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의 명리학으로 읽다.5] 아이유를 읽다 ③: '너의 의미'와 '나의 아저씨', '퍼슨(person)'과 '페르소나(persona)'

2019-05-17 09:59:17

[프라임경제] 어떤 사람에게나 살아가는 동안 '생존의 깔딱고개'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고자 하지만 죽을 것만 같은 고개를 만나는 것이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이런 깔딱고개를 꼭 만납니다. 그때 거기서 생존에 중요한 가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가치가 다르니 행동도 달라지지요. 이는 살아 있어서 느껴지는 가치들입니다. 살아 본 적이 없는 것에서는 읽히지 않는 가치입니다.

나아가 가치 있는 삶은 그 까닭이 또한 저마다 다릅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었을 때, 그 까닭은 서로 다릅니다. 사랑과 질서와 양심과 이성과 자유라는 가치에 따라 사람답게 사는 존엄함(dignity)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의미는 가치의 까닭이 됩니다. '나'와 '너'와 '그'의 삶은 '나'와 '너'와 '그'와의 서로 다른 '퍼스널(personal)'한 관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나’와 ‘너’와 ‘그’라는 '퍼슨(person)'을 부드럽게 바꿔가면서 자유롭게 소통합니다. 퍼슨은 '인격' 또는 '인칭'으로 옮깁니다. 여기서 인격은 하나가 아니고, 인칭 또한 하나가 아닙니다. 소중한 가치와, 그 가치의 까닭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사람들은 여러 인격과 여러 인칭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나와 너와 그의 바뀜이 서로를 이어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러 페르소나(persona)를 가지고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맨얼굴에 쓴 가면과 같습니다. 나와 너와 그가 된 퍼슨이 사회적인 관계에 따라 그때그때 쓰임새가 있는 가면을 맨얼굴에 쓰게 됩니다. 가면이 너무 두꺼워 맨얼굴이 읽히지 않을 때 우리는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어집니다. 자유롭게 여러 퍼슨을 오가듯이, 진정성 있게 여러 페르소나를 쓰고 벗을 때 사람은 나름 아리따워집니다. 나는 아이유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너의 의미: 의미, 약속, 수수께끼, 바람, 창, 그리고 퍼슨(person)

▲'꽃갈피' 뮤직비디오 중 일부. '너의 의미' 원곡자인 가수 김창완과 작업하고 있는 모습. ⓒ 구글 캡처

2014년의 '꽃갈피' 첫 앨범에서 아이유는 김창완의 '너의 의미'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너는 나에게 무엇인지 되묻고 곱씹는 노래입니다. 너의 한마디 말과 웃음은 나에겐 '의미'가 됩니다. 너의 눈빛과 뒷모습은 나에겐 '약속'이 됩니다. 그렇게 너의 모든 것은 나에게 '수수께끼'가 됩니다. 도대체 '너'는 나한테 누구인 걸까요?

'나'는 '첫 번째 퍼슨(1st person)'입니다. 1인칭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너'는 '두 번째 퍼슨(2nd person)'입니다. 2인칭이라고도 부릅니다. 1인칭과 2인칭, 그러니까 나와 너는 늘 바뀝니다. 내가 너를 마주하듯이, 너도 내가 돼서 나를 너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너와 내가 서로 바뀌어도 낯설지 않은 사귐입니다. 나에게 너는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너는 그저 부는 '바람'이라는 것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너는 커다란 의미이자, 힘겨운 약속이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지요. 그래서 나는 창을 냅니다. 창을 내서 '너'라는 바람을 맞습니다. 창은 나와, 나의 너와, 너와, 너의 너를 모이게 합니다.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처럼, 너의 창 가까이 보낸 반딧불처럼.

어쩌면 아이유에게는 이들이 모두 같은 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드는 창, 기다림의 창, 반딧불로 밝히는 창들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나와 너와 그라는 퍼슨을 부드럽게 바꿀 수 있을 때 자유롭게 소통하게 됩니다.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숨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숨결은 주어진 운명 같은 창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창은 널 향해 낸 창이기 때문입니다. 그 창은 의미와 약속을 만들어내는 수수께끼 같은 창입니다.

◆나의 아저씨: 생생한 삶의 겹, 마주한 맨얼굴

▲2018년 아이유가 출연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포스터. ⓒ 프라임경제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인 나의 이름은 지안입니다.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외톨이가 됩니다. 지안이라는 이름은 한자로는 '至安'이라고 씁니다. '편안함에 이르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안이는 이따금이나마 편안하게 살아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그는 태어나 지금까지 사람답게 살았던 적이 있기는 한지 헷갈리는 '레 미제라블'입니다. 

그런 지안이가 동훈이라는 아저씨를 만납니다. '세 번째 퍼슨(3rd person)'인 그가 점점 '두 번째 퍼슨'인 '너'에 가까워집니다. 지안이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그는 지안을 떠나지 않습니다. 지안이가 자기를 도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그는 지안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안과 동훈은 '너'와 '나'로 만나갑니다.

사람은 여러 겹으로 삽니다. 동훈은 지안에게서 몇몇 겹의 삶을 내 일인 듯 함께합니다. 지안도 조금씩 몇 겹을 견뎌냅니다.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라는 동훈의 위로가 힘이 됩니다.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아저씨는 말합니다. 둘은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은 듯 싶다가도, 위로받고 숨이 쉬어지는 관계가 됩니다.

지안과 동훈은 '생생(生生)한 관계'가 됩니다. 지안은 동훈을 다시 숨 쉬게 하고, 동훈은 지안을 태어나 처음으로 숨 쉬게 합니다. 가시가 돋친 지안에게 아무도 네 번 넘게 잘해주지 못합니다. 네 번의 깔딱고개를 넘은 두 사람은 이제는 서로 살만합니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감추고 싶은 여러 겹이 더는 감춰지지 않습니다. 둘은 서로의 맨얼굴을 마주합니다.

◆지은이의 지안이: 어른, 나는 내가 되다

▲'나의 아저씨' 포스터. ⓒ 프라임경제

지안이는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연기자 이지은은 지안이를 보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여러 까닭으로 몹시 힘이 들어, 이지은은 차라리 드라마를 그만두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생존의 깔딱고개를 넘기고 그는 어른이 되어 갑니다. 지안이도 지은이도 그렇게 바뀝니다.

드라마에서는 손디아가 부른 '어른'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랫말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고단한 하루는 끝나지 않습니다. 아픔도 멈추지 않습니다. 달아날 곳도 없습니다. 나는 혼자입니다. 꿈도 멀어지고, 슬픔도 그치지 않습니다. 나는 바보입니다.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는 나는 바보입니다. 감은 눈을 뜨고서야 나는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는 오롯이 '나'가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쉽지 않음을 아는 사람이 어른인지도 모릅니다. 천천히 서서히, 어느 날 문득, 나는 나를 떨어져 바라보게 됩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듯, 나를 너처럼 또는 그처럼 내 눈으로 보는 일 말입니다. 거울이 없던 옛날에는 내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모릅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본 뒤에야, 나는 남들과 똑같이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어른이 됩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처럼 내 마음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됩니다. 아마 연기자 이지은도 지안이를 그렇게 바라보게 됐을 겁니다. 눈을 감으면 나는 내가 됩니다. 눈을 뜨면 나는 내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내가 되기도 하고, 내가 될 수 없기도 합니다. 될 수 있음과 될 수 없음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 때, 사람들은 어쩌면 거울 앞에 선 '어른'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페르소나: 가면 너머 심연의 맨얼굴

'나'는 첫 번째 퍼슨입니다. '너'는 두 번째 퍼슨입니다. '그'는 세 번째 퍼슨입니다. 사람은 나로서만 살거나, 너로서만 살거나, 그로서만 살 수 없습니다. '나'와 '너'와 '그'를 부드럽게 바꿀 수 있을 때, 사람은 자유롭게 소통을 하게 됩니다. 아이유가 '너의 의미'를 리메이크해서 부른 것이나, 지안이가 '나의 아저씨'를 찾은 것도 이런 흐름일 것입니다.

'퍼슨(person)'과 비슷한 '페르소나(persona)'란 낱말이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맨얼굴을 가린 가면이라는 뜻이자, 연극이나 영화의 배역이라는 뜻입니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젊은이, 남편과 아내, 부모와 아들딸, 선생과 학생, 선배와 후배, 친구와 동료 등 여러 사회적 관계에 따라 사람은 맨얼굴에 가면을 덧대고 알맞은 역할을 하고 삽니다.

가면 너머에는 맨얼굴이 있습니다. 맨얼굴은 끝내 감춰지지 않습니다. 어떤 페르소나라도 심연의 맨얼굴은 느껴집니다. 나는 아이유가 노래하고, 이지은이 연기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맨얼굴, 더 깊은 맨얼굴을 애타게 찾습니다. 자유로움과 진정성은 심연의 맨얼굴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고 진정성이 어린 사람과 만날 때, 우리는 사람다움과 존엄함을 깊이 믿고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때 나는, 너를 위해 창을 냅니다. 거기서 나는, 너와 삶의 겹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나는, 거울 앞에서 나를 바라봅니다. 마침내, '나'는 가면 너머의 맨얼굴을 떳떳하게 드러냅니다. 이지은과 아이유도 맨얼굴의 진정성이 드러난 자유로운 개인으로 나름답게 살기를 바랍니다.


덧붙임: 아이유의 노래들 

1) 아이유, 너의 의미 ('꽃갈피'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4L-H_cXSNhQ

2) 손디아, 어른 ('나의 아저씨' 드라마)
https://www.youtube.com/watch?v=7TkbJ3F52VY


신천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 MBC 본사 의무실 한방주치의 / EBS 역사드라마 <점프> 한의학 자문 /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 경희대 한의학과 석사졸업·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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