식당들과의 경쟁가운데 하나로 생각한다. 이전부터 음식을 만들어 왔던 주방경력을 바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차돌에서 식사를 마치고 바로 찾은 이차돌 가맹점의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저녁시간을 훌쩍 넘겨 자리를 뜰 때까지 총 다섯 테이블의 손님이 방문했다. 인근 식당들은 빼곡한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이차돌 가맹점주는 "개점에 임박해 같은 건물에 일차돌이 입점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안 좋은 생각을 여러차례 할 정도로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창업전에 기대했던 매출부진을 겪을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두 가맹점주의 공통된 의견은 ▲개점 이전까지 서로의 개점을 몰랐고 ▲내 가게로 오는 손님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하며 ▲상대방 매장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있다는 것. 결국 같은 건물에 입점한 유사 상호와 동일 메뉴가 혼동을 불러 일으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좌) 법원 결정문 별지에 6900원 차돌박이+돌초밥·쫄면과 함께 팔지 말도록 기재된 간판 및 인테리어, (우상) 고양 라페스타 Y빌딩 1층에 입점한 일차돌 외관, (우하) 고양 라페스타 Y빌딩 1층에 입점한 이차돌 외관. ⓒ 프라임경제


이와 관련해 양쪽 가맹본부는 이미 한 차례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법원의 결정문에는 소비자의 혼동에 관련해 "(일차돌 가맹본부, 서래스터) 이차돌 프랜차이즈의 주요한 특징들을 모방해 일차돌 매장이 이차돌 매장과 유사한 특징 및 느낌이 들도록 했고, 이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채권자 매장과 채무자 매장을 오인·혼동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모방으로 인해 이차돌 프랜차이즈가 가지는 다른 음식점들과 차별화되는 특징 및 이미지가 희석되어 채권자(일차돌 가맹본부, 서래스터)가 이차돌 프랜차이즈와 관련하여 가지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나무를 소재로 한 삼각형태의 지붕과 그 아래 한자를 새긴 현판 등이 사용된 간판과 인테리어와 함께 6900원에 판매되는 차돌박이 및 차돌박이+돌초밥, 차돌박이+쫄면 등의 메뉴가 판매되선 안된다고 사진으로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서래스터 측 관계자도 "결정문은 분명히 간판 인테리어 메뉴를 합한 종합적인 이미지가 성과이므로, 함께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일부 인테리어와 메뉴를 변경했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래스터의 반박과 달리 문제는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이차돌 측이 집행관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앞선 판결의 맥락이 유지될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이차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산 Y빌딩의 비극은 향후 도래할 더 큰 비극의 서막으로 점쳐진다. 이후에 있을 법원 판결이 강제력 동원을 허용하게 된다는 가정아래 일차돌 매장의 인테리어를 교체하게 될 경우 서래스터는 발생 비용의 20%만 분담한다. 80%는 가맹점주 몫이다. 

이 경우 라페스타점을 비롯 현재 개설된 약 60여개의 가맹점 가운데 대다수가 간판 또는 인테리어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개설 1~2년만에 추가비용의 부담을 반길 가맹점주는 없다.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일차돌이 주력 메뉴의 구성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 또한 사업성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미 일차돌은 일부 매장의 차돌박이 가격을 6800원으로 100원 내렸다. 이는 법원 결정문의 요지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지만 일부 매장에만 그쳐 추가 소송에서 법원이 이를 적극적인 시도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본지는 앞서 지난 2일부터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도 다녀왔다. 이곳에는 일차돌 가맹본부 영남지사인 '서래스터 영남지사(이하 영남지사)'도 부스를 차려 참가했다. 

영남지사가 이곳에서 예비창업주들에게 배포한 일차돌 소개자료에는 법원이 금지한 인테리어가 A타입으로 소개됐다. 이 자료에는 차돌박이와 돌초밥, 쫄면을 함께 판매하는 메뉴도 포함됐다.

2일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일차돌이 사용한 업체소개서. ⓒ 프라임경제


해당 자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오픈 예정점 정보가 기재돼 있다. 즉 결정문을 받은 이후에 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호남지사를 비롯해 전국 개설매장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이는 본사와 정보 교류가 이뤄진것으로 추측된다. 영업지사가 결정문의 내용을 알고 제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창업박람회 현장에서도 결정문의 무게는 느끼지 못했다. 영남지사 관계자는 "자료에 있는 그대로 개점 진행이 가능하다"며 창업을 권했다.

특히 A타입 매장의 개설을 비롯해 차돌박이+초밥, 쫄면 등 결정문에서 판매를 금지한 음식에 대해서도 "주력메뉴"라고 설명하는 등 사실상 결정문에서 금한 내용이 포함된 가맹상담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실제 몇개의 점포가 개점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가맹점주들의 투자를 권하는 가맹본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너무도 쉽게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일차돌 측은 본지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앞선 보도에서 이미 내려진 재판부의 판단을 해석한 방향에 대해 문제삼았다. 일차돌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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