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누가 사나에게 빈볼을 던졌을까

2019-05-16 11:13:30

[프라임경제] 빈볼은 야구에서 빠질 수 없는 논쟁이다. 던지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고의성을 판단할 수 없지만, 맞는 당사자는 고의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야구판에서는 이를 두고 치열하게 싸운다. 배트 플립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불문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작정하고 빈볼을 던진다. 보복성 빈볼은 또 다른 빈볼을 낳고, 심지어 벤치 클리어링까지 야기한다. 그러나 고의 여부를 떠나 분명한 건 빈볼로 인해 누군가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트와이스 멤버 사나를 향해 빈볼이 날아왔다. 사나가 개인SNS(인스타그램)에 기재한 글 하나가 언론의 무수한 빈볼을 자아낸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인 여성이 게시한 글에 자의적인 가치 판단을 첨가하며 맹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전범 국가 출신 국민이 군국주의를 연상시키는 연호를 사용한 행동은 곧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몰아세웠다. 언론은 이 가십거리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퍼 날랐다.

하지만 헤이세이 시대를 보내고 레이와 시대를 맞이하는 일본인이 올린 글 해석은 '20세기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21세기가 가는 것이 아쉽다'는 수준이다. 

언론은 이런 사실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기 급급하고, 또 일부 편향된 커뮤니티 사이트 반응이 주류 여론인 듯 소개했다. 

시간이 흐르고, 이성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하자 그제야 언론은 숨겨왔던 사실을 꺼냈다. 정치인도 비슷한 글을 올린 사실, 아키히토 일왕이 꾸준히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는 사실, 연호는 군국주의와 관련 없다는 사실 등등. 

언론은 슬그머니 '사나는 무죄로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발을 뺏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는 빈볼로 인해 멍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빈볼을 던진 당사자는 상대가 다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인지한다. 

사나를 향한 대중 관심은 과도한 민족주의였고, 또 반일 감정이 엉뚱한 곳으로 튄 결과였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사적 공간인 SNS를 기사화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빈볼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람들 눈과 귀를 막고, 감정을 자극한 반지성주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언젠간 공인이 방송에 일본 브랜드를 입었다는 이유로 사과 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과 같이 언론이 앞장서 나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가까운 미래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부디 더 늦기 전에 이 악순환이 끊어지기를 바란다.


금준혁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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